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잘치는 방법이 있다고? (1)
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채예린 ]


시험을 칠 때, "아 분명 봤던 것 같은데 뭐였지?"라고 고민하고 헷갈렸던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인간의 뇌는 세상 모든 정보를 기억할 수 없고 자연스레 망각이라는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한다. 그렇기에 아무리 공부하고 외웠어도 시간이 흐르면 일부는 망각되어 있고 인출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일어나는 망각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하지 않지만, 시험의 경우, 우리의 망각은 점수를 좌지우지하고 시험 결과를 바꾸기도 한다. 그렇기에 교육계에서도 기억을 잘하는 것과 관련된 연구가 많이 일어나고 있고 많은 공부법 등이 생겨나고 있다. 


파란 글씨로 쓰면 더 잘 기억난다.

노트 정리를 해서 위치와 이미지로 암기한다.

기억을 잘 하려면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자신만의 언어로 친구에게 설명하는 것이 가장 기억에 잘 남는다.

백지 노트가 가장 기억에 효과적이다. 


이러한 기억에 관한 여러 정보가 알려져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어떤 원리로 기억이 작용하는지 알지 못한 채로 그저 알려진 통념을 따라 하곤 한다. 그러나 시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억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으며, 기억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그 원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기억을 잘하는 방법은 무엇이며 어떤 원리가 작용 것일까? 인지심리학을 통해 이를 파헤쳐보고자 한다. 


인지심리학에서 기억 모형으로 크게 Atkinson & Shiffrin 의 모형, 처리 수준 모형, Tulving의 모형, PDP 모형이 있다. 이 중에서 처리 수준 모형과 Tulving의 모형을 통해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기억을 잘하는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알아가 보고자 한다. 


< 처리 수준 모형>

1. 처리 수준이 깊으면 정보의 파지가 길다. 


Craik & Lockhart (1972) 은율이나 모양보다도 문장이 기억에 더 잘 남는다고 말한다. 여기서 문장과 은율/모양의 차이는 바로 '의미를 처리하느냐'에 있다. 똑같은 것을 공부해도 의미 처리를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문장 내에 괄호에 들어갈 단어를 고르는 과제를 할 때 더 오래, 잘 기억했다. 문맥상 맞는 단어를 고르기 위해서 의미 처리를 하였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어미로 끝나거나 같은 글씨체인 단어를 말하는 과제의 경우 얕은 감각/형태적 처리를 했기에 상대적으로 기억이 덜 남는 경향을 보였다. 즉, 얼마나 깊이 있게 해당 단어를 처리하느냐가 기억의 정도를 다르게 했다. 


그렇다면 왜 깊게 의미 있는 처리를 하는 것이 기억에 더 잘 남게 할까? 그건 바로 처리의 부산물인 기억 흔적을 더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기억을 인출할 수 있는 단서(cue)가 되는 기억 흔적이 의미적 처리를 하게 되면 더 많은 것들과 연결되어 기억을 더욱 쉽게 떠올릴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깊게 의미적 연상이나 심상을 이용하는 것이 정교한 기억을 형성할 수 있고 정보의 파지를 길게 하여 기억이 더 오래 그리고 쉽게 나게 한다. 


2. Self-reference effect (자기-준거 효과)

의미적 처리보다 더 효과적인 것이 바로 이 자기 준거 효과이다. 그렇다면 자기 준거 효과란 무엇일까? 자기-준거 효과란 사람들이 자신과 연관된 정보를 그렇지 않은 정보보다 더 쉽게 기억하고 강하게 처리하는 효과를 의미한다. 이는 자신의 경험, 지식, 가치관을 무의식적으로 작용하여 정보를 처리하는 학습 및 기억 현상으로, 정보를 자신과 연결할 때 기억력이 향상되는 효과이다. 숫자를 외울 때 나의 생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과 연결하여 외울 때 더 기억이 잘 나는 것이 자기 준거 효과의 예시이다.  


3. Self generation effect

정보를 그저 수동적으로 읽거나 듣는 것보다, 스스로 생각해 보거나 먼저 만들어보고 그다음에 공부하면, 더 잘 기억되는 것을 의미한다. Self generation는 그 자체로 능동적 정보 생성을 의미하기에 생각, 글쓰기, 말하기를 비롯하여 요약하기, 퀴즈 만들기, 설명하기 등도 포함한다. 똑같은 시간동안, 틀리더라도 테스트 한 번 해보고 공부하는 것은 인출 연습을 하게끔 유도할 뿐만 아니라 내가 아는지 모르는지 테스트 해보는 것이며 이는 곧 자기 기억에 대해 생각해 내는 메타인지를 일으킨다. 메타인지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구분하고 과제의 난이도에 따라 필요한 학습 전략을 판단하고 실행하는 능력이다. 시험 볼 때, "내가 이것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기억해낼 수 없을 것이다"를 정확히 아는 것이며,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스스로 인지하고 해당 부분에 더 집중하여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의 기억과 학습에 대한 메타인지를 가지고 공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지능(IQ)만큼이나, 혹은 그에 못지않게 메타인지는 학업 성취를 좌우하는 요소로 자주 언급된다. 



Episodic, Semantic, & Procedural memory 

Tulving의 모형은 기억에 저장된 정보의 특성에 따라 기억을 분리한 모형이며, 크게 일화기억, 의미기억, 절차기억, 이 3가지로 구분이 된다.

일화기억이란 사건들이 일어난 때와 관련된, 그리고 사건 간의 관계와 관련된 정보들을 저장하며 이 정보들은 당사자의 개인적 경험에 기초한다. 직관적으로는 어디서 무엇을 보았고 언제 어디를 가서 등등의 사건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 


의미기억이란 세상에 대한 조직화된 지식을 의미한다. 단어들의 의미뿐 아니라 단어로 표현하기 힘든 지식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사과의 생김새, 물의 화학 분자식, 단어의 뜻, "겨울이 되면 밤이 길어진다." 등이 의미기억의 예시이다. 


절차기억이란 말로 기술하기 힘들지만, 수행할 수 있는 지식을 의미한다. 

일화기억과 의미기억은 서술기억으로 통칭며 서술기억과 절차기억은 각각 외현적 기억과 암묵적 기억으로 불린다. 


외현적 기억 검사로는 재인과 회상이 있다. 재인은 주어진 단서를 보고 과거 경험을 '알아보는' 인지 과정이며, 예시로는 객관식, OX 문제 등이 있다. 회상은 단서 없이 기억 속 정보를 '떠올리는' 과정으로, 예시로는 주관식, 서술형이 있다. 재인이 회상보다 일반적으로 더 쉽고, 재인은 '선택'이고 회상은 '생산'이라는 차이가 있다. 암묵적 기억 검사로는 단어 완성 검사 혹은 프라이밍 등이 있다. 


1. 외현적 기억 vs 암묵적 기억의 차이

외현적 기억은 정보의 학습과 인출이 의식적, 의도적, 직접적이지만 암묵적 기억은 무의식적, 우연적, 간접적이다. 정보의 내용에서 외현적 기억은 주로 의미를 생각하지만, 암묵적 기억은 물리적, 지각적 형태가 더욱 중요하다. 그렇기에 암묵적 기억의 경우 시각적으로 인코딩(저장)할  똑같이 시각적 인출을 해야 효과적이다. 또한 연령의 영향이 외현적 기억은 강하며, 암묵적 기억은 약하다. 외현적 기억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학습하기 어렵지만 암묵적 기억은 나이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감각 양태의 영향이 외현적 기억은 약하지만, 암묵적 기억은 강하다. 감각 양태라는 것은 감각 정보가 표현되거나 전달되는 방식을 의미한다. 즉, 암묵적 기억의 경우 시각적으로 인코딩(저장)할  똑같이 시각적 인출을 해야 효과적이다. 




또한 외현적 기억과 암묵적 기억은 해리를 이룬다. 이에 대해서는 특별히 해마가 손상되어 외현적 기억을 하지 못하는 환자가 암묵적 기억은 잘하는 결과를 보인 연구를 통해 이를 증명할 수 있다. 


위 실험에서 연구자는 환자에게 실제로 직접 보면서 그리는 것이 아닌, 거울을 보면서 그리게 별을 따라 그리게 하였고, 경계선에 있는 금을 벗어나면 오류의 횟수가 카운팅(counting) 되었다. 거울을 보며 따라 그리는 것은 그림이 반전되어서 그리기 어렵기에 처음에는 실수가 많을 수 밖에 없지만, 하면 할 수록, 에러가 줄어들었다. 이는 학습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이런 기억을 암묵적 기억이라 한다. 이런 현상이 일반인에게서 나타날 뿐만 아니라, 해마를 다친 환자한테도 나타났다. HM 환자는 일화기억이 되지 않는 순행 기억상실증 환자였다. 해마가 제거되기 전에 일들은 잘 기억하는데, 수술 이후의 일들을 기억을 못 한다. 즉, 새로운 기억을 학습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절차기억 즉, 암묵기억은 있다. 재밌는 건 그 전날 내가 이 활동을 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순간의 short term memory는 있고 멀쩡하지만, 문제는 그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앞서 살펴본 처리 수준 모형과 Tulving의 기억 체계는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 시험에서 요구되는 기억은 대부분 ‘외현적 의미기억’과 ‘회상’이라는 점이다. 학교 시험은 대개 단순히 “본 적이 있는가”를 묻지 않는다. 객관식도 많지만, 개념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개념 간의 관계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지, 원리를 스스로 서술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이는 곧 의미기억과 회상을 요구하는 형태의 기억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공부할 때 자신도 모르게 암묵적 기억이나 재인에 유리한 방식으로 학습한다. 예를 들어, 교과서를 무작정 반복해서 읽거나, 형광펜으로 표시한 내용을 다시 보는 방식은 “이걸 본 적이 있다”라는 느낌은 강하게 만들어 주지만, 정작 시험지 앞에서 스스로 써내야 할 때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재인, 그중에서도 인출하기 쉬운 정도의 재인 테스트에는 강하지만 더 세부적이고 명확한 관계를 떠올려야 하는 인출하기 어려운 재인 테스트나 회상에는 약한 학습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HM 환자의 사례와도 연결된다. HM은 새로운 사건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반복적으로 연습한 동작은 점점 더 잘 수행했다. 즉, 암묵적 절차기억은 남아 있었지만, 외현적 일화, 의미기억은 손상된 상태였다. 이처럼 사람은 “익숙해지는 것”과 “기억하는 것”이 전혀 다른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왜 ‘익숙한데 생각이 안 나지?’가 반복될까


학생들이 시험장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분명히 봤는데, 왜 기억이 안 나지?”이다. 이 현상은 공부할 때 형성된 기억이 암묵적 기억이나 재인 중심이었기 때문에 나타난다. 교재를 여러 번 읽으면 시각적 형태와 문장의 배열에는 익숙해진다. 하지만 그 내용이 의미적으로 조직되고,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된 기억이 아니라면, 단서 없이 꺼내야 하는 시험 상황에서는 쉽게 인출되지 않는다.


처리 수준 이론이 말하는 ‘깊은 처리’란 단순히 오래 보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다른 개념과 연결하고, 이유를 생각하고, 자신의 말로 바꾸어보는 것이다. 정보의 의미를 내가 직접 깊게 처리했을 때, 인출을 도와줄 단서가 머릿속에 남게 된다. Tulving의 이론에 따르면, 이렇게 형성된 의미 기억은 회상 검사에서 훨씬 잘 작동한다. 결국 시험 공부의 핵심은 ‘기억의 종류를 맞추는 것’ 인지심리학이 말해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이것이다. 공부 방법은 시험이 요구하는 기억의 종류와 일치해야 한다.


시험이 의미기억과 회상을 요구한다면, 공부 역시 의미적 연결, 자기 자신과의 연관, 스스로 생성해 보는 활동, 빈 종이에 떠올려 적어보는 연습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교재를 다시 읽는 것은 “본 적 있는 느낌”만 남길 뿐, 시험장에서 실제로 꺼낼 수 있는 기억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우리가 “분명 공부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라고 느끼는 순간, 그 문제는 노력의 양이 아니라 기억이 만들어진 방식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출처>

Corkin, S. (1968). Acquisition of motor skill after bilateral medial temporal-lobe excision. Neuropsychologia, 6(3), 255–265.

Craik, F. I. M., & Lockhart, R. S. (1972). Levels of processing: A framework for memory research. Journal of Verbal Learning and Verbal Behavior, 11(6), 671–684.

Rogers, T. B., Kuiper, N. A., & Kirker, W. S. (1977). Self-reference and the encoding of personal informa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5(9), 677–688.

Slamecka, N. J., & Graf, P. (1978). The generation effect: Delineation of a phenomenon.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Human Learning and Memory, 4(6), 592–604.

Tulving, E. (1972). Episodic and semantic memory. In E. Tulving & W. Donaldson (Eds.), Organization of memory (pp. 381–403). Academic Press.


<이미지 출처>

Gazzaniga, M. S., Heatherton, T. F., & Halpern, D. F. (2009).
Psychological science (3rd ed.). New York, NY: W. W. Norton & Company.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11733
  • 기사등록 2026-01-08 08:41:17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