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기분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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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가은A ]



리더의 기분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직원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리더의 기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분위기에 쉽게 흔들린다. 팀장의 얼굴이 유난히 어두운 날이면 직원들은 괜히 말을 아끼고, 사소한 농담조차 조심스러워진다. 반대로 리더가 밝게 웃으며 회의를 시작하면 팀 분위기가 금세 부드러워진다. 

 

이런 현상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감정(Affection)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전염된다. 특히 근무 시간이 길고 관계 지향적인 조직 문화일수록 구성원은 서로의 감정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작은 표정 변화나 말투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 내 감정을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리더가 있다. 리더의 감정은 팀 전체의 정서적 기후를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전파원이다.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이란?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이란,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무의식적으로 모방하고 흡수하여 자신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해, 누군가의 웃음이 전염되어 함께 미소 짓게 되고, 옆자리의 짜증이 퍼져 나에게도 불편함이 스며드는 것이 모두 감정 전염의 결과이다. Wood, Rychlowska, Korb, & Niedenthal(2016)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상대의 표정이나 말투, 몸짓을 1000분의 1초 단위의 속도로 자동적으로 모방한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한 사회적 습관이 아니라 진화의 산물이다. 우리의 뇌 속에는 타인의 행동과 감정을 관찰할 때 활성화되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 존재하는데, 이 신경세포가 바로 타인의 감정을 비추고 복제하도록 만든 덕분에 우리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다. 

 


감정 전염이 우리 조직에 미치는 영향




미국 경영학자 Sigal Barsade(2002)는 한 실험을 통해 감정 전염이 실제로 조직 내에서 얼마나 강력하게 작용하는지를 입증하였다. 그는 94명의 학생을 무작위로 나눈 뒤, 미리 섭외한 한 명의 배우에게 특정한 감정을 지속적으로 표현하도록 지시했다. 어떤 그룹에서는 활기찬 긍정의 에너지를, 또 다른 그룹에서는 무기력한 부정의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한 것이다. 결과는 명확했다. 단 한 사람의 감정만 바뀌었을 뿐인데, 그룹 전체의 기분이 함께 달라졌다. 긍정적인 분위기에서는 구성원들이 더 협력적이고 개방적으로 행동했으며, 토론의 질과 팀 성과 평가가 모두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이 퍼진 집단에서는 갈등이 늘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렇다면 감정 전염은 단지 구성원 사이에서만 일어날까? 연구에 따르면, 리더의 감정은 그 어떤 구성원보다 더 강한 전파력을 지닌다. 미국의 조직심리학자 Sy, Côté & Saavedra (2005)는 리더의 기분이 팀의 협력과 정서적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험했다. 리더에게만 영상을 보여주어 긍정 혹은 부정의 감정을 유도한 뒤, 리더가 눈을 가린 채 팀을 이끌며 텐트를 조립하도록 했다. 리더가 유쾌한 기분일 때, 팀원들은 자연스럽게 더 긍정적인 정서를 공유했고, 협동과 조정 수준이 뚜렷하게 높아졌다. 반대로 리더가 부정적인 감정을 보일 때는 팀 전체의 분위기가 무거워졌지만, 흥미롭게도 구성원들은 오히려 ‘더 열심히 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즉, 부정적 감정은 단기적으로 팀의 경각심과 집중력을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피로감과 불신을 쌓아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리더가 단순히 업무를 지휘하는 존재가 아니라, ‘감정의 발신자’임을 강조했다. 리더의 표정, 말투, 한숨 하나가 곧 팀의 정서적 톤을 결정한다.

 


오늘의 감정이 팀의 내일을 결정한다. 




결국 리더십의 본질은 성과를 관리하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기술이다. 한 사람의 기분이 팀 전체의 에너지로 확산되는 만큼, 리더는 누구보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 EI)이 높은 리더일수록 구성원의 몰입과 창의성을 이끌어내며,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팀 문화를 만든다. 감정은 단순히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을 움직이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긍정적 감정은 사고력과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부정적 감정은 위기 인식과 변화의 신호로 작용한다.

 

따라서 리더가 해야 할 일은 ‘기분 좋게 보이려는 연기’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인식(Self-Awareness)하고, 상황에 따라 조절(Self-Management)하며, 타인의 감정을 공감(Social Awareness)하고, 관계를 세심히 다루는(Relationship Management) 것이다. 진심으로 듣고, 공감하며, 구성원의 내적 동기를 이해하는 리더는 단순히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촉진자가 된다. 오늘의 표정과 말투, 그리고 그로 만들어지는 감정의 온도가 팀의 내일을 결정한다.

 

 


< 참고문헌 >

Barsade, S. G. (2002). The ripple effect: Emotional contagion and its influence on group behavior.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47(4), 644–675. https://doi.org/10.2307/3094912

Sy, T., Côté, S., & Saavedra, R. (2005). The contagious leader: Impact of the leader’s mood on the mood of group members, group affective tone, and group processe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0(2), 295–305. https://doi.org/10.1037/0021-9010.90.2.295

Thompkins, S. (2023). Emotional Intelligence and Leadership Effectiveness: Bringing Out the Best. 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 https://www.ccl.org/articles/leading-effectively-articles/emotional-intelligence-and-leadership-effectiveness/

Wood, A., Rychlowska, M., Korb, S., & Niedenthal, P. (2016). Fashioning the Face: Sensorimotor Simulation Contributes to Facial Expression Recognition.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0(3), 227–240. https://doi.org/10.1016/j.tics.2015.1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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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1-14 08: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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