심야서재

민호는 여전히 천막 안에 누워 있었다.
붕대는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고,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그의 입술은 미세하게 움직였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만 흘러나왔다.
천막 안에는 아이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그들은 손을 모아 기도하듯 속삭였다.
“군인 아저씨는 꼭 살아날 거야.”
“맞아, 우리를 지켜줬잖아.
그러니까 분명 다시 일어날 거야.”
그 말은 작은 위안이 되었지만,
천막 밖에서는 전혀 다른 기운이 감돌았다.
밖에서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한 자루 곡식으로는 일주일도 버티기 힘들어.”
“민호는 더는 나설 수 없어.
상처가 깊잖아.”
“그러니까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아니면… 곡식을 감춰야 한다.”
사람들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탐욕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이 들려오는 천막과는 대조적으로,
바깥 공기는 싸늘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청년은 사람들 사이로 나서며 외쳤다.
“당신들 귀는 다 멀었소?
민호가 어떤 희생을 했는지 똑똑히 봤잖소!
피를 흘리며 곡식을 지켜냈는데,
이제 와서 그를 버리겠다고?”
사람들은 잠시 고개를 숙였지만,
곧 다시 거친 목소리가 터졌다.
“그렇다고 모두가 굶어 죽을 순 없지 않나!
민호 혼자 영웅이 되어선 안 돼. 우리도 뭔가 해야 해.”
청년은 주먹을 움켜쥐며 낮게 말했다.
“맞아. 더 나서야 한다면… 이번엔 내가 하겠소.”
그 말에 사람들은 놀란 듯 청년을 바라보았다.
“네가? 총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네가 나간다고?”
“죽으러 가겠다는 거냐?”
청년은 흔들리는 눈빛을 감추며 목소리를 단단히 했다.
“민호만이 군인이 아니오.
우린 모두,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하는 사람들이오.
민호는 이미 우리에게 길을 보여줬소.
이제는 내가 그 길을 걷겠다.”
사람들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여전히 곡식 자루만 노려보고 있었다.
밤이 깊자,
청년은 조용히 천막으로 돌아왔다.
민호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그의 숨결은 거칠었지만 꺼지지는 않았다.
옆에서 아이들이 꾸벅꾸벅 졸며 민호를 지키고 있었다.
청년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곡식 자루 옆에 앉아 중얼거렸다.
“당신이 말했지… 가장 무서운 적은 총도 굶주림도 아니라고.
절망과 불신… 그게 사람들을 무너뜨린다고.”
그는 잠든 민호를 향해 속삭였다.
“이제부터는 내가 막아내겠소.
당신 혼자가 아니라, 나도… 우리 모두의 싸움으로.”
천막 밖에서는 바람이 거세게 불며 천 위를 휘저었다.
그 소리는 마치 다가올 새로운 시련을 알리는 전쟁의 전주곡처럼 들려왔다.
작가의 말 :
37화는 민호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과,
그 틈에서 공동체의 불안과 갈등이 고조되는 과정을 더욱 자세히 담았습니다.
민호가 지켜낸 곡식은 희망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본능적인 두려움과 탐욕을 자극하는 불씨이기도 합니다.
청년은 그 불신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결단을 내리며,
민호의 정신을 이어받아 공동체의 버팀목이 되려 합니다.
다음 화에서는 청년이 직접 식량을 찾아 나서며 마주하는 새로운 위험과 선택이 그려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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