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사랑하는 것에서 "너로서" 존중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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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신동훈 ]


성경의 유명한 구절인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as yourself) 사랑하라”는 구절은 인간 사회성과 도덕성의 본질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진다. 여기서 ‘사랑’ 혹은 ‘배려’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에게 투영하는 ‘확장된 자기(extended-self)’의 발현일까, 아니면 타인을 나와 독립된 주체로 인정하는 ‘조망 수용(perspective-taking)’의 결과일까? 주요 심리학 선행 연구들을 통해, 영아가 ‘나’와 ‘너’를 분리하며 진정한 의미의 도덕적 주체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살펴보자.

 

  1. 유사성의 본능: “나와 다르면 나쁘다”

    인간은 생애 초기부터 자신과 유사한 특성을 공유하는 타인을 선호하는 강한 ‘내집단 편향(In-group bias)’을 보인다. Hamlin 등의 2013년 연구는 영아의 사회적 평가가 얼마나 철저하게 ‘유사성’에 기반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1. 방법 및 절차


실험은 9개월과 14개월 영아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영아에게 두 가지 음식(크래커와 녹색 콩)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여 영아 자신의 선호를 확인한다. 그 후, 두 개의 인형이 각각 다른 음식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나는 영아와 같은 음식을 선택하고(유사모델), 다른 하나는 영아가 선택하지 않은 음식을 선택한다(비유사 모델). 그리고 이어지는 인형극 시나리오에서, 제3의 인형이 유사/비유사 모델을 돕거나 방해하는 행동을 한다. 마지막으로 영아에게 돕거나 방해한 인형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


2. 결과 및 의의


연구 결과, 14개월 영아는 자신과 유사한 음식을 좋아하는 인형을 돕는 자를 선호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취향이 다른 인형을 괴롭히거나 방해하는 자를 명확하게 선호했다. 이느 “나와 다른 것은 나쁘다”는 인식이 초기 사회적 선택의 핵심 기준임을 시사한다. 즉, 이 시기의 도덕성은 보편적 정의보다는 ‘나와의 닮음’이라는 이기적 편향에 강하게 구속되어 있다.


  1. 타인의 발견: “브로콜리가 좋은 사람도 있구나”

    유사성의 감옥에 갇혀 있던 영아의 세계에 균열이 생기는 시점은 생후 18개월 무렵이다. Repacholi와 Gopnik의 1997년 연구는 영아가 타인의 주관적인 욕구와 바람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결정적인 장면을 포착했다.


1. 방법 및 절차


연구자는 14개월과 18개월 영아 앞에서 두 종류의 음식(크래커와 브로콜리)을 맛본다. 이때 연구자는 대부분의 아이가 싫어하는 브로콜리를 먹으며 환호하고(맛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크래커를 먹으며 혐오감을 표현한다(맛없다!). 즉, 영아와 정반대의 선호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후 연구자가 여아에게 손을 내밀며 “나 좀 줄래?”라고 요청했을 때, 영아가 어떤 음식을 건네는지 관찰한다.


2. 결과 및 의의

14개월 영아는 연구자가 브로콜리를 좋아한다고 명확히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크래커’를 건네는 자기중심적(egocentric) 반응을 보였다. 반면, 18개월 영아는 자신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연구자가 갈망했던 ‘브로콜리’를 건네주었다. 이는 18개월 무렵부터 타인의 욕구가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하고, 그것을 독립적인 정보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했음을 입증한다.


  1. 성숙을 향한 투쟁: 자아 인식과 인지적 갈등

    그렇다면 14개월과 18개월 사이, 이 시기에 영아의 내면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발달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그 핵심은 18개월 무렵 확립되는 자아 인식(Mirror Self-Recognition, MSR)에 있다. 거울 속의 나를 알아보는 이 능력은 단순히 시각적 인지력을 넘어, ‘나’라는 주체와 ‘너라는 타자를 심리적으로 분리하는 결정적인 이정표가 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만약 18개월 영아가 ‘나’와 ‘남’을 명확히 구분하기 시작한다면, 그들은 자신의 본능적인 선호와 객관적인 도덕적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까? 예를 들어, ‘나와 식성이 전혀 다른(외집단) 인형이 ‘다른 이를 돕는 착한 행동’을 하고, 반대로 ‘나와 식성이 같은(내집단)’ 인형이 ‘타인을 방해하는 나쁜 행동’을 한다면 영아는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이 시나리오는 영아에게 치열한 인지적 투쟁을 요구할 것이다. “나와 닮았으니까 좋아 (혹은 나와 다르니까 싫어)”라는 본능적인 편향과 “그래도 저 사람은 착한 일을 했어”라는 객관적인 도덕적 가치 평가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만약 18개월 영아가 외집단 조력자를 선택한다면, 이는 단순히 취향의 문제를 넘어 본능적인 ‘내집단 선호’를 이성적인 ‘가치 평가’로 억제했음을 시사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발달 과정은 성경의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구절이 갖는 참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진정한 의미의 성숙한 사랑이란, 나의 취향과 가치를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투영하는 ‘확장된 자기’의 단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와는 다른 타인의 독립된 존재를 인정하고, 나의 본능적 편견을 억제하면서까지 상대의 관점을 수용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과정인 셈이다. 우리는 어쩌면 18개월 영아의 짧은 망설임 속에서, 인류가 편견을 극복하고 공존으로 나아가는 성숙을 향한 투쟁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1. 1. Repacholi, B. M., & Gopnik, A. (1997). Early reasoning about desires: Evidence from 14- and 18-month-olds. Developmental Psychology, 33(1), 12–21. https://doi.org/10.1037/0012-1649.33.1.12
  2. 2. Hamlin, J. K., Mahajan, N., Liberman, Z., & Wynn, K. (2013). Not like me = bad: Infants prefer those who harm dissimilar others. Psychological Science, 24(4), 589–594. https://doi.org/10.1177/0956797612457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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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1-14 08: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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