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아침 햇살이 희미하게 골짜기를 비추자,
피난민들의 얼굴은 한층 더 창백해 보였다.
곡식 자루는 절반 이상 줄어들었고,
아이들의 배고픈 울음은 더욱 잦아졌다.
민호는 천막 안에서 여전히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
붕대는 자꾸 피로 젖어 들었고,
그의 손은 무언가를 움켜쥔 듯 떨렸다.
그 모습을 본 청년은 더는 망설일 수 없었다.
“내가 나가겠소.
오늘은 내 차례요.”
그는 단호하게 선언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갈라졌다.
“무모하다.
넌 군인도 아니지 않나!”
“그래도 누군가는 가야 해.
민호를 또 내보낼 순 없어.”
어른들의 논쟁 속에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겹쳐졌다.
청년은 주먹을 움켜쥐며 조용히 말했다.
“민호가 지켜낸 곡식은 불씨일 뿐이오.
이제 그 불씨를 살려내야 한다.
내가 그 길을 걷겠다.”
청년은 허리에 낡은 칼 하나를 찼고,
손에는 작대기 같은 몽둥이를 들었다.
그는 곡식 자루 곁에 잠시 서서,
의식 없는 민호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시작한 싸움… 이제는 내가 잇겠소.”
천막을 나서자,
서쪽 숲은 이미 먹구름처럼 짙은 그림자로 가득했다.
그는 배고픔보다 더 무서운 공포를 느꼈다.
숲 어디에서든 적군이나 약탈자들이 튀어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발자국마다 속으로 다짐했다.
“아이들에게 오늘 밤은 굶주림 대신 희망을 주겠다.”
숲 속에서 그는 버려진 오두막을 발견했다.
문은 반쯤 부서져 있었고,
내부는 어둡고 적막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낡은 상자 안에는 다행히 썩지 않은 보리 몇 줌과 말린 고구마가 남아 있었다.
청년의 눈에 순간 눈물이 맺혔다.
“이 정도면… 하루는 버틸 수 있어.”
그러나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두막 뒤편에서 바스락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본능적으로 몽둥이를 움켜쥐며 몸을 돌렸다.
어둠 속에서,
낯선 그림자들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작가의 말 :
38화에서는 청년이 민호 대신 식량을 찾아 나서는 장면을 통해,
공동체의 희망을 이어가려는 그의 결심과 용기를 담았습니다.
굶주림은 사람들을 절망하게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책임감을 낳기도 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청년은 낯선 그림자들과 마주하게 되며,
다시 한 번 위기의 순간에 직면합니다.
다음 화에서는 청년과 낯선 무리의 대치,
그리고 공동체로 돌아가기 위한 싸움 혹은 협력의 갈림길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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