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
[한국심리학신문=김연호 ]
AOA 공식 컨셉 이미지
“춤을 추듯 몸을 흔드는 영상, 필터 속 익명성, 그리고 '밈'으로 변주되는 나.”
요즘 SNS 피드를 열면, 비슷한 장면이 끝없이 반복된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여러 챌린지들, 혹은 AI를 이용한 웃긴 사건들이나, 다양한 페르소나를 이용한 자아 연출과 애니메이션 명장면, 중2병 콘텐츠 등 미디어의 재생산까지. 그 안에서 사람들은 단순히 '보는 존재'가 아니라, '재연하는 존재'로서 스스로를 기록한다. 이 현상은 단순한 유행의 문제가 아니다.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말한 '시뮬라크르(Simulacre)', 즉 원본이 사라지고 복제된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하는 상태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사례다.
SNS의 알고리즘은 단지 콘텐츠를 '추천'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용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소외된다'는 불안감을 자극한다.
누군가의 댄스 릴스, 특정 사운드, 혹은 익살스러운 표정 하나가 순식간에 밈(meme)으로 확산되면, 사람들은 '좋아요'를 누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같은 음원을 사용하고, 직접 같은 동작을 따라 하며 '나 또한 그 세계 안에 존재함'을 증명한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미러링(mirroring), 내지는 사회적 동일시(social identification)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은 타인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하며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다.
즉, "나도 해봤어"라는 행위는 단순한 유행 참여가 아니라 디지털 사회에서, 소멸하는 존재들의 '존재 인증' 행위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콘텐츠 중 상당수가 과거의 문화적 모티프를 차용한다는 사실이다. 90년대 TV 프로그램, 2000년대 광고 음악, 아날로그 카메라 질감까지 — 그들은 과거의 향수를 단순히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감정으로 재해석한다.
보드리야르식으로 말하면, 이는 "원본이 없는 복제"의 시대다. 우리는 ‘실제 경험’보다 그것을 흉내 내는 이미지와 감각 속에서 더 큰 만족을 얻는다. 그리하여 현실의 '나'보다, 디지털 상의 '나'가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결국 사람들은 ‘진짜 경험’을 추구하는 대신, '경험의 이미지'를 소비한다.
인스타그래머 퐁귀의 영상 속 반복되는 동작과 웃긴 대사는 단지 ‘밈’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녀의 '골반이 멈추지 않는' 움직임은 어쩌면 과거와 현재의 모티프적 연결이자,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체험의 교두보'이며, 알고리즘이 설계한 반복의 리듬, 즉 SNS가 인간의 욕망을 예측하고 유도하는 디지털 의식의 패턴화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창조자가 아니라, 플랫폼이 설계한 리듬을 살아가는 배우다. 프리데리크 로르동은 인간이 상위 주체에 예속되며,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모른 채 상위 주체의 욕망을 따라간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플랫폼이 상위 주체, 우리가 그 플랫폼에 속하는 하위 주체로서 알고리즘과 선두되는 콘텐츠들을 따라하는, 연기자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리듬에 맞춰 스스로를 표현하며, ‘자율적 참여’라는 착각 속에서 자아를 연출한다.
그것이 마냥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결국 실제로 인간이 감각하는 재미와 흥미는 실재적인 것이며,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가짜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직접 존재하고 직접 결정하는 주체로서 살아가기 위해 어떤 것들을 선택하고 향유할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할 듯 하다.
현대인의 SNS는 단순한 소통의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감각, 욕망, 정체성의 실험실이다. 그것은 우리 시대의 시뮬라크르다 — 현실의 몸이 아닌, 스크린 속 리듬에 반응하는 새로운 자아의 출현이다.
결국, 멈추지 않는 골반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멈출 수 없는 ‘자기 복제의 충동’이자, 현대인의 존재 방식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프리데리크 로르동 - 자본주의와 자발적 예속, 진인진 (2024).
배영달 - 속도의 예술 초미학, 앨피 (2019).
장 보드리야르 - 소비의 사회, 문예출판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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