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은A
[한국심리학신문=김가은A ]

충분히 쉬었는데도 여전히 피곤하나요?
짧은 글을 읽는데도 여러 번 반복해서 봐야 하나요?
딱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게 예전보다 훨씬 어렵나요?
이 질문들 중 하나라도 고개가 끄덕여졌다면, 당신은 이미 ‘브레인 포그(Brain Fog)’를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브레인 포그는 말 그대로 뇌에 안개가 낀 듯한 상태로, 멍한 느낌이 지속되면서 사고력·집중력·기억력이 저하되고, 피로감이나 우울감 같은 정서적 변화까지 동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 발생 원인으로는 과도한 스트레스, 수면 부족, 운동 부족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기술의 발달로 정보 전달 속도가 빨라지면서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정보량이 급증한 오늘날, 우리의 뇌는 쉽게 정보 과부하(cognitive overload)에 걸려 빠르게 피로해지고 브레인 포그를 경험하기 쉬워졌다. Haywood 등(2025)의 최근 연구 또한 전체 성인의 28.2%가 브레인 포그를 경험한다고 보고할 만큼, 이 현상이 매우 보편적임을 보여준다.
브레인포그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의 업무 환경은 오히려 브레인 포그를 악화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많은 기업들은 이메일, 사내 메신저, 협업툴 등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 효율적인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협업을 돕기 위한 이 기술들이 역설적으로 직원들에게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실제로 클라우드 기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제공하는 Twilio가 영국에서 근무하는 직원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40%가 “메신저·이메일 같은 디지털 툴이 오히려 일을 방해한다”고 답했다. 또한 거의 절반에 가까운 직원들이 집중을 위해 의도적으로 ‘디지털 침묵 시간(digital silence)’을 확보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디지털 소통이 업무를 돕기보다 주의 전환을 반복적으로 유발해 인지적 피로를 높이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근무나 재택근무 등 원격근무 형태의 확산은 직원들이 다양한 플랫폼에 동시에 접속해 있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고, 이는 디지털 과부하(digital overload)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처럼 디지털 환경에서 축적되는 지속적 인지 피로는 결국 직원들이 멍함·집중력 저하·사고력 감소를 경험하는 ‘브레인 포그’로 이어지기 쉽다.
브레인포그 나비효과

브레인 포그가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브레인 포그는 낮은 업무 동기, 생산성 저하, 높은 퇴직 의도와 상관관계를 보이며, 기업이 이를 단순히 직원 개인의 직무 태도 문제로 치부하고 방치한다면 잠재적 인재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연구는 직원의 정신건강 수준이 조직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의 정신건강 문제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매년 약 1조 달러 규모의 생산성을 잃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브레인 포그를 포함한 인지·정서적 건강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핵심적인 경영 리스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브레인포그 프리 HR전략

기업은 직원들이 브레인 포그로부터 자유롭게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WHO ‘직장 정신건강 가이드라인’ 역시 명상이나 힐링 프로그램처럼 개인에게 해결을 맡기기보다, 업무량·근무시간·역할·커뮤니케이션 방식 등 ‘일 자체’를 조정하는 조직 수준의 개입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핵심 전략은 “직원이 스스로 관리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인지 부하를 줄여주는 일 구조’를 조직이 설계하는 것에 있다.
HR이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명확하다.
기업이 사용하는 협업툴과 메신저의 종류를 최소화해 불필요한 플랫폼 분산을 줄이고(예: 슬랙·이메일·카카오톡·노션 중복 사용 축소), 업무 시간 외 메신저 금지 또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것이다. 또한 공지·보고용 채널과 사적 대화 채널을 분리해 직원이 어떤 알림을 수신할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 역시 디지털 과부하를 줄이는 핵심 전략이다.
다음으로 기업은 회의와 잦은 방해를 줄여 집중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인 알림과 과도한 회의는 작업 기억을 소모해 인지 피로와 브레인 포그를 악화시킨다. 이에 따라 HR은 ‘회의 없는 시간대’ 또는 ‘No Meeting Day’ 도입, 회의 시간 단축, 필요 인원만 참석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직원의 집중 자원을 보호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브레인 포그는 업무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어떻게 사람의 인지와 에너지를 다루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일터가 복잡해지고 속도가 빨라질수록, HR은 직원이 선명하게 사고하고 안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책임을 함께 갖는다. 결국 직원의 인지적 여유는 그 개인의 생산성을 넘어,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 출처 >
Chekanov, S. (2024, November 12). Digital communication overload: How much workplace messaging is too much? Brosix Blog. https://www.brosix.com/blog/digital-communication-overload
Haywood, D., Rossell, S.L. & Hart, N.H. Cutting through the fog: recognising brain fog as a significant public health concern. BMC Public Health 25, 1230 (2025). https://doi.org/10.1186/s12889-025-22525-6
Kelly, R. (2025, August 22). ‘Always on’ culture is harming productivity, so workers are demanding ‘digital silence’ to get on with tasks. ITPro. https://www.itpro.com/business/business-strategy/always-on-culture-is-harming-productivity-so-workers-are-demanding-digital-silence-to-get-on-with-tasks
Kruel, B. (2025, July 14). How does brain fog affect employee performance in the working environment? Biofunctionalhealth. https://biofunctionalhealth.com/blog/how-does-brain-fog-affect-employee-performance/?utm_source=chatgpt.com
권순일. (2025년 6월 11일). 뇌에 안개가 끼었네...흐리멍덩한 머리 상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코메디닷컴. https://kormedi.com/2724985/
브레인 기자. (2024년 8월 19일). [뇌교육 칼럼] 과도한 정보처리 탓에 바보가 되어가는 뇌: 뇌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와 활용법. 브레인미디어. https://www.brainmedia.co.kr/NEW/24273
정진영. (2025년 3월 10일). [의학칼럼] 피로에 지친 뇌가 시위한다? 현대인 위협하는 ‘브레인포그 증후군’. 헬스조선.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503100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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