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전쟁》 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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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가 천천히 말을 마치자, 

사람들 사이에 짙은 침묵이 흘렀다.

불빛 아래에서 그는 여전히 피투성이의 모습이었지만, 

그 눈빛만은 살아 있었다.

누군가는 고개를 숙였고, 

누군가는 여전히 낯선 무리를 노려보았다.

청년은 민호의 옆을 지키며 조용히 말했다.


“이들은 적이 아닙니다. 

우리처럼 굶주림과 두려움 속에서 버텨온 사람들이에요.”


한 노파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이제, 우리 식량을 나눠주자는 거냐?”


청년은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나누지 않으면… 결국 모두가 굶게 될 겁니다.

이 불안 속에서도 함께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해요.”


밤이 깊어지자, 

사람들은 마지못해 천막을 걷어내고 낯선 무리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불길은 잦아들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에는 여전히 경계가 깃들어 있었다.

아이들이 낯선 사내들을 몰래 훔쳐보며 속삭였다.


“저 사람들은 우리 편이야?”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어.”


낯선 무리의 대표로 보이는 중년 사내가 민호에게 다가왔다.


“당신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오. 

하지만 우리가 여기 머무는 게 부담이 된다면… 곧 떠나겠소.”


민호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들이 떠나면 또 굶주림과 싸워야 할 겁니다.

이곳에서 함께 버티는 게, 지금은 유일한 방법이에요.”


사내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당신의 믿음에 보답하겠소.”


그날 밤, 

청년은 모닥불 앞에서 잠들지 못했다.

민호는 천막 안에서 고요히 숨을 고르고 있었고,

낯선 무리와 피난민들은 서로 떨어져 앉은 채 눈을 감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청년은 불꽃을 바라보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신뢰는 말로 세워지는 게 아니야. 

행동으로 지켜내야 해.”


그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별빛은 흐릿했지만, 어딘가 살아 있었다.

마치 ‘희망’이라는 단어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듯이.

새벽이 오기 직전, 민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천막 밖의 불빛이 흔들렸고, 

멀리서 개 짖는 소리와 같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이건… 단순한 바람 소리가 아니다.”


청년이 천막으로 들어오자, 

민호는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경계를 세워라.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작가의 말 :

41화에서는 민호의 설득 이후 공동체가 낯선 무리와 공존을 시작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짧은 평화가 찾아온 듯 보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불안과 의심이 남아 있습니다.

이제 민호와 청년은 ‘신뢰’라는 또 다른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다음 화에서는 새벽의 침입자 — 외부 세력 혹은 약탈자 — 로 인해 

이 ‘불안한 평화’가 깨지는 사건이 전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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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0-17 08: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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