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빈
[한국심리학신문=김수빈 ]
귀염둥이
대한민국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약 1,500만 명에 달하며,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펫팸족' (Pet+family)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위안받기도 하고 깊은 애정을 나누기도 한다 (김준동, 2025). 반려동물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은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주관적 행복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밝혀졌다 (엄선이, 조동혁, 2023). 반려인은 반려동물과 교감하며 쌓이는 행복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책임 있는 돌봄의 인식도 더욱 견고히 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단순한 소유의 형태가 아닌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사랑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충분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3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연간 유기 동물 발생 수는 총 11만 3,072마리로 자연사 및 안락사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고 보고됐다. 그러나 눈길이 가는 동물이 그저 귀엽다는 이유로 섣불리 입양을 시도하거나 병들고 아프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유기하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기 전에는 생명 존중에 대한 의식을 최우선으로 충분한 고민과 준비가 동반되어야 한다. 가족으로 여겼던 존재에게서 버려지게 된다면 배신감에 큰 고통을 겪게 된다. 혼란스러운 심정을 말로 토로할 수조차 없고 보듬어줄 공간도, 의지할 대상도 없는 긴 고독 속에 그대로 방치된다. 동물보호센터에 입소 되더라도 절반 가까이는 이마저도 안락사나 자연사 되고 있다 (박종호, 2025).
반려동물과 가족을 약속했던 따뜻한 순간을 잊지 않는다면 시간 속에 쌓이는 보람을 지탱할 수 있다. 바쁜 하루 끝에 지친 몸을 이끌고 귀가하면 반려동물이 격하게 반겨주기도 하고 때론 몰아 내쉬는 한숨도 피식 웃게 변화시켜 주기도 한다. 여린 생명의 존재를 보듬어줄 준비가 되었다면 삶의 활력이 되는 행복한 소통이 시작될 것이다.
귀염둥이의 일상
(귀염)둥이를 소개합니다
이름만큼이나 사랑스러운 필자의 반려견, 귀염둥이. 애칭은 '둥이'다.
튼튼한 체력을 가진 둥이는 특히나 산책을 좋아한다. "둥이야, 산책할까?" 라고 말하면 둥이는 기분이 들떠서 활발하게 몸을 움직이며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 외출하면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도 반갑다고 점프하면서 애교를 부린다. 몸을 비비적 대거나 두 발로 선 채 만져달라고 요란한 행동을 한다. 둥이의 애교에 홀라당 넘어간 사람들이 둥이를 예쁘다고 만져주거나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을 걸면 둥이는 한껏 신난 표정으로 꼬리를 흔든다. 가만 보면 귀염받는 상황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 또 둥이는 궁금한 것은 못 참는 호기심 대마왕이다. 궁금한 건 곧장 가서 킁킁 대면서 냄새를 맡아본다. 이동하려고 리드줄을 잡아당겨도 궁금한 것이 다 없어지지 않으면 힘으로 버티면서 냄새 맡는 걸 충분히 해소하려고 한다. 의외의 모습도 있다. 둥이는 의외로 다른 강아지를 만나면 짖으면서 경계를 한다. 낯가림이 심하고 겁이 많아 괜히 짖으면서 물러서기도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른 강아지의 똥구멍 냄새를 맡으려고 조심스레 다가가면서 경계를 푼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반갑다고 인사를 하듯이, 강아지는 후각을 통해 상대를 알아가는데 기본적으로 똥구멍 냄새를 맡으며 인사를 나눈다. 둥이의 경계와 호기심을 이해하다 보면 사회성을 기르는 순간을 포착하게 된다.
둥이는 실내와 실외 배변을 전부 하고 집에서는 화장실도 알아서 찾아가는 영리한 강아지이다. 휴식을 취할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엉덩이를 들이밀면서 애정을 표현하고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엎드려', '앉아', '기다려', '뽀뽀', '코'를 하면 알아듣고 재롱을 피우기도 한다. 또 "팔베개!"라고 말하면 옆으로 와서 팔 안쪽으로 파고들기도 한다. 둥이와 함께 보낸 시간을 떠올려 보면 행복한 추억이 많았고 어떠한 것도 대체할 수 없는 휴식처였다. 말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은 아니지만 가만히 눈을 마주치면 기분이 저절로 힐링 되는 날이 많았다. 또 우울한 기분이 들 땐 둥이가 금세 알아채고 얼굴을 핥아주거나 주변을 맴돌면서 진정시켜 주는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때론 집안을 헤쳐놓아 청소할 게 쌓여 화가 난 적도 있지만 잠시뿐이고 그러려니 한다. 그저 어울리게 됐다. 눈치 보는 둥이의 표정을 보면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을 짓게 되는 날도 있었다. 교감의 순간들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둥이는 소중한 가족이 되었다.
연말, 겨울의 찬 공기를 뚫고 추억이 녹아들어 회상하다 보니 왜 자꾸 부족하고 어떤 때는 욕심이 생기고 또 어떨 땐 타협해야 하고 어떤 건 뜻대로 안 되지 싶은데 되뇌어 봐도 무조건 맞다고 결론이 난 것은 잘될 것이다, 믿을 것이다, 좋은 말들과 좋은 생각들을 늘리다 보면 발전된 어떤 걸 발견해서 나이가 들면 그게 또 행복의 묘미가 되어줄 것 같아서 버텨 보는 하루들이 될 것 같다는 것이다. 다시 또 두고두고 기억할 소중한 추억을 마련해 두기 위해 접어두었던 아픔도, 소중함도 꺼내기를 반복한다.
일상은 자연스러운 부담이었던 걸까, 아니면 맞았던 생각일까. 아니면 전부 아무것도 아니었던 걸까.
가만히 둥이 눈을 보면 깊은 슬픔이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침묵으로 느낌을 나누면 덜컥 눈물이 쏟아지기도 했다. 자유로이 둥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담긴 순수한 시선으로 말이다. 유독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고요한 존재는 둥이 너였다는 걸.
귀염둥이와 벚꽃 구경 > 사진 제공 : 사진 작가 이영로 제공
(귀염)둥(이) 시
둥실둥실
둥이
두둥
말랑말랑 젤리 검은콩
누룽지 꼬순내
하얀뭉치 품에
파고들고 싶어
포옥
초롱초롱 눈망울에
꼼틀꼼틀
필사적인 앞발
말없이 터뜨리는 작은 쉼에
포옥
아이 예뻐라
둥이의 하루도 하쿠나마타타!
*참고문헌
1) 김준동. (2025). [한마당] 서열 1위 반려견. 국민일보.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40029477&code=11171211&cp=nv
2) 엄선이, 조동혁. (2023).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이 반려인의 자아존중감과 주관적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글로벌경영학회지, 20(1), 51-71.
3) 박종호. (2025). 유기 동물 절반 구조돼도 자연사 혹은 안락사. 부산일보.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5062509564406435
4) 김세영, 박형인. (2017). 반려동물효과: 반려동물 소유와 심리적 건강 간 관계의 메타분석 연구. 사회과학연구, 28(1), 1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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