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영
[한국심리학신문=송주영 ]

일상 속의 도덕적 면허
최근 여러 차례 발생한 연예인들의 비도덕적인 행위는 대중들에게 큰 배신감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큰 영향력을 가진 유명인의 범죄는 그 파급력과 모방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러나 때때로 어떤 범죄는 큰 논란이 되지 않고 넘어가는 반면, 어떤 범죄는 큰 논란이 되어 비판과 주목을 받는다.
단순히 범죄 뿐만 아니라 아이돌의 연애와 같은, 윤리적이지만 널리 허용되지 않는 문제 역시 큰 문제 없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큰 논쟁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는 해당 연예인의 인기와 문제가 발생한 시기 등 여러 요인들의 상호작용 아래 나타난 결과이지만 이러한 현상은 비단 유명인의 사례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모순을 일상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위해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난 후, 오늘은 충분히 칼로리를 소모했다는 생각에 과자나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경우는 일상 생활 속에서의 대표적인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다인종 사회인 미국의 경우, 흑인 대통령에게 투표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사람은 이후 회사의 채용 평가에서 흑인 후보보다 백인 후보를 더 쉽게 탈락시킨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왜 이러한 ‘모순’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걸까? 이러한 현상에는 어떤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용할까? 이번 기사에선 이와 같은 아이러니한 현상을 심리학적 개념으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도덕적 면허'란?
과거의 선행을 기반으로 이후의 비도덕적이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는 경향을 ‘도덕적 면허(moral licensing)’ 현상이라고 부른다. 즉 도덕적 면허 이론은 사람들이 처음에 도덕적으로 행동하면, 이후에는 오히려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문제적 행동을 더 쉽게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Merritt, Effron & Monin, 2010).
예를 들어, 지역 사회 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한 사람은 세금 신고를 할 때 추가 소득을 일부러 누락하는 것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전의 선행은 이후의 도덕적으로 의심스러운 행동을 정당화해주는 “면허” 역할을 한다.
도덕적 면허가 주목받은 이유는 사회 심리학의 가장 큰 원칙 중 하나인 “행동의 일관성(consistency)”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많은 사회 심리학 연구는 개인적인 불일치가 사람들에게 불편하고 위협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해왔다(Festinger, 1957). 유명한 효과인 ‘문간에 발 들여놓기(foot in the door)’는 과거 사소한 요구에 응한 사람이 이후 더 큰 요구에도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현상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지난 모습과 일치하도록 행동하는 ‘일관성’의 경향을 보여준다.
일관성의 원칙이 작용한다면 과거에 선행을 한 사람은 자신을 도덕적이라고 인식하게 되고 이후에 도덕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도입부에서도 보았듯 사람들은 일관적으로 행동하기도 하지만, 또 언제는 부적절한 행동에 도덕적 면허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과거 행동은 언제 개인을 일관되게 만들고, 언제 개인에게 비도덕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면허’를 부여하는 것일까?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없지만, 기존 연구들은 이에 대한 두 가지 원인을 제시했다. 면허 행동이 ‘동일 영역’에서 일어나는지, 그리고 면허화된 행동이 ‘노골적인지 모호한지’이다.
도덕적 면허의 두 주요 요인: 영역일치성과 행동모호성
정신적 회계(mental accounting)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재정을 머릿속 여러 ‘계정’으로 나누어 관리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항공편 지연으로 환불을 받으면 그 돈은 머릿속 ‘여행 계좌’로 들어가게 되고, 그 돈을 다른 곳이 아닌 같은 여행 맥락에서 사치스러운 저녁 식사에 쓰는 경향이 있다.
이와 유사하게 도덕적 면허에서도 한 영역에서 좋은 일을 하면 동일한 영역에서 나쁜 행동을 더 쉽게 허용할 수 있다. 위의 다이어트 사례가 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오늘 운동을 열심히 했다면 ‘다이어트’ 항목에서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를 칼로리가 높은 음식에 사용하는 것이다. 만약 도덕적 면허가 정신적 회계와 유사하게 작동한다면 우리는 선행과 악행이 같은 영역에서 발생할 때 도덕적 면허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Effron과 Monin(2012)은 동일 영역과 다른 영역의 도덕적 면허 효과가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허용되는 비도덕적 행동이 명백히 나쁜지, 아니면 애매하게 나쁜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동일 영역에서의 비도덕적 행동이 ‘노골적’인 경우, 위선(hypocrisy)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선(hipocrisy)
사람들의 도덕적 행동은 암묵적으로 그 사람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주장과도 같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인종차별 근절을 위해 싸운다면, 그가 개인적으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가치관을 가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전 도덕적 행동과 같은 영역에서 위반이 발생한다면 이는 자신이 주장하던 가치관과 스스로 모순이 되고, 즉 이는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을 만들어 낸다.
위선은 이전의 도덕적인 행동을 덜 진실되고, 더 이기적이며, 더 계산적인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불일치하는 행동을 싫어하기 때문에, 같은 영역에서 ‘명백한’ 위반이 발생한다면 이는 위선으로 인식되고, 관찰자들은 그 사람에게 비도덕적인 행동을 허용할 ‘면허’를 주기 꺼리게 된다.
반면, 다른 영역에서의 위반은 이전 선행과는 직접적으로 모순되지 않기 때문에 위선으로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훌룡한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능력’있는 배우의 열애 소식은 크게 논란이 되지 않고 넘어가는 반면, 팬들과의 관계와 유대가 중요한 아이돌의 경우 연애가 큰 논쟁거리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선행 연구로도 지지되어왔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학문적 부정행위로 처벌받은 인물에 대해 읽고 판단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해당 인물이 과거에 다른 부정행위자를 비난하고 처벌하는 데 앞장섰던 사람이라는 정보를 제공받은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그를 어 위선적이라고 평가하고,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느꼈으며, 그의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더 큰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즐거움)를 표현했다.
반면 같은 영역의 위반이더라도 그 위반이 모호한 경우, 면허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호한 위반이란 노골적인 위반과 달리 그 행동이 비도덕적으로 판단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의심스러운 행동이다. 예를 들어, 한 백인 고용주가 여러 백인 직원을 승진시키고 흑인 직원을 승진에서 제외했다면, 추가 정보 없이 이 승진 결정은 의심스러워 보일 수 있다. 인종 차별일 수도 있고, 단순히 가장 능력이 좋은 후보를 승진시킨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같은 영역에서의 선행(예: 인종차별에 대항한 이력)이 있다면 이는 ‘선의의 결정’이라는 해석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인종차별’이라는 해석보다 ‘능력에 따른 승진’의 설득력을 높인다.
즉, 위선에 대한 이론 및 연구는 이전에 선행을 했던 동일한 영역에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위험하며, 동일 영역에서의 비도덕적 행동이 ‘명백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선행이 어떻게 잘못을 정당화하는가
Effron과 Monin(2010)은 미국 인권 운동에서 큰 업적을 세운 마틴 루터 킹의 불륜 논란과, 뉴욕 검찰총장 시절 성매매 근절에 힘썼던 엘리엇 스피치 주지사의 성매매 논란에 사람들이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보고 도덕적 면허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결과, 모호한 위반은 영역과 상관 없이 면허된 반면, 노골적인 위반을 면허하는 것은 선행과 위반이 다른 영역에 있을 때만 가능했다. 선행과 위반이 같은 영역에 있을 경우 행위자는 위선적으로 보이게 되고, 이는 면허 효과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위반은 면허되는 걸까? 연구자들은 이를 두가지 관점으로 설명했다.
1. 도덕적 크레딧(credits) 이론: 이전의 선행이 이후의 악행으로 발생하는 ‘부채’를 상쇄시키는 도덕적 ‘자산’을 제공한다. 즉, 선행을 하면 일종의 도덕적 ‘통화’ 같은 크레딧을 얻게 되고, 이후 도덕적으로 의심스러운 행동을 상쇄시킬 수 있다. 이 경우 나쁜 행동은 여전히 부정적으로 인식되지만, 이전의 선행이 그것을 소멸시켜 허용 가능한 것으로 바꾼다.
2. 도덕적 자격(credentials) 이론: 선행이 모호한 행동을 해석하는 방식을 바꾸어 그 행동이 위반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예를 들어, 과거에 편견 없는 행동을 했던 사람은 스스로를 공정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고, 이후의 차별적인 태도도 덜 편견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과거의 행동은 현재 행동을 바라보는 ‘렌즈’ 역할을 하며 현재 행동의 동기가 모호할 때 과거 행동에 맞추어 해석되도록 만든다. 이 경우 나쁜 행동은 정당화되어 처음부터 부정적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도덕적 크레딧 이론은 균형을 통해 면허를 야기한다. 실제로 연구 결과, 참가자들은 긍정적으로 재해석될 수 없는 노골적인 위반조차 서로 다른 영역에 있을 때 면허했는데, 이는 선행이 위반을 재구성할 필요 없이 도덕적인 ‘크레딧’을 부여해 위반을 상쇄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도덕적 자격 이론은 재해석을 통해 면허를 야기한다. 이는 위반이 모호해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을 때, 선행이 위반과 같은 영역에 있어 서로 관련성이 있어 더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될 때 가장 잘 발생한다. 연구 결과, 같은 영역에서의 선행이 모호한 행동을 덜 위반적으로 해석해 면허를 촉진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해당 연구는 두 이론은 서로 상충되거나 모순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 가지 경로가 서로 상호보완적임을 시사한다.
도덕적 면허의 두 가지 측면
도덕적 면허에 대한 많은 연구는 자신의 도덕성을 입증하는 행동이 사람들에게 도덕적으로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도록 억제를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주로 도덕적 영역에서 면허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보이고 싶다’는 동기를 보편적으로 공유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효과는 도덕 외 개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다른 영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의 많은 연구는 도덕적 면허의 어두운 측면을 강조했다. 도덕적 면허는 사람들로 하여금 비도덕적인 행동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도덕적 면허가 부정적인 결과만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도덕적 면허는 때때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도덕적 자기 면허는 정치적인 논의에 대한 불안을 줄여서 민감한 주제에 대해 더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도덕적으로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주어, 의료팀이나 기업처럼 어려운 선택을 해야할 때 우유부단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다. 도덕적 행동은 시간, 에너지 측면에서 비용이 크다. 도덕성을 과도하고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은 때로 삶의 다른 영역에서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하지만 면허가 있으면 모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예술을 창작하거나 가까운 관계에 투자하는 등 다른 중요한 목표를 발전시킬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도덕적 면허의 연구와 담론은 부정적인 선택을 정당화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에게 솔직함과 결단력을 통해 자기실현을 촉진할 수 있도록 활용되는 방안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즉, 단순히 도덕적 면허의 위험성에만 집중해서 이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인 힘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도덕적 면허 연구의 또 다른 목표가 될 것이다.
출처
1) Effron, D. A., & Monin, B. (2010). Letting People Off the Hook: When Do Good Deeds Excuse Transgression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6(12), 1618-1634. https://doi.org/10.1177/0146167210385922 (Original work published 2010)
2) Blanken, I., van de Ven, N., & Zeelenberg, M. (2015). A meta-analytic review of moral licensing. Personality & social psychology bulletin, 41(4), 540–558. https://doi.org/10.1177/0146167215572134
3) Merritt, A. C., Effron, D. A., & Monin, B. (2010). Moral self-licensing: When being good frees us to be bad.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Compass, 4(5), 344–357. https://doi.org/10.1111/j.1751-9004.2010.0026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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