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현
[한국심리학신문=엄정현]
죄수의 딜레마
죄수[5].
두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의 협력적인 선택이 둘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각자는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다. 그 선택으로 인해 자신뿐 아니라 상대방에게까지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4]. “죄수의 딜레마”이다. 이 딜레마를 한층 더 ‘딜레마’스럽게 만드는 요인은, 상대방이 바뀌어야 나도 바뀔 수 있다는 철저히 합리적인 ‘계산’이다.
두 범죄 조직원이 체포되었고, 각각 독방에 수감됐다. 경찰은 둘 모두를 기소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가 부족하다. 이에, 경찰은 이들에게서 자백을 받아 증거를 얻을 속셈이다. 유능한 경찰은, 두 조직원에게 “다른 한 조직원에 대해서 자백을 하면, 너는 석방될 거야, 대신, 걔는 징역 3년형을 받는다”는 제안을 전달한다. 만일 둘 모두가 자백할 경우, 둘 모두 징역 2년형에 처하며, 둘 모두 자백하지 않을 시에는 모두 징역 6개월형을 받는다. 대신, 둘은 독방에 수감됐기에 소통이 불가하다.
이렇게 제안이 전달된 상태에서, 둘에게 가장 바람직한 결정은, 서로를 믿고 모두 자백하지 않음으로써 사이 좋게 징역 6개월형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둘 모두 최선의 결정이 무엇인지는 안다. 상대방을 믿고 자백하지 않는 것. 하지만, 만약 상대방을 믿지 못한다면,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진행된다.
“나는 최선의 결정에 따라 자백하지 않았는데, 만약 쟤가 나를 배신하고 자백하면? 쟤는 풀려나고, 나는 징역 3년을 살아야 하네? 이거 어떡하지? 안 되겠다, 나도 자백해야겠다”
처참한 결과
오늘날 우리는 타인에 대한 믿음이 바닥을 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뉴스에 나오는 내 주변인일지 모르는 사람들은 난폭하기 그지없고, 도저히 신뢰라고는 추호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만 같다. 하지만,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양쪽 모두 신뢰가 없다면, 결과는 처참하다.
두 조직원은 모두 위와 같은 생각에 따라 자백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둘 모두 징역 2년형을 선고받는 것. 형량의 총합만 따지자면, 가능한 네 가지 경우 중 가장 최악이다. 어떻게 저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저 둘, “바보” 아닌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저 “바보”들 같은 행동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모임에서 단체 회식을 한다고 가정하자. 비용은 참석자 모두에게 1/n으로 청구된다고 한다. 만일 내가 5,000원짜리 저렴한 것을 선택하더라도, 옆사람이 15,000원짜리 비싼 음식을 먹으면 둘 사이에서는 내가 5,000원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나도 비싼 음식을 고려하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비싼 음식을 고려할수록, 결과적으로 내가 지불해야 값 또한 비싸진다.
일회성 회식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역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회적 요인들의 변화가 필수적이지만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아플 때 무조건 소위 빅5 병원들로 가기보다, 지역의 병원을 먼저 내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내가 지역 병원들을 애용해도, 다른 사람들은 빅5 병원에서 좋은 의료 서비스를 누리는 것 같다. 뭐, 건강은 중요하니 나도 빅5 병원에 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지역 병원들은 지속적인 적자 상태에 놓이고, 결국 지역의료는 붕괴하고 만다.
미션 MAYBE 파서블 :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이런 부정적인 계산들을 보다 보면, 암울한 느낌이 든다. 실제로 우리는 다른 사람을 믿고 살아가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듯, 우리는 언제나처럼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를 성립시키는 가장 중요한 가정은, 서로가 의사소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고립, 은둔 인구에 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우리가 서로 소통할 수 있음에도 지레 마음의 문을 닫고,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한 신뢰를 두고 갈 공간을 두지 않는다면, 나를 믿어줄 사람은 없다. 반대로도 동일하다. 과연 당신은 정말로 1/n으로 비용을 정산한다는 말에, “비싼 거 먹어야지” 하는 마음이 드는가? 아마 겉으로는 그래도, 마음 속 어딘가에는 그 반대의 의지도 있을지 모르겠다.
죄수의 딜레마가 불러오는 최악의 상황은, 아주 작은 행동을 통해 모두 파훼된다. 바로 “소통”이다.
출처 :
1. "술김에 사람 죽인 게 무슨 큰 잘못이냐"…살인범의 '뻔뻔' 반성문에 분노한 검사 [서울경제]. (2026).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4578822
2. 취객 노려 ‘충격 수법’으로 1억5천 뜯어낸 택시기사 ‘경악’ [문화일보]. (2026).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1/0002763843
3. 스키캠프서 초등생 제자 성추행 혐의…40대 교사 구속 [이데일리]. (2026).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8/0006200873
4. 죄수의 딜레마 [심리학용어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94162&cid=41991&categoryId=41991
5. 죄수 [iStock].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4%EB%AF%B8%EC%A7%80/%EC%A3%84%EC%8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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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너머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시작해서 소통의 중요성으로 마무리한 게 인상 깊었습니다. 죄수의 딜레마가 일상에서는 없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일회성 회식, 지역의 병원으로 확장해서 서로에게 피해가 되는 행동을 한다는 걸 설명한 과정이 재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