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서
[한국심리학신문=이영서 ]

이상하다. 분명 평소엔 혼밥하는 사람도 많고, 혼자 다니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만 되면 세상은 갑자기 두 부류로 나뉜다. 커플과 커플 아닌 나 편의점 가는 3분 사이에도 손 잡은 사람을 세 쌍은 마주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나만… 남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당신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이 갑자기 커플 천국이 된 것도 아니다.
단지 연말엔 뇌가 평소보다 오버해서 일한다.
연말엔 뇌가 ‘커플 레이더’를 켠다
심리학에는 ‘가용성 휴리스틱’이라는 개념이 있다. 쉽게 말하면, 눈에 자주 보이는 걸 실제보다 많다고 착각하는 현상이다. 연말엔 이 착각이 폭주한다. 광고는 전부 연인용이고, SNS는 “우리 벌써 N번째 크리스마스” 사진으로 가득하다. 혼자 집에서 누워 있는 사람은 사진을 안 올린다. 그래서 안 보인다. 그래서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결국 뇌는 이렇게 결론 낸다.
“밖에 나온 사람 = 커플”
“집에 있는 사람 = 없음”
이 착각은 일종의 ‘사회적 착시’다. 마치 인스타그램 필터처럼 실제보다 더 화려하고 따뜻하게 꾸며진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면, 그 안에 들어 있지 않은 나 자신이 더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그건 현실이 아니라 편집된 세상이다. 심지어 커플의 사진조차 그날의 다툼이나 피곤함, 혹은 어색한 분위기를 감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보이는 장면만으로 상대의 행복 전체를 판단하는 건, 영화 예고편만 보고 작품을 평가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실 혼자인 사람들은 지금도 집, 도서관, 침대, 배달 앱 앞에 잘 존재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행복 강제 이벤트’다. 따라서 크리스마스가 유독 버거운 이유는 혼자라서가 아니라 행복해야 할 것 같아서다.
이 시기에 마음이 유난히 무거워지는 이유는 ‘결핍’ 때문이 아니라 ‘비교’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사회적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이라 부른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모습과 자신을 견주며 위치를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다. 평소엔 무심하게 지나치던 커플도, ‘행복해야 하는 날’이 되면 비교의 기준이 되어버린다.
이 날엔 묘한 규칙이 있다.
즐거워야 하고, 따뜻해야 하고, 누군가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제 감정과 상관없이 “행복해 보이기 모드”에 들어간다. 사진을 찍고, 올리고, 웃고, 인증한다. 문제는 그걸 보고 있는 우리다. 남의 ‘연출된 행복’을
내 ‘편집 안 된 현실’과 비교해버린다. 이 비교가 시작되는 순간, 혼자는 외로움이 아니라 패배처럼 느껴진다.
사실 외로운 건 나만이 아니다. 여기서 위로 하나, 크리스마스에 가장 많이 검색되는 단어 중 하나는 매년 빠지지 않고 “혼자 크리스마스”다. 즉, 다들 조용히 생각한다.
“나만 이런 기분인가?”
아니다. 다들 각자의 방에서 같은 생각을 한다. 다만 말을 안 할 뿐이다.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사람에게 필요한 건 늘 ‘누군가’가 아니라 연결감이라고, 그 연결이 연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혹은 그냥 오늘의 나 자신이든 상관없다. 따뜻한 이불, 맛있는 야식,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 메시지 하나. 이런 것들도 충분히 연결이다.
때로는 “지금 내가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진짜 안정된 관계의 증거다.
누군가와 있어야만 행복한 게 아니라, 혼자여도 평온할 수 있는 상태가 바로 ‘심리적 독립’이라고 부른다.
이건 결코 외로움의 반대가 아니다. 오히려 외로움을 잘 다루는 힘에서 비롯된다.
커플 많은 게 아니라, 커플이 잘 보일 뿐
그래서 정리하면 이렇다. 세상에 커플이 갑자기 늘어난 게 아니다. 연말엔 커플이 유독 전시될 뿐이다. 혼자인 건 실패가 아니라 비공개 상태인 것 이다. 올해 크리스마스엔 이렇게 말해도 괜찮다.
“오늘은 커플 데이 말고, 나 혼자 편한 날.”
메리 크리스마스
참고자료
1.한국심리학신문, "메리 크리스마스인데 왜 나는 우울할까?"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9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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