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빈
[한국심리학신문=김수빈 ]
사진 제공 : 픽사베이
죽음은 누구나 겪는 삶의 마지막 순간이다. 에릭슨은 노년기를 자아 통합 대 절망감(Integrity vs. Despair)으로 설명했다. 이 시기는 고군분투했던 지난 세월을 회고하면서 남은 삶을 설계하게 된다(Erikson, E. H. , 1997).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심리적 안녕감에도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면서 쌓아온 경험으로 성숙한 지혜가 발휘되기도 하지만 기대를 내려놓는 과정이 반복되고 소중한 것을 떠나보내는 일이 많아질수록 극심한 무력감에 압도된다. 외로움은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이지만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그 강도는 젊은 시절보다 더욱 극심하고 쓸쓸하게 외로움의 그늘을 뒤덮는다. 노년기는 사회적 은퇴와도 맞닿아 있다. 활발하게 이어오던 사회적 역할을 내려놓게 되면서 앞으로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 건설할 것인지,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과 불안이 커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노화 진행될수록 감퇴의 속도는 빨라지고 빈곤이나 사회적 소외, 상실감과 같은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다. 희끗희끗했던 머리카락은 전체적으로 흰색이나 회색으로 변화되고 모발의 굵기도 점차 가늘어진다. 심지어 탄력이 떨어진 머리카락은 한 움큼씩 빠지기 시작해 노화 촉진 위험의 신호를 보낸다. 땀이 날 때까지 달려도 보고 음식도 자유롭게 먹었던 젊은 시절과 달리 노년기는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불편과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 신체 기능과 면역도 심각하게 저하되어 각종 질병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치아가 약해져 음식을 씹거나 소화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뼈나 근육이 약해져 통증을 겪는다. 휠체어나 지팡이와 같은 보조 기구에 의지하여 보행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거동이 불편해지니까 어딘가로 이동하는 것마저 부담돼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내게 된다. 고단함은 쌓여만 가고 계속해서 비워내는 하루를 보낸다. 자식이나 손주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가족과 함께 살지 않고 혼자 거주하는 노인의 경우에는 집 안 가득 메운 고요 속에 무거운 침묵을 견뎌내야만 한다.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누군가 항상 곁에 머물며 돌봄이 필요하지만, 보호받는 대상은 한정적인 편이라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받는 것도 어려움이 따른다. 약해진 몸 상태에도 어쩔 수 없이 고통 속에서 속앓이하는 날도 허다하다. 복합적으로 얽힌 감정을 꿋꿋하게 넘기며 침묵에 익숙해지다 보면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무감정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어떤 이유도, 생각도 뒷받침하기가 꺼려지게 된다. 관계 틀의 어떠한 의미도 두지 않고 극심한 외로움의 그늘 안으로 자신을 가둔 채 영원한 고독 속에 그대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고독사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초고령사회, 돌봄 지원 확대
젊은 사람들은 가정과 일의 양립에 대한 어려움, 경제적 상황, 과거의 상처 등 다양한 사정이 혼재해 있다. 결과적으로 미래에 대한 책임의 부담과 불안은 결혼을 기피하는 형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1인 가구에 대한 비중은 가속화되고 노인 인구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면서 초고령사회에 도달했다. 청년과 노년층을 중심으로 외로움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면서 정책 차원에서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기존의 청소년이나, 청년, 노인 복지의 부서와 예산이 흩어져 있는 것을 통합하고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인천시는 전국 최초로 외로움 돌봄국을 신설했다(2025, KBS). 사회적 단절의 위험을 예방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목적이 있다.
서울시도 최근 '외로움 없는 서울'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외로움 없는 서울'의 프로그램은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어 '외로움 없는 서울 시즌2'를 준비 중이다. 24시간 전담 전화상담인 '외로움안녕120'은 2025년 11월 기준, 기존 목표치보다 약 9.6배 높은 2만 9,000여 건의 상담을 기록했다. 편의점처럼 편하게 들러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인 '서울마음편의점' 역시 이용자가 5만 2천 명 이상으로 기존 목표의 10배가 넘어섰다. '365서울챌린지'는 다양한 챌린지에 참여하고 인증하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높이고 일상 속 행복감을 더했다. 기존 목표했던 5만 명보다 훨씬 웃도는 7만 5,000여 건의 실적을 내며 큰 호응을 이끌었다.
원치 않는 외로움을 선택하는 처지 아니라 해결을 시도하고 극복을 위한 사회적 장치가 안전하게 반영되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제도화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책의 활성화를 위해서 정기적인 공론장을 마련하면 안정적인 지역 프로그램의 정착이나 정책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제도 인식을 높이고 연대 책임에 이바지한다면 실질적으로 사회적 역할 회복에 대한 실천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참여가 어려운 경우에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개인의 의식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플랫폼을 확대하고 의견 수렴을 위한 실질적 제도 방안을 운영해야 한다.
외로움을 덜어주는 AI 돌봄 로봇의 등장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우울의 관계에서 정서조절 방략의 매개효과 연구에 따르면 외로울수록 적응적 행동 방략은 덜 사용하게 되고, 부적응적 인지 방략을 자주 사용하게 되어 우울감을 높인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외로움의 감정에 속지 않기 위해 활력을 높이는 활동을 늘리고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들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높여야 한다(최지혜, & 김호영2025).
미국 CNN은 국내 돌봄 로봇인 '효돌이'에 주목했다. '효돌이'는 2025년 11월 기준 1만 2,000대 이상이 주로 공공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 독거노인에게 보급됐다. 돌봄 로봇의 존재가 노인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유대감을 크게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은 편이다. '효돌이'는 30~50cm의 사람의 몸집보다는 작은 크기로 소통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외출하고 귀가를 하면 “할머니, 하루 종일 기다렸어요”라고 말하면서 조용한 집 안의 공백을 메우며 대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말동무가 되어주는 돌봄 로봇은 일상에 정서 지원군이 되어주는 셈이다(이정수, 2025). 현대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자극과 변화 속에서 여유롭게 마음을 돌보는 것이 고립감을 해소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역할이지만 역설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경계나 부담을 낮추는 장점이 있다. 노인은 AI 활용에 익숙 않은 세대인 만큼 기능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 지원하고 조작적 편의에도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Erikson, E. H. (1997). The life cycle completed. W. W. Norton & Company.
2) 박재우. (2025). 1인 가구 36%·고독사 급증…인천, 전국 첫 외로움돌봄국. KBS.
2) 정용욱. (2025). '외로움 없는 서울' 내년엔 중장년 챙긴다…오세훈 “사회가 함께 책임질 것”. 이투데이. https://www.etoday.co.kr/news/view/2536873
4) 최지혜, & 김호영. (2025).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우울의 관계에서 정서조절 방략의 매개효과. 한국심리학회지: 임상심리 연구와 실제, 11(1), 101-126.
5) 이정수. (2025). “우리 효돌이 똑똑해져서 서울대 가자” 할머니 말 ‘뭉클’… AI 돌봄로봇에 외신도 주목. 서울신문.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25/12/04/2025120450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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