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한국심리학신문=이창희]
출처: 구글 제미나이 나노 바나나"AI에 관련된 심리학적 내용과 사고가 들어가 있는 기사 초안을 작성해 봐"
이 질문의 답변은 필자의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글과 함께하는 생활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경험을 확실하게 뛰어넘는 깔끔하고 적절한 초안을 작성해 버린다. 그것도 10초 만에 완성해 버린다. 더욱 탄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내용을 발전시킬 뿐 아니라 관련 자료에 대한 출처까지 삽입한다. AI가 주는 빠르고 정확한 정보력은 활용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시간적 손해를 입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이런 역할뿐 아니라 AI와 상담하는 경우도 흔하다. 실제로 20대 여대생 5명을 대상으로 FGI (심층면접법)을 실시했을 때, 모두가 AI에게 진로 고민이나 친구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 등을 상담한 경험이 있고, 이러한 용도로 많이 활용한다고 밝혔다.
오픈애즈 같은 트렌드를 소개하는 뉴스레터들은 AI 네이티브로 정의한다. ChatGPT와 같은 AI가 세상에 나온 지 3년이 지난 지금 Z세대에게 AI는 더 이상 신기한 기술이 아니다. 학업에서 업무까지, 자기 계발에서 일상 대화까지, AI는 삶의 곳곳에 스며들었다. 마치 스마트폰이 우리 손에서 떠나지 않듯, AI는 이들의 일상에서 떠나지 않는다.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 로버트 시먼스는 학생들이 AI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적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사용하는 게 아니라, Z세대는 AI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가고 있다. 그런데 미래의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고 인간의 가치를 뒤흔드는 AI를 왜 두려워하지 않고 기회로 바꿀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심리학에 있다.
외부 두뇌로 받아들인 세대
출처: 동아일보 DB
스티븐 호킹은 AI가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Z세대는 다르게 반응한다. 심리학자 리처드 라자루스의 인지적 평가 이론으로 보면, Z세대는 AI를 위협이 아닌 자원으로 평가하며 과제나 반복적인 작업을 돕는 파트너다.
심리학자 앤디 클라크와 데이비드 차머스는 1998년 확장된 마음 이론을 제시했다. 인간의 인지가 두개골 안에만 갇혀 있지 않고, 외부 도구를 통해 확장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메모장으로 기억을 확장하고, 계산기로 연산 능력을 확장해 왔다. Z세대에게 AI는 바로 이 확장된 인지의 최신 버전이다.
Z세대는 AI를 단순한 검색 도구가 아니라, 사고 과정의 연장선으로 활용한다. 과제의 방향을 잡고, 논리의 허점을 점검하며, 다양한 관점을 탐색하는 데 AI를 활용한다. 이는 의존이 아니라 인지적 협업으로 AI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며, 비판적 사고를 자극받는다.
주도권을 놓지 않는 협업
Z세대의 AI 활용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자율성의 유지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의 자기 결정성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이라는 세 가지 기본 욕구를 가진다. Z세대는 AI를 활용하면서도 이 욕구들을 충족시키는 방식을 찾아냈다.
먼저 자율성이다. Z세대는 AI 사용에 명확한 경계를 설정한다. 정보 수집과 아이디어 발산은 AI의 영역으로 두되, 최종 판단과 창의적 해석은 자신의 영역으로 남겨둔다. 이 구분은 의식적이고 전략적이다. AI가 제안하면 자신이 선택하고, AI가 초안을 만들면 자신이 다듬는다. 주도권은 언제나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다음은 유능성이다. Z세대에게 AI 활용 능력 자체가 새로운 역량이다. 이들은 AI를 단순히 답을 얻는 도구가 아니라, 학습을 효율화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개념 이해, 문제 풀이 방법 학습, 자신의 이해도 점검에 AI를 활용하면서 실제 역량을 키워간다.
마지막으로 관계성이다. Z세대는 AI를 활용하여 더욱 현명하고 감정 소비가 적은 효율적이고 건강한 관계 형성을 도모하고자 한다. 친구와의 갈등 상황에서 먼저 AI에게 조언을 구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전에 객관적인 관점을 얻으며 진로 고민을 AI와 나누며 생각을 정리한 후, 실제 멘토나 가족과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AI는 감정적 소모를 줄이고, 문제를 구조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 결과 실제 인간관계에서는 더 성숙하고 건강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AI의 질은 결국 인간이 결정한다
Z세대의 AI 활용 패턴을 관찰하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AI는 도구일 뿐, 그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는 인간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AI는 인간이 입력한 데이터로 학습하고, 인간이 던진 질문에 답하는 학습 도구이기에 중요한 건 프롬프트의 질이다.
"과제 좀 써줘"라는 막연한 요청과 "마케팅 전략에서 소비자 심리 이론을 적용한 사례를 3가지 들고, 각각의 한계점을 분석해줘"라는 구체적인 요청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Z세대의 학업 활용 사례들을 보면, 단순히 답을 얻으려는 시도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질문을 던질 때 훨씬 유용한 결과를 얻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나은 답을 얻기 위해서는 더 나은 질문이 필요하며, 그 질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식과 인사이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AI에게 "이 주제를 설명해줘"보다 "이 개념을 신경과학 관점에서 설명하되, 실생활 예시를 들어줘"라고 묻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Z세대의 사용 패턴이 알려주는 핵심은 AI를 잘 활용한다는 것이 잘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즉 무엇을 알고 싶은지, 어떤 관점에서 접근할지, 어떤 깊이로 탐구할지를 정하는 건 인간인 셈이다. AI는 그 방향에 따라 정보를 제공하고 아이디어를 확장할 뿐, 방향 자체를 정하지는 못한다. 결국 AI 활용의 질을 결정하는 건 인간이 가진 지식, 경험, 그리고 비판적 사고 능력이다.
기술과 함께 성장하는 인간의 조건
출처: 구글 제미나이 나노 바나나 AI 네이티브가 보여주는 것은 AI를 활용하되 주도권은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효율은 추구하되, 방향을 정하는 건 인간이라는 부분이다. 뉴욕대 시먼스 교수의 말처럼 "창의적이고 적응력 있는 인재"가 중요한 시대다. 역설적이게도 AI 시대의 핵심 역량은 명확한 질문을 만드는 사고력, 맥락을 읽는 통찰력, 의미를 부여하는 창의성과 같은 인간다움이다.
결국 기술을 얼마나 잘 쓰느냐가 아니라, 기술과 함께 어떤 사람이 되는지가 중요하다
참고문헌
1)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2025). 7가지 키워드로 살펴보는 2026 z세대 트렌드 핵심 요약.
(https://www.20slab.org/Archives/39003)
2) 김다린. (2025). AI 네이티브의 시대가 온다. FORTUNE KOREA.
(https://www.fortun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041)
3) 대학내일. (2025). Z세대가 보든 AI 기대와 의심 사이.
4) AI 리포터. (2025). 두려움보다 기회 된 AI Z세대, 기술 적응하며 미래 대비 중. Digital Today.
(https://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2438)
5) AI 리포터. (2025). Z세대의 AI 활용법…검색·공부는 기본, 여성은 '상담'까지. Digital Today
(https://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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