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ZY의 <터널 비전>, 우리는 얼마나 몰입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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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혜진 ]


출처: ITZYofficial


걸그룹 ITZY(있지)가 11월 10일 신곡 ‘TUNNEL VISION(터널 비전)’으로 돌아왔다. 제목 그대로, 이 곡은 어두운 터널 속 눈앞의 빛에 집중하는 순간을 감각적으로 담아내었다.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은 눈부신 조명과 플래시, 수많은 시선에 둘러싸인 채 흔들리지 않고, 눈앞의 붉은 빛을 향해 달린다. 혼란스러운 시선과 상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서는 그들의 모습은,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의 이야기처럼도 느껴진다.

 

“Blocking out distractions, nothing else I see(방해되는 것들은 모두 차단하고, 다른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I see nothing but the light at the end(터널 끝의 빛만이 내 눈에 보인다)”라는 가사 역시 그런 메시지를 분명히 한다. 세상의 소음을 차단하고, 오직 끝에 있는 빛만을 향해 집중하는 태도. ITZY가 표현하는 ‘터널 비전’은 확신’과 ‘몰입’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ITZY 멤버들은 “터널 속에서는 주변이 잘 안 보이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앞만 보며 나아가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음악적 비유일 뿐만 아니라, 인간이 목표를 향해 달릴 때 느끼는 심리적 순간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두움 속에서 오히려 한 줄기 빛이 더 또렷하게 보이는 경험. 그것은 불안과 확신이 공존하는 인간의 내면 상태일 수 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터널 비전은?



하지만 심리학에서의 ‘터널 비전’은 조금 다르다. 본래는 운전자가 터널에 들어갔을 때 시야가 좁아지고 출구의 빛만 보이게 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의학 용어였지만, 점차 사람의 사고방식이 제한되는 상태를 가리키는 은유로 확장되었다. 심리학적으로 터널 비전은 한 가지 생각이나 감정, 신념에 지나치게 몰입해 다른 정보를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시험 점수가 곧 나의 가치라고 믿는 학생은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을 때 자신 전체가 무너진 것처럼 느낀다. 또 직장에서는 성과에만 몰두해 동료와의 관계나 자신의 건강을 돌아보지 못할 때, 연애에서는 한 감정에 사로잡혀 상대의 의도를 왜곡할 때, 우리는 모두 ‘터널 비전’에 빠진다. 시야는 좁아지고, 세상은 오직 하나의 길만 남은 것처럼 느껴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인지적 편향(cognitive bias)이나 사고의 경직성(rigidity of thought)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극단적인 사례로, 자살 사고를 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이런 패턴이 보인다. 그들은 자신이 처한 절망의 터널 속에서 다른 출구가 없다고 믿는다. 그만큼 ‘터널 비전’은 인간의 인지와 감정이 제한될 때 나타나는, 위험한 집중 상태이기도 하다.

 


몰입의 미학을 보여준 ITZY의 터널 비전



그렇기에 ITZY의 ‘터널 비전’은 이 전통적인 의미를 완전히 뒤집는다. 이들은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단순히 시야가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한 소음을 차단하고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힘을 느끼게 한다. 터널 속의 ITZY는 두려움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그 어둠 속에서도 길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이다. 그들에게 ‘터널 비전’은 세상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선택적 집중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단지 음악의 세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 역시 각자의 터널 속을 걷고 있다. 시험 준비로 밤을 새우는 학생, 불안정한 미래 속에서도 일을 이어가는 청년, 사회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모든 사람들. 누구에게나 ‘터널 비전’의 순간은 찾아온다. 그 순간 우리는 주변의 말과 비교, 불확실한 가능성을 잠시 내려놓고 오직 한 방향으로 시선을 모은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거치는 필연적인 몰입의 단계일지도 모른다.

 

물론 터널 비전은 양날의 검이다. 지나친 집중은 우리를 갇히게 만들고, 시야를 잃게 하지만, 반대로 그것은 우리를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시야를 좁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에 초점을 맞출지를 선택하는 일이다.

 

ITZY가 노래한 ‘터널 비전’은 그렇기에 목표를 향한 외침이자, 동시에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다짐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그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빛이 멀게 느껴질수록, 그 끝을 향해 걸어가는 우리의 걸음은 조금 더 단단해진다.




<참고 문헌>


  • 1. JYP Entertainment. (2025). TUNNEL VISION [Song]. On BORN TO BE [Album]. JYP Entertainment.

  • 2. ITZY. (2025, November 10). TUNNEL VISION (Official Music Video) [Video]. YouTube. https://youtu.be/piSq8IioghU?si=hzWLfYwr3IrbNhDu

  • 3. Csikszentmihalyi, M. (1990). Flow: The psychology of optimal experience. Harper & Row.

  • 4. Nakamura, J., & Csikszentmihalyi, M. (2014). The concept of flow. In M. Csikszentmihalyi (Ed.), Flow and the foundations of positive psychology (pp. 239–263). Spr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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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1-19 08: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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