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빈
[한국심리학신문=채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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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보면, 혹은 역사를 바라보면 간혹 자신이 아니면 세상이 타락할 것이라고 믿고 주장하는 이들이 존재하곤 한다. 물론 상황에 따르면 이는 굳세고 숭고한 책임감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위험하기도 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는 세상을 구하려 나서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과정에서 타인을 지배한다.
이처럼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과 다른, 어쩌면 신의 선택을 받은 ‘구원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러나 그들의 언어는 정의롭고 확신에 차 있는 것과 달리 그 속에는 은밀한 욕망이 숨겨져 있다. 이 착각의 심리를 심리학에서는 ‘메시아 콤플렉스(Messiah Complex)’라고 부른다.
자신이 세상의 답이라고 믿는 사람들
메시아 콤플렉스는 자신이 특별한 사명을 지닌 존재이며 타인이나 세상을 구원해야 한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 이 현상의 밑바닥에는 영웅 심리나 자기애, 그리고 자기과대평가가 자리하는데, 이들은 세상의 혼란 속에서 자신만이 올바른 길을 알고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은 때로 순수한 정의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가 남들보다 더 옳다는 우월감의 심리가 뿌리 깊게 자리한 경우가 많다.
사실 영웅심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조금은 갖고 있는 본능이다. 하지만 그 욕망이 지나치면 타인을 돕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위선과 강박으로 변한다. 게다가 이에 자기애가 더해지면 자신의 판단과 가치관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여기게 된다. 그리고 자기 과대평가가 이를 뒷받침하면서 인간은 점점 세상은 나를 통해 구원받을 것이다 내지 오직 나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때부터 인간은 더 이상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는다. 세상은 소위 ‘구원받아야 할 대상’, 타인은 ‘지도받아야 할 존재’로 바뀌어버리고 만다.
선의와 통제의 경계
메시아 콤플렉스는 꼭 악의나 그저 자기 과신이 아니라 선의에 기반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것이 극단적으로 발휘되면 마찬가지로 극단적인 수준의 자기희생이 일어나기도 한다. 물론 이 역시 상술한 영웅 심리와 같은 요인으로 인해 스스로를 남들을 구원하기 위한 도구로서 사용한다. 결국 이들 역시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선의를 이용하는 것에 가깝지만 적어도 사회에 크나큰 피해를 입히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이들은 희생으로 보여지는 숭고함을 지닐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어떤 이들은 자신이 구원자로서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선의는 종종 자기 확신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이들은 자신이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 의의를 증명하고자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확신이 도를 넘을 때다. 타인의 의사나 감정은 고려되지 않고 구원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판단이 정당화된다.
즉, 결국 그들의 도움은 타인을 위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소위 ‘도움’을 자신의 도덕적 우월감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게 만든다. 그들은 타인을 사랑한다 말하지만 그 사랑의 중심에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 있다. 이는 타인을 구원하려는 사람은 종종 자신의 신념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으로 바뀌고 만다는 사실을 여실 없이 드러내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망상과 확신
사실 메시아 콤플렉스는 임상적인 용어는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 이것을 병원에서 진단명으로 받을 일은 없다. 그렇다면 메시아 콤플렉스를 가진 이들의 심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이들의 심리는 때때로 정신병리적 특성과 결합된 경우 발발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된다. 예를 들면, 이 증상은 특히 망상장애나 조현병 등에서 나타나는 과대망상 증상을 가진 이들에게서 메시아 콤플렉스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환자들은 자신이 신의 선택을 받은 존재라고 믿고, 실제로 세상을 구원하라는 명령을 들었다고 느낀다. 이때 그들에게 구원은 단순한 신념이 아니라 절대적인 사명이며, 이를 거부하는 것은 죄악으로 여겨진다.
물론 이런 현상은 병리적 증상의 일부일 뿐이며, 대부분의 사람은 메시아 콤플렉스 수준에 이르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정신질환이 없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이와 유사한 심리적 구조를 잠재적으로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불안한 시대일수록 인간은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해 특별한 이유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이유는 사명이 되고, 이것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할 때 신념은 곧 광기로 변한다.
사이비 종교와 메시아 콤플렉스의 위험한 결합
한편, 메시아 콤플렉스가 위험한 진짜 이유는 사이비 종교와의 결합에 있다. 이러한 심리가 사회적으로 확대될 때 우리는 사이비 종교 지도자의 탄생을 본다. 그들은 처음엔 순수했을 수도 있다. 세상을 바꾸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진심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신의 대리자라고 확신하는 순간, 자기 확신은 권력으로 변한다. 그들의 언어는 계시로, 그들의 판단은 신의 뜻으로 포장된다. 심지어 자기 자신이 신에 등극하기도 있다.
이 과정에서 신도들은 지도자에게 도덕적 판단을 위임하고, 지도자는 그것을 자신의 존재 이유로 삼는다. 이들은 구원을 약속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구원자로 남기 위해 신도들을 붙잡는다. 타인의 믿음이 이들의 자존감을 지탱하는 기둥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때부터 구원은 사랑이 아니라 통제가 되고, 신앙은 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으로 변질된다.
‘나는 선하다’는 믿음이 만들어내는 폭력
메시아 콤플렉스가 가지는 또 다른 위험은 바로 ‘나는 선하다’라고 믿는 확신 자체에 있다. 악의는 경계할 수 있지만 선의는 경계하기 어렵다. 선의로 포장된 행동은 사회적 비판을 피하기 쉽고 그 속에서 가장 무서운 폭력이 자라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타인을 위해’라는 명분은 종종 타인을 지배하기 위한 이유로 사용된다. 구원을 명분으로 삼은 통제는 결국 타인의 자율성을 무너뜨린다. 이는 민주주의의 이념을 부정하거나 개인의 권리 등을 침해하는 영역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선한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 강한 쾌감을 경험한다. 이는 자기 존재의 확신을 강화하고, 다시금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망상을 굳히게 만들고, 이들은 새로운 형태의 폭력과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만다.
진짜 구원자는 누구인가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그리고 삶이 힘들고 내 편이 없다고 느끼는 상황이 계속되어 더 이상 살아나갈 힘이 없을 때 사람들은 구원자를 찾는다. 그럴 때마다 메시아 콤플렉스는 새로운 얼굴로 등장한다. 이들은 정치인, 종교인, 혹은 단순한 사회운동가의 모습으로 우리의 삶에 나타난다. 나폴레옹이 그랬고, 히틀러가 그랬고, 오늘날의 수많은 사이비 종교인들이 그러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구원은 누군가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스스로의 이성을 회복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누군가가 “내가 너를 구하겠다”고 말한다면, 특히 오늘날과 같은 의심의 시대에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의심해야 한다. 그의 말이 신념일지라도 그것이 타인의 자유 위에 세워진다면 그건 결코 구원이 아니라 그저 위선과 폭력일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항상 의식해야한다.
진짜 구원자는 세상을 지배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사람들이 스스로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작은 빛을 비춰줄 뿐이다.
참고문헌
1) 정동섭. (2013). "신흥종교의 교주와 교인들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 기독교학문연구회, 2013년 춘계학술대회(20), 198-214.
2) 이해나, 이가은. "사이비 교주들에게 많다는 '이 콤플렉스' 뭘까? 히틀러도 겪었다는데…". 헬스조선. 2024.02.23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4022302328
3) 김동훈. "메시아 콤플렉스-사랑하는 사람의 성장이 두렵다". 한국경제. 2023.06.13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5121491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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