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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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가은A ]



“딴짓하면 혼난다.”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한 번쯤은 이런 꾸중을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교실에서 배운 이 규율은 어른이 되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회사에서 근무 시간에 웹서핑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자기계발을 하는 모습은 여전히 낯설다. 업무와 직접 관련 없는 일을 하는 것, 흔히 말하는 ‘딴짓’은 곧바로 근무 태만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래 자리를 지키고, 눈앞의 일을 붙잡고 있는 것이 곧 성실함이며, 그것이 성과로 이어진다고 쉽게 믿는다. 집중은 미덕이고, 딴짓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만약 오히려 이 ‘딴짓’이 생산성과 성과를 높인다면, 우리는 그 생각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번 기사에서는 그동안 비효율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딴짓’을 다시 바라보고자 한다. 통제에서 벗어난 시간과 느슨한 사고가 어떻게 성과와 창의성으로 이어지는지, 조직심리학의 관점에서 ‘딴짓의 미학’을 살펴보고자 한다. 

 


딴짓을 허용하는 기업들: Google과 3M




구글은 ‘딴짓’을 기꺼이 허용하는 기업이다. 나아가 이를 장려하기 위해 ‘20% 타임 룰(20% Time Rule)’이라는 제도까지 도입했다. 이 제도는 근무 시간의 20%, 즉 일주일에 하루를 현재 수행 중인 프로젝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직원들은 이 시간을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주제나 아이디어를 탐구하는 데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놀라운 점은 Gmail, Google News, AdSense와 같은 구글의 대표적인 혁신 서비스들이 바로 이 ‘20%의 시간’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새로운 제품이 나온 것에 그치지 않고, 직원들의 직무 만족도와 조직에 대한 몰입도 역시 함께 높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와 유사한 제도를 오래전부터 운영해온 기업이 바로 3M이다. 3M은 근무 시간의 15%를 직원이 원하는 연구나 실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그 결과가 실패로 끝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포스트잇(Post-it)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했다.


구글과 3M의 사례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사람들은 강요된 업무보다 스스로 선택한 일에 몰입할 때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업무 효율 또한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이들 기업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딴짓은 어떻게 생산성을 높이는가?



우리는 흔히 집중할수록 성과가 높아진다고 믿는다. 그러나 조직심리학과 인지과학 연구들은 장시간의 지속적 집중이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음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하나의 과업에 오래 몰입할수록 뇌는 인지적 피로 상태에 빠지고, 판단의 정확도와 문제 해결 능력은 점차 저하된다. 단기적으로는 효율이 높아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고의 유연성이 줄어들고 새로운 해결책을 떠올리기 어려워진다.



이때 주목해야 할 개념이 바로 마음 떠돌기(mind wandering)이다. 겉으로는 산만해 보이는 이 상태는, 실제로는 기존 정보들이 느슨하게 재조합되며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연구가 있다. Baird 등(2012)은 참가자들에게 창의성 과제를 수행하게 한 뒤, 이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창의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완전한 휴식이나 높은 집중을 요구하는 과제보다 집중을 거의 요구하지 않는 가벼운 활동을 하는 동안 창의적 성과가 가장 크게 향상되었다. 이는 문제를 의식적으로 계속 고민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마음이 자유롭게 떠돌며 사고가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즉, 창의성은 애써 붙잡고 고민할 때보다 오히려 집중이 풀린 순간에 더 잘 작동한다. ‘딴짓’은 집중의 반대 개념이 아니라, 집중을 회복시키고 사고의 범위를 넓히는 과정에 가깝다. 과도한 집중이 뇌를 소모시키는 상태라면, 딴짓은 뇌가 스스로를 정비하고 재구성하는 일종의 유지보수 시간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조직이 딴짓을 허용한다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 사고가 일어날 여백을 의도적으로 남겨두는 선택에 가깝다.

 


딴짓은 일을 피하는 행동이 아니라, 일을 다르게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끊임없는 집중과 통제는 단기적인 효율을 만들 수는 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고의 여백이 허용될 때 사람들은 스스로 몰입하고, 문제를 새롭게 연결하며, 예상치 못한 성과를 만들어낸다. 결국 조직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가르는 것은 얼마나 일을 붙잡고 있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었는지다.

 


< 출처 >

Baird, B., Smallwood, J., Mrazek, M. D., Kam, J. W. Y., Franklin, M. S., & Schooler, J. W. (2012). Inspired by distraction: Mind wandering facilitates creative incubation. Psychological Science, 23(10), 1117–1122. https://doi.org/10.1177/0956797612446024

변지석. (2009년 12월). 업무 시간의 딴 생각이 생산성을 올린다? DBR (동아비즈니스리뷰). https://dbr.donga.com/article/view/1206/article_no/2535

오상진. (2020년 12월 2일). ‘구글의 20% 타임제’ ‘3M의 15% 룰’ 등 창조경영에서 찾는 탐험과 활용! 한국강사신문. https://www.lecturer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6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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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1-09 08: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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