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전쟁》 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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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공기가 차가웠다.

의료소 천막 안에는 약한 빛이 깜박이고,

은주는 피곤한 얼굴로 붕대를 풀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은 익숙하게 움직였지만,

눈가에는 깊은 피로와 슬픔이 묻어 있었다.


“다음 분 들어오세요.”


천천히 들어온 사람은, 팔에 붕대를 감은 젊은 남자였다.

그의 눈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름이…?”


은주의 물음에 그는 낮게 대답했다.


“박도윤입니다. 군에서 탈영했습니다.”


그 말에 의료소 안이 잠시 정적에 잠겼다.


“겁나지 않으세요?”


그는 피식 웃었다.


“겁나죠. 

하지만 더 이상 총을 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사람을 죽이느니, 차라리 여기서 약이라도 나르겠습니다.”


은주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그럼, 약을 나르는 일부터 시작해요.

여긴 사람을 살리는 곳이니까.”


며칠 후, 해온리 의료소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전쟁 고아, 부상병, 손에 흉터가 남은 어머니들…

모두 각자의 상처를 안고 왔다.

수혁은 나무를 다듬어

천막 옆에 작은 표지판을 세웠다.


‘해온리 공동의료소’


그는 새 표지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제야 진짜 마을이 된 것 같네요.”


은주가 미소 지었다.


“이 마을은 폐허 위에 세워졌지만,

이제부터는 생명이 자라는 곳이 될 거예요.”


그날 오후, 은주는 약을 나누어 주던 중

갑자기 노래소리를 들었다.

의료소 밖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였다.


“엄마가 웃어요, 바람이 불어요…”


가냘픈 목소리였지만, 그 노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수혁은 밖으로 나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이 노래, 누가 가르쳐줬어?”


한 소녀가 대답했다.


“도윤 아저씨가요. 

전쟁 전에 엄마가 불러주던 노래래요.”


그는 멀리서 약 상자를 들고 오는 도윤을 바라봤다.

무표정하던 그의 얼굴엔

오랜만에 미소가 스쳤다.

밤이 되자, 의료소 주변엔 등불이 켜졌다.

사람들은 모닥불을 피우고 앉아

짧은 휴식을 즐겼다.

불빛에 비친 얼굴들,

그중엔 눈물도, 웃음도 있었다.

은주는 하늘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민호 씨, 이제 여긴 노래가 들리는 마을이 되었어요.”


수혁이 옆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형이 살아 있었다면… 분명 이 불빛을 보고 웃었을 거예요.”


바람이 불었다.

모닥불의 불꽃이 하늘로 흩어졌다.

그 불빛 하나하나가

마치 잃어버린 영혼들의 숨결처럼 반짝였다.




작가의 말 :

59화는 《이름 없는 전쟁》의 ‘회복의 중심’에 해당합니다.

이제 전쟁은 끝났지만, 사람들의 마음속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자’들의 상처가 서로를 치유하며

공동체가 다시 노래를 되찾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다음 화(60화, 최종화)에서는

전쟁의 마지막 상흔과 함께,

은주와 수혁이 선택한 ‘새로운 시작’이 그려집니다.

《이름 없는 전쟁》의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불빛으로 귀결되는 결말이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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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1-14 09: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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