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겠죠 그립겠죠 그치만 살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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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송주영 ]


일박이일 시즌 1 24회 [경북 울진 편] 


“그렇다고 너는 나 없이 살 수 있어?”

“보고 싶겠죠! 그립겠죠! 그치만 살 수 있겠죠!” 



맥락을 모른다면 어느 발라드의 노래 가사처럼 들릴지도 모르는 이 대사는 <1박 2일> 경북 울진 편에서 나온 장면이다. 2007년 ‘해피선데이’의 한 코너로 시작한 <1박 2일>은 출연진들의 인간적인 매력과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터져 나오는 리얼한 순간들을 담으며 한국 예능사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전회차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꾸준히 소비되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예능을 넘어 많은 이들의 일상 속 위로와 웃음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해당 장면은 출연자 이승기가 강호동의 장난스러운 질문에 맞장구치듯 던진 농담이었는데, 그저 웃고 지나갈 대사 같지만 어쩐지 우리 삶의 모습이 비춰진다. 사랑하는 이와 멀어지거나 삶의 중요한 순간에서 실패를 겪더라도 우리는 결국 다시 살아내는 존재라는 점이다.  


즉 이 장난스러운 한마디는 단순한 예능적 재미를 넘어, 우리가 삶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어떤 심리적 왜곡을 겪는지 상기시킨다. 우리는 위기 상황에 놓이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다고 느끼지만, 시간이 흐르면 의외로 금세 일상을 회복한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의 미래 감정을 왜곡 시키는 것일까?



심리학자들이 발견한 ‘정서 예측의 오류’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미래를 상상하고 계획하는 능력을 지녔다. 미래의 나를 그려보며 목표를 세우고 대비하는 과정은 일종의 생존 전략이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다가올 사건을 실제보다 크게, 그리고 극적으로 예측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만약 삶이 온통 꽃길로만 가득하다면 우리가 굳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이유는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어떤 행복한 일들이 일어날지 기대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은 늘 예측 불가하고,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굴곡을 경험한다. 성공과 실패, 기쁨과 좌절이 뒤섞여 있는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충격에 대비하고자 미래를 더 비관적으로, 더 과장되게 그리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 사회 심리학자 윌슨과 길버트(Wilson & Gilbert, 2003)는 사람들이 미래에 일어날 사건이나 경험에 대해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낄지 예측하는 ‘정서 예측(affective forecasting)’ 과정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의 강도와 지속 기간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는 다음의 두 착각을 통해 발생한다.  


먼저, Impact Bias(영향 과대평가)이란 어떤 사건의 감정에 미칠 ‘충격의 강도’를 실제보다 크게 예측하는 경향이다. 이는 맛있는 식당, 시험, 스포츠 경기 결과 등 그 사건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떠나 반복적으로 관찰되었다. 


대학 합격이 바로 그 예시이다. 학생들은 대학 합격이 가져올 행복을 생각보다 과장해서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합격은 기쁜 일이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하고 곧 새로운 과제와 일상으로 대체된다.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한다. 나쁜 일도 마찬가지로, 실연, 실수, 실패, 작은 사고 등은 그 순간엔 고통스럽지만 그 감정은 우리가 상상한 만큼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둘째로 Durability Bias(지속 기간 착각)이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 상태가 실제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경향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실연을 당했을 때 당분간 아무것도 못하고 우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예측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안정적으로 회복한다. 



실생활에서의 정서 예측 오류



우리의 실제 삶에서 정서 예측 오류를 보여준 연구 중 하나가 바로 하버드 대학 길버트(Daniel T. Gilbert) 교수의 '종신재직권(tentute) 심사' 연구다.


종신재직권이란 교수의 직업 안정성과 학문적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이다. 심사에서 탈락하는 것은 자신의 커리어와 삶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연구진은 종신재직권 심사를 앞둔 교수들을 대상으로 심사에 성공 또는 실패한다면 느끼게 될 감정의 강도와 지속 시간을 예측하게 한 뒤, 실제로 몇 년 동안 그들의 감정 변화를 추적했다.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결과는 의외였다. 심사에 통과한 교수들은 예측했던 행복보다 다소 낮은 행복을, 심사에 떨어진 교수들은 예측했던 행복보다 다소 높은 행복을 느꼈다. 즉, 참여자들은 성공의 행복은 과대평가, 실패의 아픔은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이는 사건의 감정적 충격이 매우 클 것이라 예측하는 ‘영향 과대평가’가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실제 5년 뒤 추적 관찰 결과, 탈락한 교수들은 실패의 좌절감이 5년 뒤 행복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종신재직권을 받은 집단의 교수들과 행복감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감정이 예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지속 기간 착각’이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즉 이는 실패 직후에 실망과 고통은 있었지만, 사람들의 행복 수준이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회복되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정서 예측을 왜곡시키는 두 가지 심리적 기제



왜 우리는 이렇게 부정확한 정서 예측을 하게 되는 걸까? 여기에는 ‘심리적 면역 무시’와 ‘초점주의’의 심리적 기제가 작용한다. 


첫째, 심리적 면역 무시(immune neglect)이란 사람들이 자신의 적응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인간은 스트레스나 실패, 불운을 겪을 때도 스스로 회복하는 심리적 면역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예측할 때는 이 힘을 불신하거나 아예 고려하지 않는다. 이는 심리적 면역 체계가 대부분 의식 밖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가 이 일을 어떻게 극복하지?”하며 절망했던 순간들을 견뎌내고 다시 일어섰던 과거는 잊고, 새로운 상황에 압도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불필요하게 미래를 비관적으로 예측하고, 성장 기회를 놓치는 등 인지적 유연성을 잃고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둘째, 초점주의(focalism)이란 특정 사건이나 요소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나머지, 전체 맥락을 놓치고 주변적 사건의 영향력을 간과하는 경향을 말한다. 


시험, 실연, 실패 등 충격적인 사건 하나가 우리의 전체 삶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예를 들어, 중요한 시험을 앞둔 사람은 자신의 초점이 그 시험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시험의 영향력을 실제보다 크게 예상하고, 시험 이외에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여러 요소들은 간과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훨씬 복합적이다. 우리를 지탱하는 관계, 일상, 취미, 작은 행복들이 모두 합쳐져서 삶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올해 수능을 마친 학생들에게



지난 11월 13일 목요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한국의 교육 구조 특성 상, 수능은 단순한 시험을 넘어서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통과 의례’로 기능한다. 학생들의 12년 동안의 노력이 그 하루에 압축되어 평가되는 셈이다. 특히 경험이 많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수능은 자신의 가치와 미래를 결정짓는 거대한 사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시험은 참 잔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왔든지 결과는 점수로만 보여진다. 내 삶을 결정지을 것 같은 시험에서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은 큰 절망과 좌절을 불러일으킨다. ‘시간이 부족해서’, ‘실수해서’, ‘아는 내용임에도 기억하지 못해서’ 수많은 실패가 우리 마음을 뒤흔들고는 한다. 


그러나 많은 심리학 연구는 꾸준히 우리의 인생이 단순한 하나의 사건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빠르게 회복하는 존재다. 오늘의 점수가 5년 뒤의 당신을 정의하지 않는다. 오늘의 감정이 10년 뒤의 당신의 삶을 예측하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경험하는 고통은 분명히 옅어지고, 다른 기쁨과 기회가 그 빈자리를 채운다. 


그러니 오늘의 무게에 압도되지 말길 바란다. 삶은 늘 우리를 시험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힘은 이미 당신 안에 있다.



출처

  1. 1. Wilson, T. D., & Gilbert, D. T. (2003). Affective forecasting. In M. P. Zanna (Ed.),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 35, pp. 345–411). Elsevier Academic Press. https://doi.org/10.1016/S0065-2601(03)01006-2

  2. 2. Gilbert, D. T., Pinel, E. C., Wilson, T. D., Blumberg, S. J., & Wheatley, T. P. (1998). Immune neglect: a source of durability bias in affective forecast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5(3), 617–638. https://doi.org/10.1037//0022-3514.75.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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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1-24 08: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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