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청년은 상자 속에서 발견한 보리와 말린 고구마를 꼭 움켜쥐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서늘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문틈 사이로 그림자 몇 개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몽둥이를 움켜쥐며 몸을 돌렸다.
어둠 속에서 서너 명의 사내가 나타났다.
그들의 얼굴은 그을리고 거칠었으며,
손에는 낡은 총과 날이 선 칼이 들려 있었다.
“거기서 뭐 하는 거냐?”
가장 앞에 선 사내가 낮게 물었다.
그 목소리에는 경계와 위협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
청년은 한 손으로 곡식을 감싸 쥐며 눈빛을 굳혔다.
“이건… 우리 공동체의 아이들을 위한 거요.”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눈빛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사내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아이들이라… 믿을 수 있을까?”
“거짓일 수도 있지.
다들 자기만 살겠다고 거짓말을 하니까.”
그들의 발소리가 점점 오두막 안으로 스며들었다.
청년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싸우겠소.
하지만 곡식은 건드리지 마시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한 사내가 씁쓸하게 웃었다.
“우린 약탈자가 아니다.
우리도 굶주린 가족들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다.”
청년은 그제야 그들의 눈에서 적의가 아닌 지친 절망을 읽어냈다.
그 눈빛은 자신이 거울을 보는 것처럼 닮아 있었다.
“그렇다면…”
청년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이 곡식을 두고 싸우지 말고, 나누자.
아이들이 먼저 먹을 수 있게, 함께 나누자.”
사내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무기를 내렸다.
긴장감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작은 불씨 같은 희망이 피어올랐다.
밖으로 나왔을 때,
숲속의 공기는 여전히 차갑고 적막했다.
하지만 청년은 손에 곡식을 쥔 채,
낯선 이들과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그의 가슴 속에는 두려움과 함께,
묘한 안도감이 스며들고 있었다.
“민호라면 이 선택을 했을까…”
그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숲 너머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작가의 말 :
39화에서는 청년이 낯선 무리와 대치하다가,
결국 대화와 신뢰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장면을 담았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전쟁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보여줍니다.
청년은 이제 점점 민호의 그림자를 따라가며,
새로운 리더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다음 화에서는 청년이 낯선 무리와 함께 공동체로 돌아가며 벌어지는 새로운 긴장과 갈등이 전개될 예정입니다.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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