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국제 합의는 미국의 승인에 묶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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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국제 합의는 미국의 승인에 묶이지 않는다. - 트럼프의 G20 보이콧이 드러낸 새로운 다자주의 질서
  • 기사등록 2025-12-12 08: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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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제희 ]


2025 G20 정상회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스렉 엑스포센터(연합뉴스)


지난 11월 22일 아프리카 대륙 최초로 열린 G20 정상회의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에서 개최되었다. 올해 G20은 ‘연대, 평등, 지속가능성’을 핵심 의제로 내세우며 기후 위기 대응, 개도국 부채 경감, 재생에너지 확대 등 전 지구적 도전 과제들을 선언문에 담았다.

 

국내에서는 이번 회의를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의 외교 지평이 확장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그러나 또 다른 각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미국이 이례적으로 합의문에 이견을 제기하여 사실상 보이콧에 나섰고, 이에 따라 G20이 전통적으로 유지해온 만장일치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세계 경제 주요 20개국이 모여 공동의 해법을 찾기 위해 건설된 G20이,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미국의 반대에도 개의치 않고 선언문을 발표한 일은 결코 단순한 절차적 결정이 아니다. 더 이상 다자주의에 대한 요구가 뒤로 미뤄질 수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트럼프의 보이콧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트럼프의 보이콧은 단순한 증흑적 반발이 아니라, 애초부터 예견된 충돌이었다고 볼 수 있다. 2024년 개최국이었던 브라질은 글로벌 사우스의 위상을 강화하며, 강대국 중심의 경직된 국제질서 구조를 비판해왔다. 더 많은 국가가 발언권을 갖는 다극적 질서를 주장하며 구조적 ‘불평등’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것이다.

 

글로벌 사우스란, 전통적인 선진국 그룹인 G7 밖에서 성장한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신흥국을 묶어 부르는 말로, 최근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집단이다. 2022년 인도네시아, 2023년 인도, 2024년 브라질, 202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최근 4개년의 G20 개최국을 돌아보면 모두 글로벌 사우스의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형성된 G20의 최근 정체성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트럼프의 지향과 자연히 충동할 수 밖에 없었다.

 

2026년 G20 차기 개최국으로 예정된 미국은, 올해 불참으로 인해 정상적인 의장국 이양식조차 취소된 채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G20과 트럼프는 애초에 다른 길을 걷고 있었을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트럼프가 미국의 오랜 외교 노선을 완전히 대변하는 인물도 아니며, G20 역시 다뤄온 핵심 의제는 시대에 따라 크게 달라져 왔다. 2010년에는 거시 경제와 금융 위기 대응이 중심이었고, 2020년과 2022년 사이에는 펜데믹, 기후변화, 스테그플레이션의 3중 위기를 다루었다.

 

하지만 최근 G20이 집중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구조적 불평등 문제는 과거 현안들과 성격이 다르다. 이는 단순한 경제 조정이나 공통 위기 대응을 넘어, 국제 질서의 재편과 권력 배분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사우스의 입지가 공고해지고 있다는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견제의 대상인 러시아와 중국을 지지하는 국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대표적인 예가 브릭스(BRICS, 다섯 나라의 이니셜을 합친 이름)다. 브릭스는 G7 중심의 국제 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결성된 신흥국 협력체로, G20에서도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 국가 중 상당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입장을 정당화하거나, 러시아와의 경제적 연계를 통해 얻는 이익을 유지하길 원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외교적 갈등이 아니라, 심리학적으로는 ‘지위 위협(status threat)’에 가깝다. 기존 패권국이었던 미국에게는 자신이 주도하던 국제 규칙이 더 이상 절대적 기준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상대적 영향력의 감소를 체감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과 브릭스의 확대는 미국에게 구조적 변화를 넘어 자신의 권위가 도전받고 있다는 심리적 자극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위 위협’은 종종 보이콧, 탈퇴, 규칙 거부 같은 방어적 행동으로 이어진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미국 우선주의’라는 새로운 지위를 강조하는 태도로 발전하였다. 트럼프는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우위를 다시 확인받으려 했지만, 이 전략은 단순히 상대 세력에게서만 반발을 불러온 것이 아니다. 본래 미국의 아군으로 인식되던 캐나다, 오스트리아, 유럽연합 등 서방 국가들에서도 미국의 새로운 우선주의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올해 G20에서는 전례 없는 미국이 참여하지 않은 선언문이 공표된 것은 아닐까?

 

G20의 무력감, 역시 존재한다.


 

G20은 집합적으로 세계 GDP의 80%, 무역의 75%를 차지할 만큼 세계 경제의 충분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 공통의 문제를 해결할 주도적 역할이 가능한 회의체이다. 또 G20 자체가 위기관리 그룹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적합하다. 

 

그러나 글로벌 사우스가 주도하는 의제는 근본적으로 주권과 권력 배분 문제와 연결된다. 힘의 불균형 문제를 회의체에서 성공적으로 조정한 경험은 사실상 부족하며, 현재 다루고 있는 의제조차 구체적 실현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불평등한 구조를 누가 주도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실효적 방법이 부재하다. 게다가 의제의 수만 계속 늘어나고 있는 점도 또 다른 한계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미국의 승인이 더 이상 무조건적으로 필요한 시대가 아님은 새로운 국제 질서가 점차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신선한 신호일지도 모른다.


*출처

1) 강선주, (2024). 2024년 브라질 G20 정상회의의 결과와 함의: G20 정상회의의 변형과 미래 불확실(2024-45).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2) 글로벌 이코노믹. (2025). https://www.g-enews.com/article/Global-Biz/2025/11/2025112309375943700c8c1c064d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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