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은
[한국심리학신문=정하은 ]
출처 : TVING 시리즈 <환승연애>
헤어진 애인과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우린 어떤 선택을 할까? 헤어진 이들끼리 한곳에서 합숙하며 새로운 연애 상대를 탐색하는 발상을 현실로 옮긴 예능이 있다. “네가 자기야 미안해했잖아? 환승 연애 이딴 거 안 나왔어.”와 같은 대사들이 밈으로 퍼질 만큼 화제성을 몰고 온 <환승 연애>는 설레고 풋풋했던 타 연애 프로와 확실히 다르다. 전 애인인 X와의 긴장감과 새로운 사람과의 설렘.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주며 단순히 설레기만 했던 연애 프로의 틀을 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연애 프로가 뜨기 시작하면서 이를 통해 화제가 된 유튜브 채널이 있다. 정기적으로 잡담이 주를 이루는 콘텐츠가 주인 ‘찰스엔터’ 채널은 <환승 연애>를 보는 리액션 영상을 업로드하며 과몰입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현실적인 반응과 입담을 통해 <환승 연애>는 안 봐도 찰스엔터의 영상은 본다는 말이 있을 만큼 ‘리액션 영상’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환승 연애>의 새 시즌이 올라올 때마다 유튜브 채널의 리액션 영상에 대한 화제성과 궁금증은 함께 동반된다. 직접 프로그램을 보지 않아도 재미로 찾게 되는 리액션 영상. 우리는 무슨 이유로 끌리는 걸까?
출처 : YOUTUBE '찰스엔터'
1) 대리 시청이 주는 몰입
리액션 영상들에서 가장 크게 보이는 건 대신 영상을 시청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상을 보며 즉각적으로 보이는 반응은 큰 재미 요소이다. 그들이 단지 대리 시청을 해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대신 반응하고 과몰입해주는 것 자체가 콘텐츠의 핵심이다. 우리는 이 대리 시청을 통해 그들이 보고 느끼는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그들의 반응과 표정을 보며 마치 함께 경험하는 것처럼 비슷한 감정에 동조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대리 만족과 같이 내가 느끼고자 했던 설렘, 놀람 등의 감정을 영상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모든 에피소드를 모두 시청할 필요가 없다. 리액션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프로그램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드라마의 클립 영상을 봐도 이야기의 일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리액션 영상에서의 반응은 클립을 엿보게 하며 오히려 프로그램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만든다. 그렇기에 보다 짧은 영상만으로도 몰입할 수 있는 효율성은,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이들의 니즈와도 맞물린다.
<환승 연애>와 같은 연애 프로는 주로 출연자 간의 서사가 주를 이룬다. 그만큼 출연자들의 감정이 과감하게 드러나며 그에 따른 감정들은 때로 피곤하게 다가온다. 특히 출연자들 간의 긴장과 불안, 질투와 같은 상황들 또한 최대한 리얼하게 보여지는 만큼 너무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직접 찾아 보는 게 간혹 부담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타인의 리액션은 마치 쿠션과도 같은 역할이 되어준다. 타인의 리액션을 통해 우리는 이미 필터링된 감정을 전달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접적으로 그들의 상황을 조금 뒤에 떨어져서 지켜보며 우리는 적당한 선에서 같이 과몰입하거나 혹은 가볍게 즐기고 넘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 옆 집 친구와도 같은 거리감 - 날 것이 주는 매력
‘찰스엔터’와 같은 채널 대부분은 친구와도 같은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 그들의 채널은 주로 소통과 대화, 일상이 주인 만큼 리액션 영상 또한 마치 친구와 함께 앉아 티비를 보는 듯한 구도로 진행된다. 제 3자로서 영상을 지켜보며 그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유추하게 하는 영상들은 마치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 편안함 또한 동반한다. 실제로 특정 장면들을 보며 툭툭 던지는 말이나 현실적인 반응들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로서 내뱉는 솔직하고 거품 없는 대화를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빠져들게 된다.
출처 : YOUTUBE '찰스엔터'
오늘날 개인화된 미디어 속에서 사람들은 감정적 연대를 원한다. 즉 이 콘텐츠가 얼마나 내 일상과 가깝고 공감이 잘 되는지에 대한 거리감은 영상을 고르는 기준이 되어준다. 리액션 콘텐츠는 감상을 넘어 보고 공감하는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계속 찾아보고 지속해서 시청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함께 본다’는 의미가 더욱 강조되고 있는 요즘, 친구와 수다 떠는 것과 같은 감정 교류를 대체해주고 있는 셈이다.
결국 '찰스엔터'와 같은 채널은 대리인으로서 <환승 연애>를 보고 마치 내 연애를 조언해주는 가까운 친구 혹은 지인처럼 누구보다 열심히 몰입하고 반응해주는 역할에 충실한다. 덕분에 시청자 또한 쉽게 반응하면서 프로그램에 관심이 가도록 가까운 거리감을 만들어가고 있다.
출처 : TVING <하트시그널4>
하지만 이건 단지 <환승 연애>에 관련된 리액션 영상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늘날의 리액션 콘텐츠는 단순히 이런 연애 프로를 넘어서서 음악과 영화, 각종 영상물에 상관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2차 생산 콘텐츠에서 머무는 것이 아닌 감정을 과잉 소비하는 것에 지친 현대인들의 감정을 대변해주고자 하는 욕구에서 반영된 현상일지도 모른다. 타인의 감정을 대신 전달 받으며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이다. 디지털이 보편화하면서 개인화된 사회라고 하지만 어쩌면 이는 디지털이 주는 공감과 감정 교류의 새로운 형태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통해 사랑의 설렘 혹은 아픔을 배우는 건 연애 프로 자체에서 출연자들이 대신 경험하며 시청자들에게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리액션 콘텐츠를 단순한 유행으로 보는 것이 아닌 새로운 감정 소비 방식으로 이해해보는 것이 어떨까?
참고 문헌
1) 이보수. (2023).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환승연애1> 포맷 구성의 특성에 관한 연구 [석사학위논문, 한양대학교].
2) 박경준. (2020). 유튜브 ‘新리액션 비디오’의 시청 동기가 지속시청 의도에 미치는 영향 : 몰입도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석사학위논문, 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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