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날의 긴장감, 첫사랑의 떨림, 엄마 집밥 냄새… 왜 평생 지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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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날의 긴장감, 첫사랑의 떨림, 엄마 집밥 냄새… 왜 평생 지워지지 않을까?” - 뇌의 기억 시스템 : 감정이 우리의 기억을 선택한다
  • 기사등록 2025-10-31 13: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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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채예린 ]


수능 날의 긴장감과 첫사랑의 떨림.. 이른 아침 따스한 햇살과 함께 주방에서 번져오는 엄마의 요리 냄새 우리는 왜 이런 기억들을 마음 깊이 간직하며 잊지 못하는 것일까? 왜 어떤 기억은 평생 남고, 어떤 기억은 쉽게 사라질까?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중요한 사건이라서, 특별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핵심은 단순히 사건의 중요성이 아니다. "감정이 개입했는가"이다.

뇌과학은 감정이 기억을 강화하거나 왜곡하고 새롭게 재구성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부정적 감정 기억의 각인



이 책은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16살 소년 윤재의 성장 과정을 담는 책이다. 

책 제목과 같이 '아몬드'라 불리는 뇌의 영역이 있다. 이는 바로 편도체이다. 편도체는 인간의 감정 처리를 담당한다. 편도체는 감정을 통해 위협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감정을 조절하고 공포, 불안과 같은 생존 관련 감정을 학습하고 해마와 연결되어 부정적 기억을 오래도록, 강하게 각인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는 진화적 이유가 숨겨져 있다. 위험을 잊으면 생존에 위태롭기에 뇌는 우리의 부정적 경험을 오래도록 붙잡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시험을 망친 순간, 사고의 순간 심지어는 수치스러운 순간이 생생하게 떠올라 밤에 이불킥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감정을 통한 기억에 중요한 편도체가 손상되거나 제거된 사람의 삶은 어떠할까?
이들은 정서적 단서를 탐지하는 능력을 잃기에 정서적 정보 처리에 문제가 생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윤재는 편도체가 작아 분노도 느끼지 못하고 공포와 충격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어머니의 사고도 보통 사람이라면 강렬하고 생생히 기억될 부정적 사건이지만 윤재는 그날의 사건을 기술할 뿐 사건에 대한 감정이 빠진 건조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이 책의 윤재의 이야기는 우리가 부정적 감정이 왜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감정이 불편하고 고통스러움을 줄 수는 있지만, 사실은 우리의 기억과 학습 그리고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첫사랑과 강렬한 긍정 경험


[너의 결혼식], 이석근 감독 (외유내강, 2018)

도파민의 보상회로란 중뇌에서 측좌핵과 해마로 이어지는 신경 회로이다. 복잡한 용어들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단순히 말하자면 보상, 동기, 새로움을 경험할 때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뉴런과 뉴런 사이의 공간인 시냅스에 분비되어 뉴런으로 전달되고 "이건 중요한 사건이야"라고 뇌에 표시를 남기는데 그 신경전달물질이 이동하는 회로이다. 우리가 중요한 시험을 잘 봤을 때, 원하는 대학에 붙었을 때, 좋아하는 사람과 사귀게 되었을 때, 혹은 큰 공포와 두려움을 겪을 때 강한 정서적 각성(arousal)이 생긴다. 이렇게 강한 정서적 각성이 생기면 방금 위에서 나온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고 보상회로가 활성화가 된다. 이는 편도체와 해마의 상호작용을 증폭시키고 해마의 시냅스 강화를 도와서 기억이 더욱 오래 남게 한다. 이처럼 뇌는 단순한 정보보다 “의미”와 “감정”이 결합된 순간을 오래도록 저장한다.


감정은 기억을 다시 쓰는 힘을 가진다



Dunsmoor et al. (2015)의 [Emotional learning selectively and retroactively strengthens memories for related events] 논문에서는 기억과 관련된 특별한 실험을 다룬다.


뉴욕대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무선 할당으로 집단을 나눈 뒤 3번의 단계에서 제인 기억 테스트를 통해 감정적 학습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다. 처음에 pre-conditioning 단계에 중립적인 사진들을 본 뒤, conditioning 단계에서 특정 범주(예: 동물 사진)에 전기 자극을 짝지어 공포 학습을 시켰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충격이 가해진 사진을 더 잘 기억해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참가자들은 전기 자극을 받은 conditioning 전, 즉 pre-conditioning 단계에서 아무런 의미 없이 봤던 같은 범주의 사진들까지 더 잘 기억해냈다. 이는 감정적 사건이 단순히 현재 경험만 각인 시키는 게 아니라, 과거의 연관된 기억까지 되살려 강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실제로도 이런 경험을 한다. 가령 중요한 시험에서 큰 긴장을 한 날, 시험 문제뿐 아니라 시험장으로 가던 길의 하늘빛이나 시험장의 공기, 점심에 먹은 음식까지도 유난히 또렷하게 기억나곤 한다. 첫 연애나 큰 다툼 같은 강렬한 순간이 그 주변 장소와 사소한 대화까지 오래 남는 것도 같은 원리다. 이처럼 감정은 우리의 기억 체계를 단순히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episode)로 묶어 과거까지 다시 쓰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어떤 감정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다시금 더 긍정적으로도, 때로는 더 부정적으로도 기억 속에 각인될 수 있다.

 

감각 자극과 감정이 기억에 미치는 힘



대부분의 감각은 시상을 거쳐 대뇌피질을 거쳐 1차 처리를 한 뒤 편도체와 해마 등의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전달이 된다. 그래서 보통의 감정 반응은 ‘인지된 자극’ 뒤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냄새, 즉 후각 정보는 예외적이다. 후각 정보는 시상을 거치지 않고, 후각 망울과 후각 피질을 거쳐 편도체와 해마로 바로 전달되는 직접 회로가 있다. 그래서 냄새는 곧바로 감정과 기억으로 연결되어, 순간적으로 특정 장면이나 감정을 소환하는 효과가 강하다. 그래서 아침 주방에서 퍼져 나오는 엄마 요리 냄새는 엄마에 대한 따뜻한 감정과 어린 시절 장면을 소환시키고 이러한 이유로 우린 냄새와 함께 결합된 이 기억을 쉽게 잊지 못한다. 음악 역시 비슷한 효과를 준다.


  • 음악은 후각처럼 직접회로는 아니지만 음악의 리듬, 멜로디, 가사가 동시에 뇌 여러 영역을 자극한다. 이 때문에 청각피질뿐 아니라 편도체, 해마, 보상회로, 전전두엽까지 광범위하게 연결되어서 뇌의 감정, 기억, 보상, 네트워크를 동시에 자극하는 복합 자극으로서 강렬한 기억 효과를 낸다. 알츠하이머 환자가 좋아하던 노래를 들을 때 사라진 기억이 되살아나는 사례는 잘 알려져 있으며 음악 심리치료 역시 알츠하이머병 치료로 사용이 되고 있다. 결국 감각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우리의 뇌 속 깊은 기억을 정서와 함께 서로 단단하게 연결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억의 주인은 사건이 아닌, 감정의 주체인 우리이다

결국 기억은 단순 기록이 아니다. 감정이 개입하여 기억을 선택하여 재구성하고 편집한 이야기이다. 결국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보다는 "어떻게 느꼈는가?"를 기억한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같은 사건을 겪더라고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힘들었어도 시간이 지나며 기억이 미화되기도 한다. 결국 기억은 우리가 겪은 "사건"의 총합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느끼며 저장했는지를 담은 "나만의 스토리"이다. 그리고 그 스토리를 구성하고 색칠해주는 것은 사건보다도 감정이기에 같은 하루라도 어떤 감정으로 살아냈는지가 미래 우리의 기억을 결정한다.

삶은 수많은 사건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사건을 우리가 어떤 감정으로 소화하고 기억하느냐이다. 똑같은 경험이라도 절망과 열등으로 남길 수도 있고, 배움과 성장 혹은 뜨거운 열정의 기억으로 바꿀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겪는 삶의 수많은 사건들에 휘둘리는 존재가 아니라, 그 사건 속에서 겪는 감정을 통해 기억을 다시 쓰는 존재다. 그렇기에 주어진 상황 속에서 어떤 감정으로 삶을 소화할지 선택하는 일, 그것이 곧 우리의 기억을 만들고 우리의 삶을 이끌어나가는 주체적인 방식이 될 것이다.


출처
1. Dunsmoor, J. E., Murty, V. P., Davachi, L., & Phelps, E. A. (2015). Emotional learning selectively and retroactively strengthens memories for related events. Nature, 520(7547), 345–348. https://doi.org/10.1038/nature14106


이미지출처 

1. Dunsmoor et al. (2015), Nature 
2. 씨네21, 김진우(2018) 
3. 네이버 블로그, kanggoo1004 (2024)
4. 손원평. (2017). 아몬드 [소설 표지 이미지]. 위키미디어 공용. 
5. [너의 결혼식], 이석근 감독 (외유내강,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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