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나눌 수록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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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가은A ]


시험에 대한 아주 중요한 정보를 친구에게 알려줄지 말지 고민해본 경험이 있는가. 이 정보를 알고 있는 내가 시험에서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은 아니었을까. 지식이나 정보가 곧 경쟁력이 되는 상황에서, 이를 공유할 것인지 숨길 것인지는 개인에게 결코 가벼운 선택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을 넘어 기업과 조직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21세기에 지식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며, 경쟁 우위와 성장·발전의 원천이다. 따라서 지식을 조직 내외에서 얼마나 잘 공유하고 확산하느냐는 중요한 경영 과제로 인식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이다. 지식경영은 조직이 보유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창출·저장·공유·활용함으로써 개인의 경험과 노하우를 조직 차원의 자산으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성과와 경쟁력을 높이려는 관리 전략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식경영이 전제하는 ‘자발적 공유’는 조직의 현실에서 항상 작동하지 않는다. 조직에서 정보와 지식은 협력의 자산인 동시에 개인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타인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식을 제공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숨기는 선택을 하게 된다. 

 


지식은폐(Knowledge Hiding)란?



지식은폐란 타인이 업무상 정당하게 요청한 지식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행동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지식 부족이나 우연한 정보 누락과는 구별되며, 명확한 의도성을 전제로 한다.

 


Connelly 등(2012)은 지식은폐 행동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첫째, 회피적 은폐(evasive hiding)는 지식을 의도적으로 전달하지 않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지식을 숨기려는 행동을 의미한다. 둘째, 모르는 척하기(playing dumb)는 지식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척하거나, 요청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를 말한다. 셋째, 합리적 은폐(rationalized hiding)는 상급자의 지시나 규정, 제삼자의 이익 보호, 정보 보안과 같은 이유로 지식 공유를 제한하는 경우로, 표면적으로는 정당한 근거를 동반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지식을 왜 숨기는가?



김형진과 심덕섭(2017)은 지식영역성과 지식은폐 간에 유의한 정(+)의 관계가 있음을 밝혔다. 지식영역성이란 특정 지식에 대해 ‘이것은 나의 것’, ‘나만의 영역’이라고 인식하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인식이 강할수록 개인은 자신의 자산을 보호하려는 심리에서 지식을 타인과 공유하기보다 은폐하려는 행동을 보이게 된다. 즉, 지식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과 성과를 지탱하는 자원으로 인식될수록, 공유보다는 방어의 대상이 된다.


반대로, 과업상호의존성과 조직보상은 지식공유와 유의한 정(+)의 관계를 보였다. 과업상호의존성이 높다는 것은 개인의 성과가 동료와의 협력과 상호작용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지식 공유가 개인의 손해가 아니라 과업 달성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인식되며, 자연스럽게 공유 행동이 증가한다. 또한 조직 차원에서 제도나 보상을 통해 지식 공유를 장려할 경우, 구성원들은 지식을 숨겨야 할 자원이 아니라 함께 활용해야 할 자산으로 인식하게 된다.

 


숨기면 숨길수록 정체되는 조직



포천(Fortune) 500대 기업의 경우, 지식 공유의 실패로 인한 연간 손실이 약 315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식이 조직 내에서 원활하게 흐르지 않을 때 발생하는 비용이 결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지식은폐는 지식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며, 지식 공유의 효율성을 저하시켜 조직 내 협력과 혁신을 억제한다. 그 결과 문제 해결과 의사결정의 질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연구에 따르면 지식은폐와 창의적 성과 사이에는 유의한 부(-)의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동료 간 지식은폐는 상호 불신을 증폭시키고, 구성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의 범위를 제한한다. 이는 문제에 대한 이해도를 낮추고,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할 수 있는 기회마저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지식을 숨길수록 조직은 정체되는 것이다. 

 


지식공유 환경 만들기



많은 기업들은 구성원 간 지식공유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와 보상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그중 가장 널리 활용되는 제도 중 하나가 멘토링 제도이다. 멘토링은 조직 내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한 선배 구성원이 후배 사원에게 업무 지식과 노하우를 전달하고, 직무 수행을 지도하는 공식적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멘토링 제도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구성원 간 신뢰 형성과 의사소통을 촉진하는 장점을 지닌다. 특히 멘토와 멘티 간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은 지식 공유를 자연스러운 관계적 행동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지식은폐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를 가진다. 이러한 이유로 LG, SK하이닉스 등 다수의 국내 대기업들이 멘토링 제도를 도입·운영하며 조직 내 학습과 협업 문화를 강화하고 있다.



지식은 조직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지만, 동시에 숨기고 싶은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지식은폐는 개인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일탈 행동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경쟁 중심의 평가 구조와 불안정한 조직 환경 속에서 형성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지식을 숨길수록 조직의 학습과 혁신은 정체되고, 그 비용은 결국 조직 전체가 감당하게 된다. 지식공유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보상을 넘어, 지식을 나누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신뢰와 심리적 안전감을 조직 차원에서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출처 >

김형진, 심덕섭. (2017-10-28). 지식공유와 지식은폐의 선행요인 및 결과에 관한 연구. 대한경영학회 학술발표대회 발표논문집, 서울.

박진일. (2023년 1월 18일). [경영칼럼] 지식 은폐를 어떻게 예방하는가? 글로벌이코노믹. https://www.g-enews.com/article/Opinion/2023/01/202301160540504997e8b8a793f7_1

Banzrai Nomintugs. (2024). 지식공유 및 지식은폐 행동이 혁신행동에 미치는 영향: 과업상호의존성의 조절효과를 중심으로 [The effects of knowledge sharing and knowledge hiding on innovative work behavior: Focused on the moderating effect of task interdependence] (석사학위논문). 가천대학교 글로벌캠퍼스 일반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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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2-29 08: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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