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진
[한국심리학신문=이혜진 ]

출처: pixabay.com
노트북을 켜면 과제 창 옆에 유튜브가 같이 켜져 있다. 처음엔 그냥 음악만 틀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다른 영상으로 넘어가 있다. 집중이 흐트러지는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멈추기가 어렵다. 이것을 우리는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왜 우린 굳이 동시에 여러 일을 하려는 걸까?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어버린 멀티태스킹
심리학자 캐리어(Carrier) 연구팀은 세대별로 멀티태스킹 습관이 어떻게 다른지 조사했다. 그 결과, 1980년대 이후 태어난 ‘넷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훨씬 많은 일을 동시에 하는 경향을 보였다. 음악을 들으며 밥을 먹고,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공부하는 게 당연한 일상처럼 된 것이다.
아마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라면서 ‘주의를 나누는 방식’이 기본값이 된 세대이기 때문일 거다. 우리에게 멀티태스킹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그냥 익숙한 리듬이다.
하지만 뇌는 생각보다 멀티에 약하다
그런데 연구들은 이런 습관이 실제로 효율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오피어(Ophir)와 동료 연구진은 미디어 멀티태스킹을 자주 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비교했다. 결과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주의 전환이 느리고 방해 자극을 억제하는 능력이 약했다.
즉, 여러 일을 동시에 하려는 습관이 집중력 자체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우리가 ‘나는 두 가지를 같이 해도 괜찮아’라고 느낄 때도, 사실 뇌는 매번 전환 비용을 치르고 있다.
연결되고 싶은 마음
그렇다면 왜 굳이 멀티태스킹을 하는 걸까? 한국의 연구자 한지혜·박선영·김지현(2022)은 간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멀티태스킹 동기를 조사했다. 그 결과, 흥미로운 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단순히 심심해서가 아니라, 정보를 놓치고 싶지 않거나,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싶어서 멀티태스킹을 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종종 phubbing(대화 중에도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상대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결국 멀티태스킹은 효율을 위한 행동이라기보다, 끊임없이 연결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거다.
도파민, 그리고 알림의 유혹
또 신경과학적으로 보면, 이건 도파민 이야기로 이어진다. 웨스트브룩(Westbrook, 2020)은 도파민이 ‘보상의 가치’를 부풀리고, ‘노력의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스마트폰 알림이나 새로운 영상은 이런 도파민 회로를 자극하는 ‘즉각적인 보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하는 일보다 새 자극에 더 끌리고, 그게 반복되면 주의가 쉽게 흩어지는 뇌의 습관이 만들어진다. 결국 “공부보다 알림이 더 중요해 보여서”가 아니라, “뇌가 그렇게 느끼게 만드는” 셈이다.
완전히 나쁜 건 아닐지도
물론 멀티태스킹을 완전히 나쁜 습관으로만 볼 수는 없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여러 흐름을 동시에 관리하는 건 어쩌면 새로운 적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언제 멀티를 하고, 언제 멈출지를 알고 선택하는 힘이다. 잠깐 알림을 꺼두고, 해야 할 일 하나에만 집중해보는 연습. 그건 단순한 절제가 아니라, 주의의 방향을 스스로 조절하는 훈련에 가깝다.
하루에도 수십 번 화면을 전환하며 살아가는 우리. 다음번에 유튜브를 켜놓고 과제를 시작하려 할 때, 잠깐만 멈춰보자.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새로운 자극일까, 아니면 잠깐의 집중일까?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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