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은
[한국심리학신문=정하은 ]
출처 : 'peoplelikepeople' 인스타
날이 추워지고 있는 겨울의 시작점을 걷고 있는 요즘. 한 해의 마무리가 다가옴과 동시에 연말 공연이 쏟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만큼 여운이 많이 남는 경험이 되어주고 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스포티파이, 멜론, 애플 뮤직 등 플랫폼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돌아다니며 음악을 듣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음악을 듣는 것과 별개로 여전히 뮤지컬, 콘서트와 같은 공연은 많은 사랑과 관심받으며 꾸준히 없어지지 않은 공연예술 문화로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코로나 시절 주춤했던 공연계는 사람들의 관심과 오프라인 활동의 증가를 통해 다시금 활력을 되찾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공연의 중심인 공간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커다란 공간에 함께 모여 즐기는 순간이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말이다.
출처 : 'peoplelikepeople' 인스타
1) 공간이라는 프레임
우리에게 콘서트는 어떤 이미지일까. 넓은 공간 속에 모인 수많은 관객들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아티스트의 화려한 무대가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특히 커다란 스피커로 공간 안을 채우는 소리와 화려한 조명들도 빼놓을 수 없다. 공연을 위해 쓰이는 다양한 장치들은 아티스트를 빛나게 해주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관객이 하나뿐인 공연을 보다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장치들이 철저히 쌓인 공간은 관객이 이제 공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최적의 컨디션을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다.
관객은 이런 요소에 쉽게 호응하고 받아들이며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감정에 휩싸이거나 몰입하며 영향을 받는다. 무대가 펼쳐지는 공간을 거대한 프레임이라고 놓았을 때, 프레임 안에 여러 장치들을 심어 놓고 관객을 놓아두는 것이다. 이때 환경에 영향을 받게 만드는 요소들을 ‘환경 단서’라고도 한다. 이는 흔히 무대라고 하면 빠질 수 없는 각종 음향이나 소품, 연출과 같은 요소들을 뜻한다.
자주 듣는 음악을 떠올려보자. 같은 음악이라도 어느 공간에서 듣는지에 따라 우리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공간의 분위기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 집에서 듣는 음악과 콘서트장에서 듣는 음악은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또한 감정의 차이도 다르다.
공연장에 울리는 밴드 세션의 라이브 연주는 스피커를 통해 마치 심장이 뛰는 듯한 진동을 함께 전달한다. 또한 넓은 공간 안에 마이크로 퍼지는 아티스트의 목소리는 떨림도 숨소리도 보다 크게 느껴진다. 깔끔하게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것과 다른 라이브만의 매력이다. 이런 차이에서 공연장 안의 관객들은 완전히 그 순간에 몰입하며 감정적으로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공간 안에 퍼지는 음악으로 느끼는 진동과 소리의 울림은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며 곧 감정으로 변화하게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출처 : 'wave to earth' 인스타
출처 : 'wave to earth' 인스타
2) 함께 즐긴다는 것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은 혼자 하는 행위에 가깝다. 그에 비해 공연은 많은 사람들 혹은 팬들 사이에서 함께 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관객 안에 녹아 들어 공간을 즐기다 보면 감정이 함께 엉겨 붙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티스트가 하는 무대에서 호응할 때 누군가가 손뼉을 치거나 환호성을 지르면 우리도 그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레 함께 손뼉 치고 반응하는 순간들은 공연을 더욱 즐겁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특히 공연에서의 ‘떼창’은 관객들 사이에 집단으로 녹아드는 동조 현상으로서 큰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고 환호하는 동안 느끼는 감동과 벅참과 같은 정서가 옮겨붙고 있다. 마치 정서가 감염되는 것 같은 현장에서의 감동은 결국 오래 남게 된다.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이들과 하나의 커다란 공간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감정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공연뿐만 아니라 아티스트의 새로운 앨범 공개를 앞두고 리스닝 파티를 주최하며 음악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써 작은 공간에서 함께 감상하는 문화 또한 생겨나고 있다. 음악이라는 분야가 타인과 함께 즐기고 듣는 의미 자체로서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출처 : 'peoplelikepeople' 인스타
3) 엔딩크레딧이 남듯이
공연에서의 감정은 단순히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밀려왔다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감정의 크기가 커지면 우리는 그 순간을 “중요 정보”로 판단한다. 우리는 공연장에서 벗어나 아티스트와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하고자 노래를 다시 찾아 듣는다. 이때 노래를 들으며 무대에서 보았던 아티스트, 관객들의 표정, 분위기까지 다시금 떠올린다.
공연장에서의 경험이 결국 개인적인 감정만이 아닌 공유된 감정의 기억이기 때문이다. 공연장은 음악을 듣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타인과 함께 즐기는 관계의 장이기도 하다. 음악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긴다는 의미가 강해지며 공연은 곧 음악을 통해 감정을 함께 교류하는 또 다른 방식이 되어주고 있다.
결국 공간이 지닌 특성과 그 안에서 여러 요소가 음악과 합쳐지며 감정은 더욱 강해진다. 아티스트가 음악을 들려주는 공간이라는 것과 동시에 팬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안겨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결국엔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돌아왔는지가 개개인이 느낀 기억이자 의미로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아티스트와 팬 사이, 음악을 사랑하는 대중과의 연결 지점을 제공해 주는 공간일 것이다. 공연장은 단순히 관객을 앉혀 놓고 음악을 들려주는 것에서 머물지 않는다.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공연이라는 문화는 하나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시대에서 이제 오프라인 공연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여전히 오프라인을 통한 공연의 매력에 동의한다. 음악을 공유하는 공간으로서 직접적인 상호작용의 장이 되는 것은 여전하다. 타인과 타인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는 무리가 함께 공동의 문화예술을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는 공간이 지닌 의미를 떠올리면 음악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문화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 문헌
1) 전재홍, 김건휘. (2018). 공연장의 물리적환경이 관람만족에 미치는 영향.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논문지, 12(5), 1-12.
2) 이원석. "뮤지컬 공연의 음향 디자인이 공연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가천대학교 일반대학원, 2020. 경기도
3) Hwang, K.-J., Kang, E.-J., & Hahn, J.-H. (2011, April 30). The effect of Spectators’ Motivation on Satisfaction. Journal of the Korea Academia-Industrial cooperation Society. The Korea Academia-Industrial Cooperation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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