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용
[한국심리학신문=박재용 ]
"우리는 네 선생님의 동아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 ‘죽은 시인의 사회’ 말이야."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 중, 웰턴 아카데미 학생들이 교실에서 대화하는 장면. ⓒ Touchstone Pictures.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영화일 것이다.
명문 기숙학교인 ‘웰튼 아카데미’는 명예와 규율을 강요하며 학생들을 숨막히게 만들었고, 학생들은 학교와 부모의 기대 속에 억눌려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키팅 선생님의 영향으로, 학생들은 하나둘씩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동아리에 들어가게 된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함께 시를 낭송하며, 서로의 두려움과 진정한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스스로를 솔직하게 표현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억압받는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동시에, 이 억압을 해결해준 동아리에 대한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는 살면서 영화의 '학교'와 같은 많은 '억압'이나 '고민'을 경험한다. 직장문화, 우울, 인간관계, 연인관계 등 그 수는 셀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도 영화의 이 아이들처럼 현실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종종 발견할 때가 있을 것이다.
과연 현실에서는 이 동아리와 같은 구세주, 해결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그 해답은 '집단상담'에서 찾을 수 있다.
공감이 치료가 되는 순간, 집단상담

'집단상담'을 접해본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담'이라고 한다면 전문적으로 훈련된 상담사와 일대일로 이야기를 하는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집단상담은 여러 명의 상담사가 동시에 나를 상담해주는 것일까? 아니다.
한국상담학회 전문기관의 정의에 따르면, 집단상담(group counseling)이란 여러 사람이 '한두 명의 숙련된 상담자(리더)'와 함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상담이다(마음비움심리상담센터, n.d.). 즉, 사람들의 대화의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소수의 전문가들 외에는 모두 일반인들과 함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상담이다. 내가 하고 싶은 과거의 아팠던 이야기, 그때 느꼈던 감정, 어디에서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 이 답답함을 여러 사람의 앞에서 풀고, 이에 대한 솔직하고 다양한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이 바로 '집단상담'이다. 물론, 상담 내용은 비밀로 하는 것이 원칙이니 내용이 유출될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한국상담학회, 2022).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사실이 주는 힘

그렇다면 서두의 '죽은 시인의 사회' 동아리는 어떻게 학생들에게 집단상담으로서의 역할을 해주었을까?
학생들은 학교의 억압을 받으면서도 본인의 감정에 대해 전혀 답답함을 토로하지 못했다. 가정에서조차 규율을 강요하니, 본인의 감정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즉, 아이들에게 있어 동아리와 시 읽기는 친구들도 다 같은 처지라는 것을 알게 되는 중요한 계기였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의대 명예교수인 얄롬과 레스치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보편성(같은 처지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서로 더 자유롭게 자기표현을 하며, 정서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Yalom & Leszcz, 2020).
이제 막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 감정이 요동치고, 또 마음이 여리기도 한 것이 바로 학창시절이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집단상담의 특성이 이 동아리에서 아이들을 위로해 주고, 또 바뀌게 해주었던 것이다.
일반상담 vs 집단상담

그러나 여전히 당장 우리에게 익숙한 일대일 상담이 아닌 집단상담을 굳이 해야 할 이유는 아직까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굳이 전문가 한 명에게 나에게 걸맞는 해결책을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데, 굳이 집단상담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일대일 상담을 한번이라도 경험해보았다면 다음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과연 상담사의 피드백은 받아들이기 쉽고 이해가 잘 되었는가?" 상담사는 우리의 경험에 대해 공감해주고 이에 맞는 해결책을 주려고 노력하지만, 우리의 감정을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영국 UCL 정신건강연구소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공유된 경험'이 있는 사람들 간의 연결감이 회복과 신뢰를 촉진한다고 한다(Lyons et al., 2021; University College London). 집단상담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어려움은 '인간관계 스트레스,' '감정 조절 문제' 등 대체로 비슷한 주제로 묶이게 된다. 이러한 '공유된 경험'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한다면, 같은 해결법이나 피드백을 들어도 좀 더 심리적인 장벽(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실천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죽은 마음의 사회'

'겉으론 괜찮지만, 속으론 병드는 사람들.'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을 한줄로 요약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 동안 감정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들을 따지자면 그 수를 셀 수도 없다. 매일 해소를 할 수 있다면 좋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날도 많다. 그렇게, 우리의 마음은 점점 지쳐간다. 직업이나 일상을 그만둘 수 없는 지금의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공감과 위로'다.
사람들과 가볍게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당신의 마음이 한결 나아진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당신의 작은 한 걸음을 응원한다.
'개인심리학'의 창시자인 아들러의 사상을 담은 격언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행복은 준비된 자의 몫이 아니라, 용기를 낸 자의 몫이다(Happiness does not belong to the well-prepared, but to the courageous).”
*참고문헌
1) 한국상담학회. (2022). 상담자 윤리강령. https://www.kca.or.kr/
2) Lyons, N., Cooper, C., & Lloyd-Evans, B. (2021).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group peer support interventions for people experiencing mental health conditions. BMC Psychiatry, 21, 394. https://doi.org/10.1186/s12888-021-03321-z
3) 마음비움심리상담센터. (n.d.). 집단상담이란–정의, 목적. 마음비움심리상담센터 교육자료. https://www.maumbium.com/edu/data02_read.php?data=c2VxPTYy%7C%7C
4) Yalom, I. D., & Leszcz, M. (2020). The theory and practice of group psychotherapy (6th ed.). Basic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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