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병원 냄새는
언제 맡아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박정호는 대기실 의자에 앉아
번호표를 손에 쥔 채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조용했다.
아픈 건
자랑할 일이 아니었고,
괜찮다는 말은
쉽게 믿기 어려웠다.
“정호 씨.”
이름이 불리자
그는 천천히 일어났다.
걸음걸이가
괜히 더 느려졌다.
진료실 안에서
의사는 컴퓨터 화면을 보며 말했다.
“전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 말에
박정호는
안도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마음은 따라오지 않았다.
“다만,
혈압이 조금 높고요.
무릎도 관리가 필요합니다.”
조금.
관리.
그 단어들이
그를 붙잡았다.
“나이에 비하면
흔한 편이에요.”
의사는 덧붙였다.
위로처럼.
박정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흔하다는 말이
이상하게
더 불안했다.
병원을 나서며
그는 생각했다.
이제부터는
몸도
내 편이 아닐 수 있겠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계단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예전에는
숨을 고르지 않던 곳이었다.
한 계단,
한 계단.
괜히
호흡에 신경이 쓰였다.
집에 도착하자
김미경이 물었다.
“어땠어요?”
“괜찮대.”
그는 짧게 말했다.
늘 그렇듯.
“그래도
조심해야지.”
김미경의 말에는
걱정이 섞여 있었다.
박정호는
그 걱정이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러웠다.
걱정은
관심이지만,
동시에
약해졌다는 증거 같았다.
저녁을 먹고 난 뒤,
그는 거울 앞에 섰다.
주름이
분명히 늘어 있었다.
머리카락은
더 희어졌고,
눈빛은
조금 느려졌다.
몸은
정직했다.
시간을 숨기지 않았다.
박정호는
처음으로
자신의 몸을
낯선 존재처럼 느꼈다.
이제는
일뿐만 아니라
건강도
관리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
그날 밤,
그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아프지 않다는 말보다
아플 수 있다는 가능성이
더 크게 다가왔다.
노년은
갑자기 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조금씩
불안을 남기며
다가오는 거라는 걸
그는 알게 되었다.
작가의 말 :
은퇴 이후
사람들은 비로소
자신의 몸을 바라보게 됩니다.
건강은 늘 곁에 있었지만,
의식하는 순간
불안이 됩니다.
14화는 ‘노화와 함께 시작되는 신체적 자각’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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