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환이라는 이름보다 Edward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더 좋은 사람처럼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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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환이라는 이름보다 Edward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더 좋은 사람처럼 보일까? - 이름이 만드는 인상의 심리학
  • 기사등록 2026-02-10 08: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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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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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형성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초기 정보다. 이름은 상대에 대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정보 중 하나로, 그 영향력은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작동한다. Busse와 Seraydarian(1979)은 친숙한 이름을 가진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동급생 사이에서 더 높은 인기를 얻는다는 점을 밝혔으며, 교사들 또한 동일한 내용의 작문 과제를 평가할 때 친숙한 이름을 가진 학생의 과제물을 더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기존 서구 문화권에서 수행된 연구들은 이름이 인상 형성에 영향을 미칠 때 대체로 내집단 선호 경향이 작동함을 보여왔다. 즉, 한 사회에서 주류를 이루는 집단의 언어와 문화에 속한 이름이 더 호의적으로 평가되는 경향이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이러한 경향과는 다른 양상이 관찰된다. 내집단의 언어인 한국어 이름보다, 외집단의 언어인 영어 이름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25년 [한국 심리학회지]에 등재된 이예영, 김성현, 전우영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한국어 이름보다 영어 이름을 가진 인물을 더 매력적이고 정직하며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본 연구는 충청도 소재 C대학 재학생 242명(만 18~29세)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험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한국어·영어 이름과 성별이 다른 네 조건에 무작위 배정되었으며, 이름을 제외한 모든 정보가 동일한 인물 서술문을 읽고 인상을 평가했다. 이름 효과를 통제하기 위해 사전 예비 연구를 통해 익숙함과 정서 평가가 동등한 이름만을 선정했다.

 

특이한 양상은 한국 사회에서 영어가 단순한 외국어가 아니라, 사회적 위계와 능력을 상징하는 언어로 기능해 온 맥락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영어 이름이 외집단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식이라기보다, 글로벌 경험과 교육 수준, 전문성을 암시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낯선 타자’의 표지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더 유능하고 신뢰할 만한 인물일 가능성을 추론하게 만드는 단서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는 내집단에 대한 친숙함보다 상향 이동과 지위 상승에 대한 기대가 더 강하게 작동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특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일상의 선택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얼마 전 MBC 인기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방송한 황광희는 해외여행을 할 때 영어 이름을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단순히 여행 현장에서 발음상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욍국 왕족에 대한 동경과 함께 영어가 보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문화라는 인식 속에서 스스로 영어 이름을 만들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례에서 영어 이름은 실용적인 도구 이상으로 자신을 특정한 문화적 위계와 이미지에 위치시키기 위한 상징적 선택으로 나타난다. 이름을 바꾸는 행위는 곧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가에 대한 인식 전이이기도 하다.

 

이름이 인상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정치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경남 거제시를 지역구로 두었던 김한표 전 국회의원의 이름은 선거 국면에서 ‘한 표’라는 표현과 겹치며 자주 회자되었다. 실제 의정 활동이나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이름 자체가 투표 행위를 직관적으로 연상시키는 언어적 효과를 만들어 낸 셈이다. 이는 정치인의 이름만으로 정책이나 공약 이전에 기억을 선점하여 유권자에게 강력한 정보로 작동되는 이점을 가진다.

 

다만 이름이 항상 인물의 이미지를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경남 진주시를 지역구로 둔 강민국 국회의원의 경우는 회려 전략적으로 재구성되는 경우를 보여준다. 그는 스스로를 소개할 때 자신의 이름을 따 ‘강한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온다. 이는 단순한 언어유희를 넘어, 자신의 정치적 지향과 국가 비전을 이름에 결합시키는 방식이다. 이름은 외부에서 부여되는 인상 단서가 아니라, 정치인이 능동적으로 설계한 상징 자원으로 기능한다. 같은 이름이라도 어떻게 기억되게 만들것인가에 따라, 인상 형성의 방향은 충분히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름은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을 표시하는 수단인 동시에, 사회가 특정 집단과 문화에 부여해 온 의미가 응축된 상징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이름이라는 아주 짧은 단서를 통해 상대의 배경, 성향, 심지어 신뢰 가능성까지도 빠르게 추론한다. 한국 사회에서 영어 이름이 더 세련되고 능력 있어보인다는 인식이 형성된 것도, 단순한 언어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서구 문화와 권력에 대한 오랜 동경과 위계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름은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해석되고 재구성되며, 개인은 때로 이를 선택하거나 활용함으로써 자신이 속하고 싶은 세계를 드러낸다. 결국 이름을 둘러싼 인상 형성은 개인의 선호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해 왔는지를 비추는 사회적 거울에 가깝다.

 

*참고문헌

1) Busse, T. V., & Seraydarian, L. (1979). Influence of name familiarity on teachers’ expectations.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71(2), 198–203.

2) 이예영, 김성현, 전우영. (2025). 이름과 인상형성: 한국어 이름과 영어 이름의 효과.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39(3), 43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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