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채원
[한국심리학신문=허채원 ]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잠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꿈 가게이다. 진열되어 있는 꿈을 골라도 되고, 상담을 통해 맞춤형 꿈도 제작 가능하다. 결제는 후불제로 꿈에서 깨어난 후 느껴지는 감정으로 지불된다.
다양한 꿈 중에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도 있다. 재입대하는 꿈, 시험치는 꿈 등 다양한 싫었던 기억을 꿈으로 꾸게 된다. 하지만 이 꿈을 구매한 사람들은 자신이 구매결정을 했지만, 그것을 기억할 수 없다. 그래서 자신들이 구매했음에도 악몽같은 꿈을 꾼 후 사람들은 백화점에 항의를 하러 온다. 꿈에서만큼은 편안하고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모두가 환불을 요청한다.
하지만 주인장 달러구트는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른다며,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이 강하다는 증거라고 손님들을 달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절반의 손님만 구입 취소를 요청했다.
계약을 유지한 손님들은 그 후로도 잊을 만하면 이따금 재입대를 하는 등의 기분 나쁜 꿈을 꾸었지만, 문뜩 이깟 꿈 따위에 동요할 필요가 없고, 그것은 트라우마가 아닌 자신의 업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또 지금까지 잘해낸 것에 자랑스러워하고 자신을 무조건 믿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자 사람들은 더이상 악몽같은 꿈에 시달리지 않았다.
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라고 했다. 사람들은 과거의 어렵고 힘든 일 뒤에는 그걸 이겨냈던 자신의 모습도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 꿈을 통해 상기시켰고 더 이상 과거의 기억에 휘둘리지 않았다. 꿈의 가치는 손님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려있었다.
"여러분 다가올 한 해에도 좋은 꿈 많이 꾸세요!" - 『달러구트 꿈 백화점 p.217』
이 부분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어 밑줄을 그었다. 지금이 한 해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꿈’을 위해 계획하는 연말이기 때문일까. 지난 12개월을 돌아보면 특별히 잘한 일은 떠오르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올 한 해를 버티며 여기까지 왔다. 완벽하지 않았고, 자랑할 성과도 없었고, 유독 불안한 한 해였지만,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지난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실패가 경험이 되기도 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도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한 해였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너질 만큼 힘든 시기를 지나면서도 아직 여기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악몽처럼 느껴지던 기억들이 사실은 우리가 버텨냈다는 증거임을 꿈 백화점이 잔잔히 위로한다.
올 한 해, 당신은 잘 버텼다.
그 사실은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다.
꿈백화점에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꿈 외에도 많은 꿈들을 판매하고있다. 그 중 좋은 꿈을 만드는 제작자에게 상을 수여하는 연말 시상식이 매년 열린다. 12월 한달 간의 판매량을 기준으로 수상하는 베스트셀러 상, 영예의 그랑프리, 신인상, 미술상 등 다양한 상들이 있다.
올해의 그랑프리는 킥 슬럼버의 '절벽 위에서 독수리가 되어 날아가는 꿈'이었다. 선천적으로 오른쪽 다리의 무릎 아랫부분이 없는 킥 슬럼버는 수많은 관중앞에서 수상소감을 전했다.
"전 보시다시피 이렇게 부자유스럽습니다. 어린 저는 자유의 불완전함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정도와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생명은 제한된 자유를 누립니다. 여러분은 언제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십니까? 여러분을 가둬두는 것이 공간이든, 시간이든, 저와 같은 신체적 결함이든.. 부디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저는 이번 꿈을 완성하기 위해 천 번, 만 번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꿔야했습니다. 하지만 절벽 아래를 보지 않고, 절벽을 딛고 날아오르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 꿈을 완성할 수 있었죠."
사람들은 각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저마다의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은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힌다. 어느날 막노동과 발진티푸스 의료 자원봉사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날이 왔다. 정신과의사였던 그는 비생산적인 노동보다는 자칫하면 감염병에 걸려 죽을 수도 있지만 의사로서 동료들을 돕다가 죽는 것이 의미있는 삶이라 생각하여 의료봉사를 하게된다. 먹고 자는 것 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지만 그는 그 속에서도 가치있는 것을 선택했다.
"모든 생명은 제한된 자유를 누립니다." - 『달러구트 꿈 백화점 p.215』
삶을 의미 있고 목적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빼앗기지 않는 영혼의 자유다. 제한된 자유 속에서도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할 때, 삶은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킥 슬럼버의 ‘꿈’도 바로 그런 자유와 행동의 결실이 아닐까.
당신은 매일 밤 어떤 꿈을 고르고 있는가?
밀린 설거지를 끝내는 꿈, 면접에서 떨어지는 꿈, 높은 산을 완등하는 꿈.
어떤 꿈이라도, 오늘 당신이 선택한 꿈이 내일을 조금 더 자유롭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참고 자료-
이미예. (2020). 달러구트 꿈 백화점. 팩토리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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