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본 트라우마: 미디어가 남긴 보이지 않는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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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본 트라우마: 미디어가 남긴 보이지 않는 상처 - 재난을 ‘보는’ 사람들도 상처받는다 – 대리 트라우마의 시대
  • 기사등록 2025-10-23 08: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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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조은서 ]



프롤로그: 재난의 심리적 상처


“사고 영상을 보고 며칠을 잠 못 잤다.”, “내 일이 아님에도 상실감과 죄책감이 느껴진다.”,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희망이 없다.” 실제 이태원 참사 당시, 재난 영상을 반복적으로 접한 대학생과 청년들이 심리상담에서 토로했던 대표적 경험담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에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심리상담을 받은 이들 중, 절반 가까이가 미디어 등을 통해 참사를 ‘간접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을 받은 10명 중 8명은 심지어 20~30대였다. 희생자가 또래임에서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누구나 스마트폰을 통해 재난의 '현장'을 순간적으로 목격하는 시대이지만, 정작 그 심리적 상처는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대리 트라우마, 우리 모두의 문제로


대리 트라우마란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충격적인 사건이나 고통, 외상을 지속적으로 가까이에서 접한 사람이 그 경험을 마치 자신이 겪은 것처럼 내면화하여 외상 반응이 전이되며 겪는 심리적·신체적 증상을 뜻한다. 심할 경우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유사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 과거에는 직접 피해자를 돕는 이들이 주로 호소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최근에는 SNS와 뉴스 영상 확산으로 인해 간접 경험과 직접 경험의 차이가 작아지면서 마치 직접 경험한 것 같은 상태에 빠지기 쉽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심리학회와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실제로 이태원 참사 이후 발생 다음날인 10월 30일부터 11월 26일까지 221명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이 이루어졌는데, 그 중 약 46%가 미디어 등을 통해서 참사를 간접적으로 목격한 자들이었다. 참사를 직접 목격한 이들은 32%인 71명, 참사를 직접 경험해서 부상을 입거나 죽음의 위협을 느꼈던 이들은 9%인 19명이었다. 참사 관련 영상과 보도를 지속해서 접한 시민들 사이에서 불안, 우울,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위험이 크게 증가했으며, 특히 20~30대 청년층에서 그 정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대리 트라우마 피해자 상당수가 뉴스와 SNS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하면서 정서적 고통을 겪고 있음이 밝혀졌다.

 

동아사이언스에 따르면, 한국스트레스학회 홍보이사인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실제로 “이태원 참사의 경우에 관련 영상이나 미디어 등의 자료가 이전 사고보다 월등히 훨씬 더 많이 생산됐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들을 통해 사람들이 사고에 대한 정보를 지나치게 많이 접하게 되면서, 특히 생생한 영상물은 직접적인 피해자와 비슷한 수준의 충격을 받을 위험도 높다고 발언했다. 현대 미디어 환경은 사고의 현장을 실시간으로 보여주지만, 그만큼 ‘보는 이’가 감정보다 정신적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사회 전반에서 미디어를 통한 간접 외상과 대리 트라우마에 대한 인식과 예방책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처: 개인, 언론, 정책이 모두 나서야


먼저, 심리상담센터 마음소풍에서 개인적으로는 미디어·SNS 일시 제한, 명상·산책 등 적절한 운동과 수면 방해 음식 자제 등 회복 루틴 활용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억지로 꺼내서 대화하기는 쉽지 않고 때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으므로, 어느 정도 경증 정도로 어려움을 겪을 때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해보기를 제안하고 있다. 언론계에는 자극적 영상 반복 최소화, 시청자 가이드라인 강화, 사실 전달 중심의 책임 보고 등이 요구된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학교·지자체의 미디어 트라우마 예방교육, 체계적 심리 지원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결론


우리는 매일 ‘누군가의 재난’을 스크롤하는 시대에 산다. 이러한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보게 된 ‘누군가의 재난’이, 내 마음에 깊게 뿌리 박혀 결국은 ‘나의 재난’까지 될 수 있다. 미디어는 현실을 보여주는 창이지만, 어쩌면 또 하나의 심리적 재난 통로가 될 수 있다. 이제는 ‘보는 사람’의 마음도 보호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과 제도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참고문헌

1) 서혜미,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83%가 2030…또래 희생 충격 컸나", 한겨레, 2022.12.01,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69820.html

2) 마음소풍, "연쇄적 트라우마, 대리 외상 증후군 극복방법", 2019.12.07, https://www.maum-sopoong.or.kr/infor_story/19123

3) 김정현, "[뉴스1뷰]"사람 많은 곳 두렵다"…이태원 참사에 집단 트라우마 징후", 다음뉴스, 2022.11.03, https://v.daum.net/v/GnV85WWQLp

4) 박정연, "이태원 참사로 국민 모두 '트라우마 고위험군' 됐다", 동아사이언스, 2022.10.03,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6901

5) 한국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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