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전쟁》 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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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안개 속에서 첫 번째 총성이 울렸다.

그 소리는 골짜기 전체를 흔들며, 

피난민들의 심장을 얼어붙게 했다.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렸고, 

어른들은 본능적으로 천막 뒤로 몸을 숨겼다.

민호는 총을 움켜쥔 채 언덕 아래를 응시했다.

흐릿한 안개 속에서 어른거리는 수십 개의 그림자,

그들은 느리지만 분명하게 진군해오고 있었다.


“청년, 사람들을 지키는 데 집중해. 

내가 앞을 맡을 테니.”


민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번엔 당신 혼자 싸우게 두지 않겠소.”


약탈자들이 언덕 아래에 도착하자, 

민호는 경고의 총을 하늘로 쏘아올렸다.


“이곳은 피난민들의 거처다! 돌아가라!”


그러나 돌아온 것은 침묵이 아니라, 

반격의 총성이었다.

총알이 천막 기둥을 스치며 지나갔고, 

흙먼지가 사방에 흩날렸다.

청년은 재빨리 몸을 낮추며 외쳤다.


“숨어요! 아이들을 천막 뒤로!”


민호는 숨을 고르며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그의 어깨는 여전히 피로 젖어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적이든 약탈자든, 이곳을 넘길 순 없다.”


짧지만 치열한 교전이 이어졌다.

피난민들이 돌과 막대기를 들고 방어선을 형성했고,

청년은 낯선 무리의 사내들과 함께 맞서 싸웠다.


“왼쪽으로 몰려온다!”


청년의 외침에 따라, 

사람들이 흩어져서 진입로를 막았다.

불길이 천막 끝자락을 태우며 번졌지만,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민호는 마지막 탄환을 장전하며 속삭였다.


“끝까지 버텨라. 

여기가 우리 삶의 마지막 경계선이다.”


그의 총성이 울려 퍼지자, 

적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

그 짧은 정적 속에서, 

안개 사이로 새벽빛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민호의 눈앞에, 

쓰러진 한 약탈자가 보였다.

그의 손에는 낡은 식량 자루가 들려 있었다.

민호는 총을 내리고, 

청년에게 말했다.


“그들도 우리처럼… 배가 고팠던 거야.”


청년은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떨궜다.


“그래도 지켜야 했어요.”


민호는 피 묻은 손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지킨다는 건 싸우는 것만이 아니야.

우리가 잃지 않아야 하는 건, 인간의 마음이야.”


멀리서 또 다른 총성이 희미하게 메아리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두려움 대신, 

결연한 침묵이 남았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무너진 천막 사이에서 새로운 빛을 기다렸다.




작가의 말 :

43화에서는 민호와 청년이 약탈자들과 직접 맞서는 전투 장면을 통해, 

공동체의 생존 본능과 인간적인 양심의 갈림길을 동시에 보여주었습니다.

싸움은 끝났지만,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민호는 “지킨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며, 

이 전쟁 속에서 ‘인간으로 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전투 이후의 상처와, 

공동체가 새롭게 결속해 나가는 과정이 전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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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0-21 09: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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