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 속을 지날 때 나를 조여 오는 공황의 공포, 그곳에서 난 또다시 공포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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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 속을 지날 때 나를 조여 오는 공황의 공포, 그곳에서 난 또다시 공포를 예상한다. - 뇌가 학습한 위협의 고리
  • 기사등록 2026-01-30 08: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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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채예린 ]


고려대학교의료원 웹진 KUMM(2022 AUTUMN) 

사람이 많은 곳에서 갑작스러운 압박감이 밀려오고,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호흡은 점점 가빠지고, 숨을 충분히 들이마시지 못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손발이 차가워진다. 이러한 증상은 공황 발작의 대표적인 양상이다. 공황은 일반적으로 특정 상황에서 급격한 불안과 강한 신체 각성이 함께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된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혼잡한 공간처럼 탈출이 어렵거나 통제를 잃을 것 같은 상황에서 공황이 촉발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공황은 반드시 외부 상황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특정 장소가 아니라, 심장이 조금만 빨라지거나 호흡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신체적 반응만으로도 공황이 시작될 수 있다. 즉, 공황은 상황뿐 아니라 신체 감각 자체가 공포의 트리거가 되어버린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공황 상황과 함께, 이러한 신체감각 유발 공황은 과연 어떻게 형성되며, 우리는 이 잘못된 공포의 고리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공황이 발생하게 되는 루트로는 크게 3가지가 있다.


1) 생리적 반응 + 오해석 루트

갑자기 심장이 빨라지거나 숨이 가빠지는 정상적인 신체 반응이 먼저 생기고, 그걸 뇌가 “큰일”, 혹은 "위협"으로 해석하는 루트이다. 


  • - 카페인/에너지 드링크, 수면부족, 과로, 
  • - 감기 후 회복기, 탈수, 저혈당 
    - 갑작스런 운동/계단, 더운 환경
  • - 과호흡(숨을 얕게 빨리 쉼)으로 인한 어지러움 등


여기서 핵심은 이러한 신체적 "증상 자체"보다 “해석”이다. 공황은 이러한 신체적 반응에 대해 “어? 내 심장이 이상하네 무슨 일이지..심장마비인가?” 와 같은 과한 재난적 해석(Catastrophizing)이 불을 붙여서 불안이 커진다. 그에 따라 교감신경이 더 활성화 되고 그에 따라 심박수가 올라가는 등의 신체 반응이 더욱 커지면서 더 무서움을 느끼는 방식으로 이렇게 첫 발작이 완성된다. 즉,  “신체 반응”이 먼저 나타나고 “해석이 불을 붙이는” 경우이다. 


2) 스트레스가 ‘쌓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생리적으로 반응이 폭발하는 루트

사람들이 흔히 “그날 갑자기”라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몇 주~몇 달 만성 스트레스, 수면의 질 저하, 몸의 긴장 혹은 과한 각성 상태 지속 등이 누적되다가 어느 순간 자율신경계가 과민해진 상태에서 작은 자극에도 몸의 경보가 울리는 루트이다. 이때 첫 공황은 “원인 없는 발생”이라기 보다는 장작이 이미 쌓여 있었고 불이 일어날 준비가 된 상태에서 성냥이 하나 떨어진 느낌이다. 


3) ‘불안 민감성’이 높은 사람

  • 불안 민감성 :  불안 증상 자체를 위험하고 해로운 것으로 여겨 두려워하는 성향으로,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차는 등의 신체적 감각이나 긴장감, 초조함 같은 정신적 증상이 나타날 때, 이것이 곧 재앙이나 큰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 경향을 말하며, 불안 민감성은 성격보다도 신체 감각에 대한 공포 성향이다. “심장이 뛰면 위험하다”, “숨 막히면 죽을 수 있다”, “통제력을 잃으면 미칠 것 같다”와 같이 이러한 믿음이 강하면, 작은 신체 반응도 뇌에서는 나를 위협하는 신호로 증폭돼서 첫 공황이 더 쉽게 발생한다.


- insula ; 내부 감각 민감성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더해질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같은 상황에서도 심장 박동, 호흡 변화, 위장 감각 같은 ‘내부 감각(interoception)’을 더 잘 감지한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영역 중 하나가 섬엽(insula)인데, 섬엽은 몸 안에서 올라오는 신호(심박, 호흡, 위장 불편감 등)를 서로 다른 뇌 영역과 소통하여 모니터링하고 ‘지금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에 대한 체감 경험을 구성하는 데 관여한다. 즉, 내부 감각에 민감한 사람은 작은 변화도 더 선명하고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결국 공황은 내부 감각을 더 강하게 감지하는 ‘센서’(insula 민감)와 그 감각을 재난으로 해석하는 ‘해석 체계’(불안 민감성)가 결합될 때 더 쉽게 발생한다. 같은 심장 박동의 상승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아, 내가 긴장했구나”로 지나가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어? 내 몸이 이상하다.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로 해석되면서 뇌의 경보 시스템이 급격히 켜진다. 그리고 그 경보가 다시 심박수 증가와 호흡을 더 높이며 공황 발작의 악순환을 완성한다.




1. 첫 공황 이후, 뇌에 무엇이 저장되는가?

첫 공황은 뇌에서 이렇게 저장된다: “이 상황 + 이 몸 느낌 = 생존 위협”

예를 들어 지하철 안에서 심장이 갑자기 빨라졌고 숨이 가쁘고 어지럽고 “여기서 쓰러지면 끝이다” 라고 느꼈다면 뇌(특히 편도체)는 이 모든 걸 하나로 묶어 기억한다. 이것이 바로 고전적 조건화이다. 이 경우에 지하철은 이제 이 사람에게는 “이동수단”이 아니라 공황을 예측하는 하나의 신호가 된다. 


또한 interoceptive conditioning, 몸 자체가 공황을 예측하는 신호(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진 순간,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드는 순간, 어지러움이 오는 순간  뇌는 이미 이 감각이 공황으로 이어져 죽을 것 같은 공포를 준다고 학습한다. 그래서 심장 뛰는 것 자체가 공황을 부르는 버튼이 된다. 즉, 내부 감각이 그 자체로 공황의 조건 자극이 되는 것이다.  


2. 공황은 ‘재발’이 아니라 ‘예측 발작’이다

두 번째 공황부터는 “갑자기”가 아니다. 뇌가 먼저 예측해서 만들어낸 발작이다. 

편도체는 이렇게 작동한다 : “지난번에 여기서 죽을 뻔했지? 다시 이 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 내 몸에 경보 울리자.” 그래서 실제 위험이 없어도 심장 박동이 약간만 올라가도, 숨이 조금만 막혀도, 엘리베이터에만 들어가도 공황이 자동 실행된다. 즉, 뇌가 먼저 위험을 예측해서 신체 반응을 유발시킨다. 


3. 회피와 안전 행동이 이 학습을 굳힌다

사람들은 보통 공황이 오면 그 상황에서 도망치거나 물을 마시거나 약을 먹는다. 그러면 뇌는 이렇게 학습한다. 

“봐, 도망쳐서 살았잖아. 진짜 위험했어.” 그래서 이 조건화가 더 강해진다. 공황이 오면 도망가고 안도한다. 이러한 고리가 공황을 영구화시킨다.


4. 이 고리를 깨는 방법 : 노출치료

노출치료는 한 마디로, "이 신호가 와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를 뇌에 다시 학습시키기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심박이 뛰게 두고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버티면 뇌는 처음으로 이걸 배운다 : “어? 심장 뛰었는데도 안 죽네?” 이 상황이 반복된다면 뇌는 예상되는 결과와 실제 결과가가 다른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뇌에서 형성된 기존의 조건화가 깨진다. 그리고 "이 상황이 와도 난 괜찮다"라는 새로운 조건화를 학습한다. 공황의 치료는 그저 순간 진정하는 것이 아니라 재학습이다. 피해야 할 감각을 다시 경험(노출)하고, 두려워하던 신체 반응을 끝까지 견디며, “이것은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뇌에 새기는 과정이다. 공황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나의 뇌에게서 점점 무의미해진다.


<출처>

오윤미, 두려움의 그림자: 공황장애 이해하기, 더플보험 건강칼럼, THE-FIN (2025.06.26), https://the-fin.co.kr/health/panic-disorder/ 
MSD 매뉴얼 일반인용. (2023. 8. 2. 개정). 공황 발작과 공황 장애. (작성: John W. Barnhill, MD; 검토: Mark Zimmerman, MD). 
세브란스 건강정보(질환백과). (2021. 9. 1.). 공황장애 [Panic disorder].

<이미지출처>

고려대학교의료원. (2022). KUMM (Autumn호). 고려대학교의료원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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