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서
[한국심리학신문=조은서 ]
서론: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는 청년들
2024년, 한국 청년들의 절망은 통계로 명확해진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자살로 숨진 사람은 14,872명으로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40.6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셈이다. 특히 전년대비 30대의 자살률 증가세가 14.9%로 가장 급격했으며, OECD 표준화 자살률 26.2명은 OECD 평균 10.8명의 2.4배에 달한다.
더 심각한 것은 절망의 위계화이다. 우리 사회는 고통받고 있는 N포 세대에게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이 더 힘들어. 너는 참을 수 있어." 그러나 이 비교 논리는 역설적으로 더 깊은 절망을 만든다.
상대적 박탈감의 메커니즘: 비교에서 출발하는 죽음
전북대학교 연구팀(이수비·신예림·윤명숙)이 2022년 발표한 연구는 이 과정을 명확히 보여준다. 청년층(19~39세, 521명) 대상 연구 결과, 상대적 박탈감이 자살위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상대적 박탈감이 높을수록 자살위험이 정적으로 증가했으며(β=.241, p<.001), 이는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불이익을 겪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span>
이 연구가 발견한 가장 중요한 경로는 다음과 같다.
상대적 박탈감 → 미래전망 부정화 → 사회적 고립 → 자살 위험
예를 들어, 청년들이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인식할수록(상대적 박탈감이 높을수록), 5년 뒤의 생활형편, 취업기회, 행복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상실한다는 것이다(미래전망이 부정적으로). 이는 결국 사회로부터의 고립으로 이어지고, 최종적으로 자살위험을 높였다.
절망의 위계화: "더 힘든 사람이 있으니 넌 죽을 수 없다"는 억압
이것이 바로 "살인범보다 강간범이 더 불쌍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함정이다.
이 질문은 범죄자 간 피해 정도를 비교하면서, 암묵적으로 "너희 고통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니 말할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N포세대가 느끼는 절망은 단순한 개인의 약함이 아니라, 이러한 구조적 불공정성을 감지하는 신음이다.
더 심각한 것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다. 고독사 사망자 3,924명 중 20대 이하의 자살 비중이 57.4%에 달한다. 즉, 청년층에게 고독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절망이라는 뜻이다.
2024년 기준 19세 이상 국민의 3명 중 1명이 도움 받을 곳 없는 사회적 고립 상태에 놓여 있다는 통계는 더욱 절망적이다. 이것이 비교와 함께 강요될 때, 그것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마지막 갈망까지 짓누르는 폭력이 된다.
경제활동 핵심층까지 확산
2024년 통계는 놀라운 변화를 보여준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40대에서 자살이 처음으로 암을 누르고 사망원인 1위가 되었다. 이는 청년 세대의 절망이 이제 경제활동의 핵심층까지 확산되었다는 의미다.
연령대별로는 30대 자살률이 14.9% 증가했고, 40대도 14.7% 증가했다. 이들은 더 이상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세대가 아니다. 이들은 이미 노력했고, 그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한 세대다.
포기와 갈망
무언가를 "포기“했다는 말은, 한때 무언가를 열렬히 갈망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N포 세대라 불리고 있는 이들도, 한때는 공정한 기회를, 자신의 노력이 보상받는 세상을, 살아갈 이유를 갈망했다.
그렇다면 "더 힘든 사람이 있으니 넌 괜찮아야 한다"는 말은, 그 마지막 갈망까지 짓누르는 폭력이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미 무너진 자존감에, 도덕적 압력이라는 추가 낙인을 찍는 것이다.
비교 논리의 악순환: 세대 간 불공평의 누적
부모 세대는 "우리는 더 못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많은 언론과 학자들이 지적하듯, 과거세대와 현재 세대는 분명히 다르다. 과거 세대는 개인의 노력이 사회적 지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청년 세대는 그렇지 않다. 일례로 경향신문 기사 [「'스펙' 안에 '계급' 있다」]에서 지적했듯이,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교육 정보격차를 만들며, 상층부 자녀는 하층부 자녀보다 좋은 학력과 스펙을 쌓기에 유리해 좋은 일자리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이수비·신예림·윤명숙의 논문에서는 “개인의 노력보다는 부모의 귀속지위, 즉 다시 말해 부모의 경제력, 사회적인 지위 등에 의해서 청년층의 미래가 결정이 된다는 측면에서 안계한, 김민희(2020)의 연구에서는 이를 공정성의 문제로 보았으며, 유명순(2016)은 ‘공공성이 실종’된 사회로 보았다”고 제시했다. 최광은·박민진의 논문에서도 청년세대는 "계층이동 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인식을 보여주며, 'N포세대'와 같은 표현으로 이를 드러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개인의 노력이 사회 이동으로 연결되는 경로 자체가 이전 세대와 달라졌다는 뜻이다. 따라서 청년세대가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고 느끼는 절망은, 현실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합리적 인식이라 할 수 있다. 이 구조적 변화를 인정하지 않은 채 "더 힘든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들이 느끼는 절망의 구조적 근거를 부정하는 것이다.
절망의 위계화에서 벗어나기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청년들의 절망을 "참으면 된다"는 식으로 다루어 왔다. 절망의 위계화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는 다음을 인정해야 한다.
고통은 위계화될 수 없다. 비교되어서도 안 된다.
더 힘든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실이 현재 고통 받는 사람의 고통을 덜 중요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비교는 새로운 차별과 낙인을 만들 뿐이다.
고통받는 세대들을 위한 위로
지금 고통 받고 있는 N포 세대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이다.
당신의 고통은 유효하다. 당신이 느끼는 절망감, 상대적 박탈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모두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른 사람이 더 힘들었다고 해서 당신의 고통이 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감정을 인정받을 때 희망을 찾기 시작한다. 비교가 아니라 공감이 필요하다. 도덕적 강요가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만약 지금 힘듦을 느끼고 있다면, 이 번호로 연락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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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생각과 느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참고문헌
1) 이수비. 신예림. 윤명숙. (2022). 「청년의 상대적 박탈감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 미래전망과 사회적 고립의 순차적 매개효과」. 전북대학교. 보건사회연구.
2) 이경은, "2024년 고독사 전년 대비 증가, “생애주기별 사회적 고립 위험군 발굴하여 맞춤형 지원 예정”", 보건복지부, 2025.11.27., https://www.mohw.go.kr/board.es?mid=a10503000000&bid=0027&list_no=1488039&act=view
3) 조성원, "2024년도 자살률 29.1명, 2011년 이후 가장 높아", 보건복지부, 2025.09.25., https://www.mohw.go.kr/board.es?mid=a10503000000&bid=0027&act=view&list_no=1487496&tag=&nPage=1
4) 김지섭, "40대 자살, 암 누르고 사망원인 1위 올라…자살자 13년 만에 최다", 조선일보, 2024.09.25, https://www.chosun.com/national/2025/09/25/QAIIZ43YX5FTZINQUWNRZ4MFAA/
5) 허진무 외 4명, "‘스펙’ 안에 ‘계급’ 있다", 경향신문, 2019.09.17., https://www.khan.co.kr/article/201909170600025
6) 나주예, "부모보다 가난해지는 최초의 세대… “믿을 건 나밖에 없다”", 문화일보, 2021.06.28., https://www.munhwa.com/article/11248114
7) 최광은. 박민진. (2021). 「청년의 주관적 사회지위가 불평등 인식에 미치는 영향: 사회경제적 지위 요인 사이의 상대적 중요도 비교」. 충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사회과학연구 제32권 4호.
8) 김도연. 손정락. (2012). 「마음챙김에 기반한 청소년 자살방지 프로그램이 자살사고, 우울 및 자기존중감에 미치는 효과 」. 전북대학교 심리학과. 한국심리학회지 :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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