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
[한국심리학신문=김연호 ]
새로운 남성상,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하는 (무료 이미지)
'퍼포남' 말차에 꽃, 에코백은 나를 사랑하는 법
새로운 남성상의 등장
최근 MZ세대 남성들 사이에서 '퍼포남'이라는 신조어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퍼포먼스 남자’의 줄임말인 이 단어는 단순히 패션이나 스타일에 신경 쓰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일상 전반을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기획하고 연출하는 남성들을 가리킨다. 운동, 식사, 카페 방문, 여행, 심지어 일상의 순간까지도 ‘보여주기’를 전제로 콘텐츠화하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퍼포남들은 흔히 패션 아이템 하나에도 단순한 기능 이상을 부여한다. 러닝화를 신는 것은 단순한 운동 준비가 아니라, 브랜드 러닝 크루의 감성을 공유하고 SNS에 '러너 라이프스타일'을 증명하는 행위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카페의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는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고 업로드함으로써 '분위기 있는 하루'를 연출하는 과정이 된다. 스킨케어나 향수를 고를 때도 단순한 효용성보다는 “나의 라이프스타일 서사에 맞는가”라는 질문이 먼저다. 이렇듯 퍼포남은 일상을 꾸준히 '퍼포먼스'화하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자기 정체성을 구축한다.
이 현상은 전통적인 '패션에 관심 있는 남성'과는 구별된다. 패션이 외적 꾸밈에 집중했다면, 퍼포남은 '자기 브랜드화'를 지향한다. SNS 피드, 러닝 기록 앱, 플레이리스트 공유, 여행 브이로그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처럼 전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객관적 성취가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내는 내러티브다. 마치 매일의 삶을 무대 삼아 하나의 공연을 이어가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동시에 지닌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퍼포남은 남성성의 새로운 표현 방식을 보여준다. 과거 남성성은 무심함, 검소함, 감정 절제가 미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을 연출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쿨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남성들에게도 자기 관리와 감각적 표현이 허용되는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 또한 퍼포먼스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능력은 개인 브랜딩 시대에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신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더 이상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의 전유물이 아니다.
반면 비판적 시선도 뚜렷하다. 첫째, 퍼포먼스에 몰입할수록 진정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 보여주기 위해 러닝을 하고, 인증샷을 위해 독서를 하는 행위가 반복된다면, 삶은 '실천'이 아니라 '연출'로만 소비될 수 있다. 둘째, 퍼포남 현상은 소비주의와 긴밀히 맞물려 있다. 트렌디한 브랜드, 감각적인 공간, 최신 아이템이 없으면 연출이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쉽게 포섭되는 구조이기도 하다. 셋째, 과도한 자기 연출은 ‘허세’로 치부될 가능성도 있다. 스스로는 자기 표현이라 생각해도, 타인에게는 피상적이고 과장된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
세대별 시각 차이도 흥미롭다. 중장년층에게는 퍼포남이 다소 낯설거나 공허한 트렌드로 여겨질 수 있다. 반면 MZ세대, 특히 SNS에 익숙한 Z세대 남성들은 퍼포남을 자기 정체성을 구축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그들에게 퍼포먼스는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 하나의 언어인 셈이다.
결국 퍼포남은 "어떻게 나를 보여줄 것인가"라는 동시대 청년들의 고민이 드러난 사회적 코드라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정체성 생산 방식과 연결된다. 그러나 남는 질문은 있다. 연출과 진정성 사이의 경계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스스로를 꾸준히 브랜딩하는 행위가 건강한 자기 표현으로 남을지, 아니면 공허한 소비와 허세로 귀결될지는 개인의 태도와 사회적 평가에 달려 있다.
퍼포남 현상은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 수도, 새로운 남성 문화의 코드로 정착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나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스스로 성찰하는 과정일 것이다.
참고문헌
[심봉석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역사, 헬스경향, 심봉삭 교수, 2025.03.12
뉴런은 왜 에스트로겐을 만들까, The ScienceTimes, 강석기, 2019.03.08
[KZ Trend] 나는 테토남? 에겐녀? 금속으로 알아보는 테토-에겐 테스트, Kore zinc, 사내 게시물, 2025.07.18
[세상의 키워드] 테토남 에겐남, 김광연, 새가정 2025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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