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에 대한 확신은 누군가를 밖으로 밀어낸다.
기사 메일전송
어떤 것에 대한 확신은 누군가를 밖으로 밀어낸다. - <주토피아 2>로 보는 위협 지각 이론(Perceived Threat Theory)
  • 기사등록 2025-12-30 08:45:59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이제희 ]


**<주토피아 2> 스포가 포함된 글입니다.**

 주토피아 2 포스터, 출처 윌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주토피아 2>는 1편 개봉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속편으로, 전편의 엔딩 바로 다음 날부터 이야기를 이어간다. 경쾌한 리듬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한층 깊어진 개인 서사와 확장된 세계관을 통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디즈니 내부에서는 이미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기대를 모았다.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앞세워 현실 사회의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내고,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서사로 뭇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시리즈이기도 하다.

 

이번 신작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다름(Different)’과 우리는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다. 서식 온도와 식성, 생활 습관까지 모두 다른 동물들이 ‘주토피아’라는 하나의 도시에 모여 살아가는 가운데, 영화는 도시계획 속에서 배제되어온 집단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이 배제가 우연이 아닌 의도된 선택이었음을 드러내며, 공존이라는 이상의 실체를 묻는다. 

 

누군가의 집을 부수는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주토피아는 사막과 빙하, 열대와 초원이라는 서로 다른 환경을 하나의 도시 안에 공존시키기 위해 ‘기후 장벽’을 설계한 도시다. 각자의 서식 방식을 하나의 기준으로 욱여넣기보다는, 차이를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 두는 방식을 택한다. 동일함이 아니라 공존을 목포료 삼은 설계다. 이 구조는 주토피아가 지향하는 도시의 이상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이 공존에는 예외가 존재한다. 바로 파충류다.

 

파충류는 자신들의 구역을 부여받지 못한 채 배제되고, 도시의 바깥으로 밀려나며 결국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위치로 전락한다. 이는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 ‘검은 목소리’가 오랜 시간 의도적으로 만들어온 구조다. 그들은 파충류의 배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폭력적이고 위험한 존재라는 이미지를 덧씌운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력과 공권력의 경계는 흐려지고, 힘은 통제 없이 남발된다. 이 구조에 의문을 제기한 경찰관 닉과 주디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들은 진실을 밝히려는 경찰관이 아니라,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체제 위협으로 규정된다.

 

우리는 모두 파충류의 집을 부수는 일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는, 또렷하게 보이지 않을 뿐, 이미 수많은 파충류와 함께 살고 있다.

 

어떤 것에 대한 확신은 누군가를 밖으로 밀어낸다.

 

위협 지각 이론(Perceived Threat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실제 위험의 존재보다 위험하다고 느끼는 감각에 먼저 반응한다. 자신이 믿어온 안전과 규범이 위협받고 있다고 인식하는 순간, 집단은 방어적으로 경계 태세를 강화한다. 그 과정에서 낯선 존재는 사고의 편의에 따라 위험 요소로 일반화된다. 결국 위험한 존재가 있어서 배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추어 위험하게 ‘만들어진’ 존재들이 생겨난다.

 

위협은 크게 현실적 위협과 상징적 위협으로 나눌 수 있다. 현실적 위협은 경제적 자원, 일자리, 치안처럼 물리적인 안전과 직결된 영역이다. 이는 ‘저들이 들어오면 나의 몫이 줄어든다.’는 인식으로 나타난다. 반면 상징적 위협은 규범이나 도덕처럼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무형의 가치에 대한 위협을 뜻한다. ‘저들은 우리가 믿는 방식을 흔든다.’는 감각이 여기에 해당한다. 

 

중요한 것은 상징적 위협이 현실적 위협보다 훨씬 강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집단 간 배제는 실제 피해에 대한 반응이라기보다, 자신들이 지켜온 질서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위협은 언제 혐오가 되는가

 

위협이 언제나 혐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위협은 원래 특정한 상황과 맥락 속에서 인식된다. 문제는 그 위협이 설명을 잃고, 특정 집단의 고정된 성격처럼 일반화되는 순간에 있다. 이 때 위협은 더 이상 사실 판단이 아니라, 감정적인 태도로 굳혀진다.

 

최근 2030 세대에서 나타나는 반중 감정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세계 질서 속 중국의 파워, 이념적 갈등, 그리고 그 이념을 둘러싼 외교 갈등, Soft Power 등 분명 구체적인 사건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 맥락은 희미해지고, ‘중국’이라는 집단 전체가 위험의 원인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위협은 행위나 정책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단순히 우리에게 위협적인 강대국 위치를 넘어, 우리가 믿어온 규범과 질서를 위협할 수도 있는 국가로 묘사된다. 안전함, 공정함, 선진국에게 기대하는 선망적 기대감과 같은 가치들이 ‘중국과는 맞지 않다.’는 감각으로 뭉뚱그려질 때, 위협은 분석과 갈등 해결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로부터 배제되어야 할 감정으로 변한다.

 

그리고 이러한 위협은 대체로 권력과 설명 능력을 가진 집단이 아니라, 말할 기회가 적고 얼굴이 지워진 약자들에게로 향한다. 위협이 실제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감각이 아니라 배제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쓰일 때, 우리는 누군가의 집을 허무는 일과 다르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출처

1) Stephan, W. G., & Stephan, C. W. (2000).

An integrated threat theory of prejudice. In S. Oskamp (Ed.), Reducing prejudice and discrimination (pp. 23–45). Lawrence Erlbaum Associates.

2) BBC Korea.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781n84npdgo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11738
  • 기사등록 2025-12-30 08:45:5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