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서
[한국심리학신문=조은서 ]
“떡잎마을 탐정 동아리, 청춘, 파이팅-!”
짱구와 친구들의 모험은 우리 모두가 겪는 청소년기의 불확실함과 성장 욕구를 상징한다.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29기: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떡잎학교>는 청춘이 가진 불안과 갈등, 그리고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심리학적 이론들과 밀접하게 연결해 흥미롭게 그린다.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론: 자아정체성 대 정체감 혼미
에릭슨은 청소년기를 ‘자아정체감 대 정체감 혼미’ 단계로 본다. 이 시기에는 급격한 신체적인 변화와 함께 새로운 사회적 압력과 요구에 부딪히며 어떻게 새로운 상황에 대응해야 할지 당황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 물음과 함께, 자신만의 가치관과 미래 방향을 탐색할 때다. 실제로 떡잎학교의 학생들은 ‘앨리트 포인트 제도’ 시스템 등을 통해 사회가 정해준 틀 안에서만 ‘성장’해야 한다고 강요받는다. 그리고 짱구와 친구들이 이건 우리가 원하는 학교가 아니라고 깨닫고, 철수를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이 바로 ‘긍정적인 자아정체감’의 탄생일 것이다. 짱구 일행이 사회적 역할(role)에 순응하라는 압력 속에서 자아 탐색과 자율성을 찾는 과정은, 청춘의 불안정함 속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아정체감을 찾아감을 상징한다. 이를 실제로 청춘들이 겪는 입시·진로·사회적 기대와 자아 간의 갈등을 직접적으로 영화에 투영하여 보여준다.
구석애 선생님: “원래는 이렇게 알려주면 안 되지만, 선생님은 사람이니까 가끔 실수할 때도 있답니다.”
자기결정이론과 청춘의 저항: 자율성의 발견
자기결정이론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을 중심으로 내재적 동기를 형성한다고 본다. 먼저 자율성(Autonomy)은 개인이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고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과 욕망을 뜻한다. 이는 외부의 압력이나 강요가 아닌,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의해 행동하려는 성향이다. 다음으로 유능성(Competence)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개인의 역량을 확장하고 발전시키려는 욕구를 의미한다. 자신이 능숙하다고 인식함으로써 효율성과 자신감을 느끼게 하는 심리적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관계성(Relatedness)은 타인과의 정서적 연결, 소속감, 그리고 친밀한 관계를 이루고자 하는 욕구를 가리킨다. 다른 사람들과 관심을 주고받으며 사회적 유대 속에서 안정감을 느낄 때 이 욕구가 충족된다. 이 이론은 인간의 동기를 자율성의 수준에 따라 ‘무동기 → 외적 동기 → 내적 동기’의 연속적인 과정으로 설명한다. 즉, 처음에는 외부 요인에 의해 유발된 행동이 점차 개인의 가치체계 속에 내면화되어 자기결정적인 행동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결국 자기결정이론은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이라는 세 가지 기본 욕구가 충분히 충족될수록 개인의 내재적 동기와 심리적 성장, 행복감이 증대된다고 본다. 특히 청소년기는 이러한 욕구가 채워질 때 자발적이며 지속 가능한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시기이다. 짱구와 친구들은 영화에서 자율성과 유능성을 바탕으로 외부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의지로 철수와 대결을 펼친다. 또한 짱구와 친구들 모두 마라톤에 임하며 관계성을 맺고, 이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대결에 진심으로 임한다. 이는 청춘들이 가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욕구’가 얼마나 강력한 성장 동력인지 보여준다.
짱구 엄마: “지금 뭐하는 거야?”
짱구: “마라톤”
짱구 아빠: “왜 갑자기 마라톤을 해?”
짱구: “아, 그거야 철수를 이겨야 하니까 그렇죠. 아셨어요?”
짱구 부모님: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짱구 엄마: “아무튼 달려야 하는 거지?”
짱구: “네.”
짱구 아빠: “이기고 싶은 거지?”
짱구: “네.”
짱구 엄마: “짱구 철수를 위한 일이야?”
짱구: “네.”
짱구 아빠: “좋아. 잘하고 와. 힘내고”
짱구: “네.”
은질주: “저어... 안 말리세요? 어린아이가 마라톤을......”
짱구 아빠: “하지 말란다고 그만둘 분위기가 아니잖아.”
은질주: “그렇지만 다들 비웃고 있는데요?”
짱구 엄마: “자주 있는 일인데 뭐. 친구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거니까, 오히려 자랑스럽지. 그리고, 뭔가 열심히 하는 사람을 비웃는 못난 녀석들은 대머리 독수리한테 머리를 쪼여봐야 돼.”
가장 빛나는 시절, 청춘을 앞두고 있는, 청춘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그리고 청춘이 지나갔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내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 건지 고민이 가장 많던 시기였다.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는 건지. 노력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기대만큼 결과는 안 나오는 것 같은 건지. 지쳤는지 왜 그렇게 책상 앞에만 앉으면 눈물이 났는지. 그랬던 나에게, 어떤 모습의 청춘이든 괜찮다는 것을 알려준 참 고마운 영화이다.
청춘은 때때로 폭풍 같고, 외로움과 불확실성에 흔들린다. 가끔은 내가 어디로 가는지, 또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는 순간도 반복된다. 그러나 그 모든 혼란과 불안은 당신이 성장하는 과정이며, 고통 섞인 발걸음 하나하나가 당신이라는 존재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든다.
청춘기의 불안과 고민이 결국 성숙한 자아로 나아가는 필수 여정임을 확인한다. 청춘의 저항은 독립적인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가능성을 실현하려는 과감한 시도이며, 당신이 스스로 선택하며 걸어가는 길 자체가 의미 있다.
당신이 달렸던 골목, 그곳에 스며든 따뜻한 햇살처럼 지나온 시간과 기억들은 언젠가 다시 당신을 품어줄 것이다. 그리고 내일,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빛나는 당신이 되어 세상에 새로운 흔적을 남길 것이다.
당신의 청춘은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에 겪어보는 일들 중에 쓸데없는 경험은 없지 않을까요?”
“어떤 청춘을 보내든, 나중엔 웃으면서 추억을 떠올리면 좋겠어요” - 구석애 선생님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29기 中)
출처 : 노동일보
*참고문헌
1)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 울산대학교 인문대학 철학·상담학과, 2018.07.12, https://sopia.ulsan.ac.kr/sopia/1565?action=view&no=141187
2) 비움심리상담, "심리상담: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성격발달이론 5-6단계", 비움심리상담센터, 2016.12.09, http://www.maumbium.com/edu/data_read.php?data=c2VxPTExMCZwYWdlX25vPTE1JmtleTE9JmFucz0=%7C%7C
3) "[코치가 반드시 알아야 할 코칭 Theory]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SDT)", 한국코칭신문, 2024.04.10, http://coachingnews.co.kr/View.aspx?No=3191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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