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용
[한국심리학신문=박재용 ]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살고 있는 모습이 제 스스로도 약간 기특할 때가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일상속으로」의 ‘20년간 트럭 위에서 사는 남자 이야기 – 만물트럭 사장님’ 영상 일부 화면 캡처.
무려 20년째 시골 깊숙한 곳까지 다니며 갖가지 물품을 배달하는 사장님이 있다. 트럭을 타고 전국을 다니는 사장님은, 손님이 얼마 없는 곳이라도 물건이 필요한 곳이라면 달려간다. 그러다 보니, 가는 곳마다 사장님을 아들처럼 생각하시는 어머님들이 나와서 반겨주는 일이 다반사다. 커피 한 잔 하고 가라고 권해주시는 어머님, 저녁에 먹으라고 대게 세 마리를 건네주시는 어머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여러 신식 매장이 들어서고,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됨에 따라 매출은 계속해서 타격을 받아왔다. 적자가 나는 날도 많지만, 정에 이끌려서 아직까지 일을 하고 있다고 사장님은 이야기한다.
오랜만에 들른 마을에서 반갑게 뛰쳐나올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신다는 사장님. 사장님의 얼굴에선 하루종일 에너지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이렇게 본인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을 멋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휘둘리지 않고 그대로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오늘날은 우리에게 쉽게 가치관을 가지는 일을 허락해주지 않는다. 되려, 가치관을 가지는 일이 불리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눈을 감았다 뜨면 많은 것이 달라지는 21세기, 사람들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은 올바른 것일까?
가치관, 인생의 나침반

가치관이란 뭘까? 인생에서의 장기적인 목표?이상향?
심리학에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고전적 정의에 의하면, '가치'란 개인이 특정 행동 방식이나 삶의 상태를 더 바람직하다고 믿는 지속적인 '신념'이라고 한다(Rokeach, 1973).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직업에서 느끼는 안정감. 혹은, 직업이 위험하더라도 그 일이 지닌 의미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말하자면,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손익을 계산하는 것'보다 우선되는 선택의 '1번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혹시 버스에서 짐을 많이 들고 계시는 할머니를 위해 자리를 양보해드린 경험이 있는가? 당신은 그 순간 그 무엇보다도 '이타성'이라는 당신의 가치관을 우선했다고 할 수 있다.
당신은 현재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가치관이 있는가?
학생들의 '돈 걱정,' 자연스러운 흐름

그렇다면 미래 세대의 핵심인,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민간 연구기관인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전국의 14~18세 청소년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무려 52.1%가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로 ‘재산’을 꼽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2025). 이것은 부모(39.5%)나 절친(34.6%)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였다.
즉, "행복하기 위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라는 질문에 절반이 '돈'이라고 답한 것이다. 아직 돈을 벌기 시작하지도 않은 세대인 학생들이 이런 답변을 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학생들은 대체 어떤 심리를 가지고 있는 걸까? 이는 단순한 욕심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점차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취업의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5년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21만8000명 감소했고, 고용률도 44.8%로 떨어졌다고 한다(통계청, 2025).
당장 먹고살 수 있는 직업을 못 가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학생들이 행복을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을까?
그렇다면 돈을 원하는 가치관은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돈 때문에 포기하게 되는 삶의 영역들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생각해봐야 할 질문이 있다.
"당신은 지금 인생에서 돈을 벌기 위해 무언가를 미루고 있는가?"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Edward L. Deci와 Richard M. Ryan이 제시한 '자기결정이론'에 따르면,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라는 세 가지 심리적 욕구가 충족될 때 삶의 질과 심리적 안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Deci & Ryan, 2000). 이중 '자율성'과 '관계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주변 사람들과 건강하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에 집중하면 할수록 우리는 이 두 가지를 점점 포기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취미생활에 투자할 시간을 줄이거나, 주변 사람에게 신경쓸 에너지를 점점 잃어간다.
우리가 돈을 원하는 이유는 뭘까. 생활에서의 안정감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돈을 '종착점'으로 바라보고 다른 가치보다 훨씬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원하는 가치관이 문제일까? 아니면, 이 가치로 인해 다른 모든 가치들이 가려지고 있는 것이 문제일까.
이것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짜 문제다.
잃어버린 삶의 조각을 찾아서

물론 삶에 있어서 돈은 필수적인 요소이고,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인생이 가지는 의미는 절대 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주변 사람들, 순수하게 몰입할 수 있었던 취미생활들, 혹은 남을 도울 때 느꼈던 작지만 분명한 긍정적인 감정들. 세상 사람들의 수만큼 각자의 가치관도 다 다양하고 소중하다.
그러나, 이 '돈'이라는 가치관은 수많은 다른 가치관들을 없애고 우리가 돈을 우선하도록 만든다.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돈이 당신이 행복했던 순간들을 모두 포기할 정도의 가치관인가?'
지금 우리에게는 '균형'이 필요하다. 10년, 20년 뒤의 내 모습이 어떻게 될지, 지금 내가 정하는 그 방향이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잃어버렸던 돈 이외의 가치관에 오늘부터 다시 관심을 가져보도록 해보자.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의 격언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過猶不及).”
*참고문헌
1) Deci, E. L., & Ryan, R. M. (2000). The “what” and “why” of goal pursuits: Human needs and the self-determination of behavior. Psychological Inquiry, 11(4), 227–268. https://doi.org/10.1207/S15327965PLI1104_01
2) Rokeach, M. (1973). The nature of human values. Free Press.
3) Statistics Korea. (2025). 2025 employment trends. https://kostat.go.kr
4) University Tomorrow 20s Lab. (2025, June 24). Survey results on happiness conditions and career perceptions among adolescents. https://www.20slab.org/Archives/38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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