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
[한국심리학신문=이경민 ]

노래를 연습하거나, 중요한 발표를 준비할 때처럼 일상의 다양한 순간에서 자신의 ‘녹음된’ 목소리를 접하게 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뭐지? 이게 정말 내 목소리라고?” 같은 위화감을 느껴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듣는 '나의 소리'와 기계가 포착한 '녹음된 소리'는 과연 어떤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에 이토록 다르게 느껴지는 것일까? 이 낯선 괴리의 비밀을 소리의 전달 경로와 뇌과학의 관점에서 파헤쳐 본다.
우리가 평소에 듣는 자신의 목소리에는 두 가지 소리가 섞여 있다. 첫 번째는 입 밖으로 나와 공기를 통과해 귀에 들어오는 소리이다. 이것을 공기 전도(air-conducted pathway)라고 부른다. 두 번째는 성대에서 나온 진동이 머리뼈를 타고 직접 귀로 전달되는 소리이다. 이것을 뼈 전도(bone-conducted pathway)라고 한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서 우리가 듣는 '진짜' 내 목소리가 완성된다. 그런데 녹음된 목소리는 오직 공기 전도로만 이루어져 있다. 뼈를 통해 전달되는 소리는 녹음기에 담기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녹음된 목소리는 뼈 전도의 저음과 풍부한 느낌이 빠져 평소보다 더 높고 가늘게 들린다. 이게 바로 우리가 녹음된 목소리를 어색하게 느끼는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면 녹음된 목소리를 원래의 내 목소리처럼 만들 방법은 없는가? 연구자들은 녹음된 목소리에 여러 가지 필터(소리를 변형하는 기술)를 적용해 실험했다. 특정 주파수를 조절하는 필터나, 참가자들이 직접 목소리의 높낮이나 떨림을 조절하게 하는 방법 등이 사용됐다.
하지만 결론은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완벽한 필터는 없다"라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은 필터를 적용하지 않은 원본 녹음본이 가장 자기 목소리 같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필터를 조정한 목소리를 선택했다. 이렇게 사람마다 선호하는 필터가 다른 이유는 목소리 주파수나 뼈 구조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개인차가 크지만 개인별로 보면 일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며칠 뒤 같은 실험을 해도 자신이 가장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낀 목소리와 가장 '다르다'고 느낀 목소리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는 우리가 평생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내 목소리'에 대한 인식을 단단하게 굳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녹음된 목소리를 자신의 목소리와 같게 하는 필터가 사람마다 다르듯, 실제로 이야기를 하거나 노래하는 도중에 자신의 목소리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도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박세미의 수다가 체질>에서 남도형 성우는 손으로 귀를 모으고 이야기를 하면, 확산되는 음성을 더 잘 수음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정확히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필자 본인은 중지 손가락으로 한쪽 귀를 막은 다음, 손바닥의 아래쪽이 입 쪽을 향하도록 손을 살짝 오므려줄 때 자신의 목소리를 파악하기 가장 쉬웠다. 이 방법을 통해 기존에는 음을 맞추지 못했던 노래도 정확한 음으로 부를 수 있게 된 경험이 있다. 다만, 이처럼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여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청취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는 녹음된 소리를 들어보거나 타인에게 피드백을 받는 등 객관적인 검증이 병행되어야 한다.
위의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의 뇌 활동도 함께 분석했다. fMRI(뇌 영상 촬영)를 사용해 어떤 목소리를 들을 때 뇌가 더 활발하게 반응하는지 알아본 것이다.
결과는 어땠는가? 뇌의 상측두회(superior temporal gyrus, STG)라는 영역이 자신의 목소리와 가장 다르게 느껴지는 목소리를 들을 때 더 많이 활성화됐다. 반대로 가장 유사한 목소리를 들을 때는 활성화가 덜했다.
이런 현상을 '신경적 선명화(neural sharpening)'라고 설명할 수 있다. 우리 뇌는 평생 들었던 '진짜 내 목소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그 목소리를 들을 때면 굳이 애써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 일종의 '자동 모드'인 셈이다. 하지만 낯선 녹음된 목소리를 들을 때는 '이게 뭐지?' 하고 더 열심히 분석해야 하니 뇌 활동이 커지는 것이다.
결국, 녹음된 목소리에 대한 어색함은 단순히 소리의 높낮이 차이뿐 아니라, 우리의 뇌가 '나의 소리'를 얼마나 확고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현상이다. 이처럼 낯설게 들리는 녹음된 목소리는 우리 뇌의 복잡하고 놀라운 자기 인식 능력을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증거인 셈이다.
*참고문헌
1) Hosaka, T., Kimura, M., & Yotsumoto, Y. , “Neural representations of own-voice in the human auditory cortex”, Scientific Reports, 2021
2) “남도형 성우가 알려주는 나의 진짜 목소리 듣는 방법”, (2024.08.26.)> https://youtube.com/shorts/eru7swST_H8?si=WLDRUWXqYSArzl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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