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용
[한국심리학신문=박재용 ]
“너의 몸을 넘어선 힘은, 마음을 다스리는 순간 나온다.”
—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2016) 속 ‘에인션트 원’의 대사

출처 | 닥터 스트레인지(2016), Marvel Studios
위 사진은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2016)'에서 주인공 '스트레인지'가 마법을 쓰기 전, 명상을 하며 기를 모으는 장면이다. 원래 외과의사로 성공했던 그는, '카마르타지'라는 외딴 장소에서 마법을 쓰기 위해서 마음을 모두 비워야 했다. 결국 '에인션트 원'의 가르침을 따라 흩어진 마음을 한데 모을 수 있게 되자, 그는 시간과 공간을 모두 통제하는 마법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엄청난 마법을 쓰기 위해서 스트레인지는 급박한 상황에도 항상 사진처럼 눈을 감고 차분히 숨을 고른다.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도 말이다. 과연 이것은 픽션 영화의 영화적 연출 정도에 불과할까. 어쩌면 이 영화는 그만큼 '명상'이 가지고 있는 '대단한 힘'을 주인공을 통해 넌지시 강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명상의 장점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좋다고 알려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명상을 하고 있지는 않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가?
과연, 명상은 정말 영화가 강조하고 있는 만큼의 유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명상, 주의 집중하기

우선, 우리는 명상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많이 들어보고 대충 따라해보기만 했지, 명상이 어떤 것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명상이란 정확히 뭘까?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캠퍼스 통합의학부(2018)에 따르면, 명상은 '주의'와 '인식'을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무슨 말일까? 예를 들어, 우리가 카페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우리는 분명 우리가 노려보고 있는 공부 내용에 대해서만 몰입하려고 노력하지만 수많은 방해꾼들이 있다. 지나가면서 깔깔대는 소리, 감미로운 카페의 음악 소리, 옆 테이블의 달그락거리는 소리. 우리는 이 모든 것에 우리의 '주의'를 조금씩 빼앗기고 있다. 즉, 이렇게 낭비되는 신경들을 오롯이 우리가 원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바로 '명상'이라는 의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중적인 명상은 눈을 감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많이 다르지 않은가? 그렇다면 명상은 꼭 눈을 감고 앉아있지 않고도 할 수 있을까?
'진짜' 명상의 시작

눈을 뜨고 하는 명상, 말로 들으니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실제로 눈을 뜨고 한 명상에서의 효과는 입증된 바 있다.
호주 스윈번 공과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뇌과학 연구에서 눈을 감지 않고 명상했을 때에도 명상과 유사한 뇌 활동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Wong et al., 2015). 자기뇌파 측정 결과, 눈을 뜨고 명상을 했을 때 활성화된 뇌의 영역들이 집중력 조절을 도왔기 때문이었다.
이 결과는 우리가 명상을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에 대해서도 좋은 지침이 되어준다. 보통 처음 명상을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서 그냥 눈을 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얼굴은 편안해 보이지만, 머릿속에선 오히려 온갖 잡생각이 떠다니게 된다. 그 누구도 이것을 바로잡아 주지 못한다.
만약 이제껏 눈을 감을 때 주의, 집중을 한 군데 모으기 어려웠다면, 눈을 뜨고 명상을 해보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걷기 명상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마음챙김 프로그램에서 '걷기 명상'을 진행한 참가자들은 눈을 감고 앉아 하는 명상과 비슷한 수준의 긍정적인 뇌 변화가 나타났다고 한다(Gotink et al., 2016).
휴식에 더한 '자기 발전'

명상은 시작이 중요하다. 대부분 명상의 첫번째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스트레스 완화'이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무엇 하나 새로 시작하기가 귀찮은 현대인들에게는 좀 더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연구진들의 실험에 따르면, 2주간 대학생들에게 짧은 명상 훈련을 실시했더니 대학원 입학시험 독해 점수가 향상되었다고 한다(Mrazek et al., 2013). 즉, 명상이 심신을 안정시켜줄 뿐만 아니라 학습 효율까지 향상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내용처럼, 명상은 단순히 휴식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하나에 주의, 집중을 하는 연습이기 때문이다.
깨어 있는 삶을 위하여

'브레인 롯(Brain-rot) 시대.'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발행한 『나라경제』 2025년 4월호에서, 집중력과 문해력이 약화된 오늘날을 이렇게 묘사했다(Korea Development Institute, 2025). 점점 길이는 짧고 도파민은 터지는 영상들이 늘어나면서, 우리의 집중력은 반대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는 떨어진 집중력을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그저 매일 지쳐 쓰러진 몸을 회복하기 위해 더 많은 영상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매일, 콘텐츠를 소비하기만 하는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간다.
당신은 휴식할 때 보는 영상에 자발적으로 집중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가? 아니면, 습관적으로 영상을 틀어 놓고 멍을 때리며 시간을 흘려보내는가.
당신이 당신의 인생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이것은 당신의 집중력을 뒤돌아볼 좋은 기회이다. 귀찮게 조용한 장소를 찾아 형식적인 자세로 명상할 필요가 없다.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작은 것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여 보자. 어제의 나, 1주일 전의 나와 달라진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인 세네카(Seneca)의 집중력과 관련된 격언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우리는 짧게 사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을 뿐이다(It is not that we have a short time to live, but that we waste much of it.).”
*참고문헌
1) Gotink, R. A., Meijboom, R., Vernooij, M. W., Smits, M., & Hunink, M. G. M. (2016). 8-week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induces brain changes similar to traditional long-term meditation practice—A systematic review. Brain and Cognition, 108, 32–41. https://doi.org/10.1016/j.bandc.2016.07.001
2) Korea Development Institute (Economic Information Center). (2025, April). 브레인 롯 시대: 숏폼 중독이 불러온 인지 퇴화. 나라경제. https://eiec.kdi.re.kr/publish/naraView.do?cidx=15115&fcode=00002000040000100021&sel_month=04&sel_year=2025
3) Mrazek, M. D., Franklin, M. S., Phillips, D. T., Baird, B., & Schooler, J. W. (2013). Mindfulness training improves working memory capacity and GRE performance while reducing mind wandering in university students. Psychological Science, 24(5), 776–781. https://doi.org/10.1177/0956797612459659
4)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Integrative Health. (2024, January 17). Meditation for health & happiness: Overview for clinicians.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School of Medicine and Public Health. Retrieved from https://www.fammed.wisc.edu/integrative/resources/modules/meditation/
5) Wong, W. P., Camfield, D. A., Woods, W., Sarris, J., & Pipingas, A. (2015). Spectral power and functional connectivity changes during mindfulness meditation with eyes open: A magnetoencephalography (MEG) study in long-term meditators. International Journal of Psychophysiology, 98(1), 95–111. https://doi.org/10.1016/j.ijpsycho.2015.07.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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