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2025년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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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혜진 ]


출처: pixabay.com


12월이 되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조금 흔들린다. 같은 하루를 살았어도, 연말만 되면 “올해 나 너무 못 살았나…?” 하고 한숨이 나오거나, 반대로 “그래도 나 꽤 잘 버틴 것 같은데?”라며 스스로를 생각보다 후하게 평가하기도 한다.

 

분명히 똑같은 365일이었는데도, 평가가 이렇게 들쭉날쭉해지는 건 왜일까? 사실 이것은 우리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만들어내는 ‘연말 착시’ 때문이다.

 


연말 착시가 일어나는 이유는?



그렇다면 연말 착시는 왜 일어날까?

 

먼저, 우리 뇌는 가장 최근 페이지만 보고 책 전체를 평가하는 “Recency Bias”를 지녔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근의 경험’을 전체의 대표처럼 느끼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11월·12월에 일이 잘 안 풀렸다면 앞의 10개월이 아무리 충실했어도 “올해는 그냥 별로였다”는 결론을 너무 쉽게 내린다. 반대로 연말에 좋은 소식이 몰리면, 평소보다 올해를 훨씬 더 근사하게 기억하기도 한다. 이렇듯 뇌는 책을 끝까지 다 읽지 않는다. 단지 마지막 몇 장만 보고 전체를 평가해 버린다.

 

둘째, 우리의 기억이 한 해의 ‘하이라이트’만 담아내기 때문이다(Peak-End Rule). 우리가 한 해를 돌아볼 때 떠오르는 건 사실 평균적인 일상이 아니다. 가장 강렬했던 순간(peak) 하나, 그리고 연말(end) 감정이 대부분의 평가를 결정한다. 단 한 번의 큰 실패가 “올해는 망했다”고, 딱 한 번의 큰 성취 “그래도 괜찮은 한 해였어”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12개월의 일들을 균등하게 떠올리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뇌는 하이라이트 영상만 편집해 버린다.

 

또 다른 이유로 ‘새로운 달력’이 주는 착각을 들 수 있다(Fresh Start Effect). 연말이 되면 다들 다이어리를 사고 달력을 준비하곤 한다. 그러나 연말이 특별한 이유는 달력이 마지막 장을 넘기기 때문만은 아니다. 심리적으로도 연말은 “이번 챕터를 끝내는 시간”으로 작동한다. 이 ‘새 출발 효과’ 때문에 우리는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계획을 더 극적으로 바라보고, 그 과정에서 올해의 나에 대한 평가도 과장하기 쉽다. 그래서 연말 회고가 때로는 너무 냉정하고, 때로는 유난히 관대해지는 것이다.



 연말이 되면 유독 마음이 흔들리는 이유



그렇다면 연말이 되면 왜 우리는 유독 마음이 흔들릴까? 이런 연말 착시는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라, 12월은 아래 세 가지 심리적 요소가 동시에 작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먼저, 사람들은 정리하고 싶어지는 마음(closure)을 경험한다. 이들은 “올해를 정리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해지면서 평가도 ‘요약 버전’으로 바뀐다. 그러나 이 요약은 늘 조금 과장된다.

 

둘째, 비교가 갑자기 활발해지는 시기가 된다. SNS의 〈올해의 순간들〉, 사람들 모임에서 나오는 근황 토크, 다른 사람의 하이라이트를 보며 우리는 자신을 더 엄격하게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나와 실제 나의 간극 때문이다. 올해 초에 세웠던 목표가 ‘앵커’처럼 작용하기에 기대한 모습보다 부족하면 과소평가, 예상보다 잘했다 싶으면 과대평가하게 된다.

 


올해의 나를 있는 그대로 보려면?



그럼, 올해의 나를 조금 더 정확하게 보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연말 착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서 완전히 없앨 필요는 없다. 다만 작은 습관으로 한 해를 조금 더 균형 있게 바라볼 수는 있다.

 

12개월을 골고루 떠올려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핸드폰 앨범을 1월부터 천천히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아, 나 이때 되게 열심히 살았구나”, “생각보다 좋은 날이 많았네” 같은 균형이 생긴다.

 

또 성과보다 ‘태도’를 기억하는 것도 전략이다. “나는 올해 무엇을 했냐?”보다 “나는 올해 어떤 사람이었나?”가 더 현실적이고 따뜻한 평가가 된다.

 

마지막으로, 나만의 연말 기준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성공/실패로 나누지 말고, ‘올해의 세 문장’, ‘올해 고마웠던 순간 3개’처럼 너무 극단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회고해보는 거다.



2025년을 보내며...


 

연말은 인생의 성적표를 받는 날이 아니다. 단지 한 해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잠깐 멈춰 서서 숨을 고르는 시간일 뿐이다.

 

올해의 나를 조금 더 정확히, 그리고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봐도 괜찮다. 생각보다 우리는 꽤 잘 살아냈을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1) Dai, H., Milkman, K. L., & Riis, J. (2014). The fresh start effect: Temporal landmarks motivate aspirational behavior. Management Science, 60(10), 2563–2582. https://doi.org/10.1287/mnsc.2013.1781

2) Fredrickson, B. L., & Kahneman, D. (1993). Duration neglect in retrospective evaluations of affective episod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5(1), 45–55. https://doi.org/10.1037/0022-3514.65.1.45

3) Kahneman, D., Fredrickson, B. L., Schreiber, C. A., & Redelmeier, D. A. (1993). When more pain is preferred to less: Adding a better end. Psychological Science, 4(6), 401–405. https://doi.org/10.1111/j.1467-9280.1993.tb00589.x

4) Tversky, A., & Kahneman, D. (1973). Availability: A heuristic for judging frequency and probability. Cognitive Psychology, 5(2), 207–232. https://doi.org/10.1016/0010-0285(73)90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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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1-07 15: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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