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은
[한국심리학신문=정하은 ]
음악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작년 11월의 어느 겨울, 아티스트 그룹이 일민미술관에서 진행했던 전시를 통해 알 수 있다.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인 라이즈는 작년 11월에 앨범 발매를 앞두며 《고요와 파동 Silence : Inside the Fame》이란 제목을 걸고 전시회를 열었다. 그리고 일민미술관과 함께한 이 전시는 큰 관심을 끌며 마무리되었다. 이들의 전시가 주목받았던 건 케이팝의 홍보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는 현세대의 문화 소비에서 잊히고 있던 미술과 전시 문화에 대한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출처 : SM 엔터
1) 듣고 탐구하며 공간 안으로 들어설 때
라이즈의 앨범 속 여정을 암시하는 콘셉트의 사진과 조형물로 조성되었던 전시는 기존의 팝업과 확연히 달랐다. 이전의 KPOP 아티스트들이 앨범 발매를 앞두고 홍보를 위해 열었던 팝업은 각종 포토존과 관련 굿즈들을 구매하는 이벤트성 상점의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이들의 전시는 감상하며 천천히 그들의 메시지를 느끼는 것에 치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공개되었던 전시 포스터만 봐도 기존의 아티스트를 드러내며 강조하는 홍보물과 다르게 작품에 무게가 실린 아트 포스터를 공개하며 일반적인 미술 전시로 착각할 만한 퀄리티를 보여준 바 있다. 그리고 전시장 안에는 아티스트의 앨범 속 세계관을 재해석하며 담은 멤버들의 사진을 통해 보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냈다. 만지고 체험하는 것과 다른 천천히 감상하는 것에 더욱 가까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음악은 본래 듣는다는 감각적인 행위에 가깝다. 여기서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정서와 함께 아티스트의 사진, 미디어 아트와 더불어 영상이라는 전시물을 설치하며 각 예술이 지니고 있던 시너지는 완전히 폭발한다. 음악이 가지고 있던 세계관을 보고 떠올리며 들을 수 있는 다양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함에 따라 공간 자체가 예술의 현장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음악과 아티스트에 대한 취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팬들을 자연스레 미술과 전시 현장으로 끌어당기게 되면서 이들의 전시는 음악을 새롭게 즐길 수 있는 방향을 제공하고 있었다.
출처 : 일민미술관
2) 음악이 작품이 되고 여백을 남길 때
무엇보다 라이즈와 일민미술관의 협업 전시가 주목받은 건 대중들의 소비 방식에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세대는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고 넘기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K-POP 시장만 봐도 특정 아티스트를 위한 굿즈를 재생산하고 주고받는 문화가 있을 정도로 끊임없이 취향을 찾아낸다. 그들의 취향과 감각은 곧 개인의 정체성과 연결된다. 이를 소비하는 ‘팬 문화’는 K-POP이 살아남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전시는 어떨까? 앨범에 담긴 콘셉트와 메시지를 탐구하는 열린 장인 미술관은 누군가에게 최적의 장소일 수도 있다. 음악과 미술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이곳에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덕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전시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는 문화적인 감각과 경험을 확장하며 또 다른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팬의 새로운 취향을 제안하는 전시는 음악을 소비하는 새로운 재미가 된다.
특히 미술 전시는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는 감상이 주인 장르이다. 명확한 정답을 보여주는 게 아닌 찾아내도록 하는 전시와 앨범이 만났을 때 결국 팬들은 의미를 찾아내고 만들어낸다. 이들은 전시는 세계관을 보고 읽으며 각자의 방식대로 해석해 낸다는 점에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여운을 남긴다. 오래도록 앨범을 떠올리고 기억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경험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사실 순수 예술에 가까운 미술과 상업에 가까운 아이돌 음악은 예술로 묶이면서도 가치관이 명확히 다르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순수 예술과 상업 예술을 구분짓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장르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들의 음악과 미술이 한 곳에 모인 전시는 익숙함 속에서 낯선 경험을 만들어내며 시도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 되었다. 결국 예술의 공동 목표인 지속 가능한 메시지와 경험을 통한 가치를 이루어낸 셈이다. 이런 가치는 호기심으로 창출되며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각자의 색이 뚜렷한 장르들이 만나 만들어낸 공간은 새로운 세계로서 많은 예술들이 사랑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포착했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전에 진행된 이들의 협업은 꽤나 의미 있는 성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일민미술관
참고문헌
1) YIN ZHIAN. "기억할 만한 K-POP 아이돌 전시회 경험이 재경험의도, 추천의도 및 아이돌 관련 상품 소비의도에 미치는 영향." 국내석사학위논문 경희대학교 대학원, 2025.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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