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그 너머의
기사 메일전송
편견, 그 너머의 - 메이저리그에서의 동양인, 고정관념 위협?
  • 기사등록 2025-11-10 08:31:21
  • 기사수정 2025-11-10 08:31:59
기사수정



Micael Inzlicht의 [Streotype Threat] 책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가을 하면 높고 맑은 하늘, 풍성한 음식, 가족과 함께하는 추석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포츠 팬들, 특히 야구 팬들에게 가을은 환희와 아쉬움,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가을야구’의 계절이다.


지난 10월 9일, 삼성과 SSG의 1차전을 시작으로 한국의 가을야구가 막을 올렸다. 그리고 10월 29일, 한화와 LG의 3차전이 펼쳐지며 우승을 향한 뜨거운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 야구의 열기에 못지 않게, 세계 최고 수준의 야구 리그인 미국·캐나다의 메이저리그(Major League Baseball, MLB) 월드시리즈도 전세계의 이목을 끌며 시작되었다. 


아메리칸 리그(AL)와 내셔널리그(NL)의 우승팀이 맞붙는 월드시리즈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 전세계 야구 팬들의 축제이자 관심의 중심이다. 특히 박찬호, 추신수, 류현진 등 많은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해온 만큼, 우리나라도 그 관심은 남다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만큼, 메이저 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강한 힘과 뛰어난 체격 등 탁월한 신체 조건이 요구된다. 이로 인해 ‘체격 조건이 왜소하다’는 편견 속에 동양인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기대와 차별적인 시선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 메이저 리그에서 가장 주목 받는 선수는 다름 아닌 일본 출신의 오타니 쇼헤이다. 그는 지난 10월 28일, 화요일 토론토와의 3차전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해 4타수 4안타 3타점 3득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오타니는 단순히 ‘동양인임에도 불구하고’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 그는 메이저리그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소화하는 ‘투타겸업’이라는 전례 없는 길을 개척하며 뛰어난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작고 왜소하다”, “리그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금세 기량이 떨어진다”는 동양인에 대한 고정관념 속에서도 오타니는 어떻게 꾸준히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은 고정관념이 개인의 수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고정관념과 편견, 그리고 ‘고정관념 위협’



야구에서 동양인을 향해 “작고 왜소하다”는 시선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일상 속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고정관념’과 ‘편견’의 일환이다. 이 두 개념은 종종 혼용 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고정관념은 특정 집단에 대한 일반화된 믿음으로,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모두 가질 수 있는 중립적인 개념이다. 반면 편견은 감정적(affective) 평가가 개입된 부정적인 태도를 의미한다. 


고정관념은 때로는 빠른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개인의 다양성과 현실을 왜곡하고, 성취를 저해하는 ‘고정관념 위협(Streotype Threat)’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교수이자 유명한 사회 심리학자인 클로드 스틸(Claude M. Steele) 교수는 “A Threat in the Air”라는 논문을 통해 이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고정관념 위협이란,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스스로 뒷받침하게 될까 두려워하며 위축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건장한 남성이 어두운 골목길에서 낯선 여성과 마주쳤을 때, ‘남성은 위협적일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의식한 남성은 자신이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괜히 뒤로 멀찍이 떨어져서 걷거나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등의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상대방의 불안을 증폭 시킬 수 있다. 이처럼 고정관념을 의식하는 순간, 우리는 그 고정관념을 피하려다 오히려 그 틀에 갇히게 된다. 


스틸 교수의 연구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명확히 드러났다. 흑인 학생들에게 시험 전에 인종을 표기하게 했을 때, 시험이 끝난 후 인종을 표기하게 했을 때보다 성적이 유의하게 낮아졌다. 반면, 백인 학생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실제 수행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볼 수 있다.  




고정관념 위협을 극복하는 두 가지 방법: 롤모델과 목표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고정관념 위협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연구들은 두 가지 효과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바로 롤모델의 존재와 미래에 대한 목표 설정이다. 


Spencer, Steele, & Quinn(1999)의 연구는 ‘여성은 수학에 약하다’는 고정관념이 실제로 여성의 수학 수행을 저하 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때 자신과 유사한 배경을 가진 롤모델이 존재할 경우, 고정관념 위협은 줄어들 수 있음이 나타났다. 마치 첫 여성 과학자로 노벨상을 비롯해 뛰어난 성과를 거둔 마리 퀴리가 과학 분야에서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반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은 종종 고정관념을 깨는 사례를 “예외”라고 치부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이 한정된 인지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가능한 적은 정보와 노력으로 빠르게 판단을 내리려는 경향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운동 실력이 뛰어난 작은 체구의 학생을 보면서, “체격이 작으면 운동이 불리하다”는 고정관념을 바꾸기보다는, “저 학생은 작지만 유연성이 뛰어나서 가능한 아주 일부의 예외일 거야”라고 해석해버리는 경우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더욱 중요한 전략이 바로 ‘미래의 나’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다. 


Oyserman, Bybee, & Terry (2006)의 연구는 미국 디트로이트 지역의 저소득층, 소수 인종의 중·고등학생에게 ‘미래의 나’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그 목표를 향한 실행 계획을 세워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개입을 거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학업 동기 및 성취가 향상되었고, 중도 탈락률(drop-out) 역시 유의하게 감소했으며, 개입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는 수 개월이 지나도 유지되었다. 이는 고정관념 위협을 극복하는 데 있어 ‘미래의 나’라는 목표가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으며, 수행 저하를 유발하는 고정관념의 영향을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고정관념에 빼앗기는 시선을 비로소 '나 자신'에게 맞출 때 고정관념의 위협은 점차 힘을 잃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나의 기준, 스스로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에 집중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오타니 쇼헤이: 고정관념을 넘어선 롤모델



7회 동점 솔로포를 터뜨린 뒤 환호하는 LA 다저스 간판타자 오타니 쇼헤이. 로이터=연합뉴스

2025년 10월 29일,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오타니는 전날의 격전 끝에 선발 투수에 나섰지만, 아쉽게도 실점을 기록했다. 이는 그가 이번 포스트시즌 처음으로 허용한 홈런이자, 이전 경기들과 비교해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고정관념의 가장 큰 위협은 그것을 끊임없이 극복하며 증명해야 된다는 압박이다. 단 한번의 실수로도 고정관념은 더욱 공고해질 수 있고, 그 부담은 우리를 조급하게 만들며, 나아가 더 큰 실수를 유발한다. 


오타니가 훗날 어떤 선수로 기억될지는, 그의 역사의 한복판에 서 있는 지금의 우리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는 투타겹업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언젠가 같은 길을 걷게 될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그가 직접 만든 ‘만다라트’는 그의 자신의 꿈을 향한 열정과 뚜렷한 목적의식을 잘 보여준다. 그런 그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누구보다도 오타니라면 정말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어린 기대감을 자연스럽게 품게 되는 것이다. 

 

고정관념 위협은 마치 공기처럼 우리 주변에 스며들어, 알게 모르게 우리의 행동을 제약하고 의지를 꺾는다. 하지만 그 공기를 뚫고 나아가는 힘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미래를 향한 분명한 목표에서 비롯된다. 오타니와 같이 고정관념을 깨는 반례가 되고, 또 나와 같은 길을 걸어올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기 위해 우리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게 지나온 시간들을 통해, 우리는 어느샌가 우리가 꿈꾸던 그곳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출처]

  1.  1) A-ROD와 지터도 감탄, "오타니는 더 높은 리그에서 뛰어야" 인간 한계 초월했다

  2.  2) “너넨 작고 왜소해 무리야”...미국서 동양인 편견, 이 나라 선수가 깨뜨릴 수 있었던 이유 [한중일 톺아보기] - 매일경제

  3.  3) SBS Golf 뉴스 : 전체 뉴스 : [정진구의 해피베이스볼] 편견을 깨야 할 동양인 메이저리거들 : SBS Golf

  4.  4) [TONG] 새해 계획은 괴물 투수 오타니의 ‘만다라트’ 따라잡기로 | 중앙일보

  5.  5) Steele C. M. (1997). A threat in the air. How stereotypes shape intellectual identity and performance. The American  psychologist, 52(6), 613–629. https://doi.org/10.1037//0003-066x.52.6.613

  6.  6) Spencer, S. J., Steele, C. M., & Quinn, D. M. (1999). Stereotype threat and women's math performance.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35(1), 4–28. https://doi.org/10.1006/jesp.1998.1373

 7) Oyserman, D., Bybee, D., & Terry, K. (2006). Possible selves and academic outcomes: How and when possible selves impel ac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1(1), 188–204. https://doi.org/10.1037/0022-3514.91.1.188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11455
  • 기사등록 2025-11-10 08:31:21
  • 수정 2025-11-10 08:31:5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