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진
[한국심리학신문=이혜진 ]

출처: 인사이드 아웃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이상하게 들렸을 수도 있어. 다들 나를 바보 같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걔가 오늘 좀 쌀쌀했는데… 내가 어제 문자 답을 늦게 해서 그런가? 왜 나는 항상 이런 식일까.”
회식 자리에서 괜히 조용했던 날, 집에 돌아오는 길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분위기 망친 건 아니겠지?”, “그 말 너무 튀었나?”
별일 아닌 듯했던 장면이 자꾸 떠오르고, 이미 끝난 일을 붙잡고 몇 시간씩 곱씹는다. 이처럼 부정적인 상황을 겪은 뒤, 자신의 말이나 행동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자책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무언가 잘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상황을 되짚고, 자신을 탓하게 되는 이런 사고 과정을 심리학에서는 ‘반추(rumination)’라고 부른다. 반추는 보통 스트레스를 유발한 사건 이후에 떠오르는 반복적인 생각을 의미한다.
반추는 나쁘기만 할까?
하지만 반추가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의도적으로 상황을 돌아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엔 오히려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가 되는 건 침습적인 반추다.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해서 떠오르며, 감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상황을 실제보다 심각하게 해석하게 만든다. 이러한 사고는 회피적인 태도나 비관적인 인식을 강화하기 쉽다. 특히 학업, 연애, 직장 등 스트레스가 일상인 요즘, 반추는 흔하지만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리 패턴이다.
사소한 말 한마디, 한순간의 표정 하나가 밤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면, 이 심리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침습적 반추는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장애를 겪는 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며, 자살 행동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그만큼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추를 물리치는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침습적 반추를 물리칠 수 있을까? 단순히 ‘지금부터 그 일에 대해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 터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이 흘러가도록 놓아두라고 조언한다. 피하고 물리치려 할수록 오히려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심리학은 이러한 사고를 없애기보다는 ‘거리 두기’에 주목한다. 인지치료나 마음챙김 기반 치료에서는 떠오르는 생각을 억제하기보다는 그 흐름을 인식하고 수용하는 훈련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생각을 없애려 애쓰기’보다는 ‘생각이 지나가도록 기다리는 것’. 그것이 반추를 다루는 첫걸음이다.
Winston과 Self은 침습적 사고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실천을 제안한다.
1.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에 ‘침습적 반추’라 명명할 것
2. 나의 의지와 무관한 자동적인 생각임을 받아들일 것
3. 생각을 머리에서 몰아내지 않고 들어오도록 허용하기
4. 생각이 머리에서 자연스럽게 떠돌아다니며 시간이 흐르도록 기다리기
5. 급하게 결론내리지 않고 잠시 멈추어 스스로에게 시간 주기
6. 다시 침습적 반추가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예상하고 기억하기
7. 다른 일을 하다 그 생각이 떠올랐다면, 불안감이 지속되더라도 하던 일을 계속하기
마치며...
이러한 연습은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반복을 통해 생각과 감정 사이의 거리를 조금씩 확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에 덜 휘둘리게 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지금 머릿속을 떠도는 그 한 가지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런 사고를 한다고 해서 내가 약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만큼 나 자신을 신경 쓰고,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반추를 줄이는 건 단번에 되는 일이 아니지만,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은 분명 도움이 된다.
오늘도 마음속에서 어떤 생각이 떠오른다면, 너무 다그치지 말고 그저 “지금은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참고문헌>
1. Nolen-Hoeksema, S. (2000). The role of rumination in depressive disorders and mixed anxiety/depressive symptoms. 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 109(3), 504–511. https://doi.org/10.1037/0021-843X.109.3.504
2. Watkins, E. R. (2008). Constructive and unconstructive repetitive thought. Psychological Bulletin, 134(2), 163–206. https://doi.org/10.1037/0033-2909.134.2.163
3. Segal, Z. V., Williams, J. M. G., & Teasdale, J. D. (2002). 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for depression: A new approach to preventing relapse. Guilford Press.
4. Wells, A. (2009). Metacognitive therapy for anxiety and depression. Guilfor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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