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꾸미는 "무지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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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꾸미는 "무지개다!" - 땅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순간의 기록 - 비가 갠 이후에 화창한 날
  • 기사등록 2026-02-24 12: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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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수빈 ]


사진 제공 : 픽사베이

최근에 방을 정리하던 중에 여태 모은 책을 정리하는 데 아직 반납하지 못한 고등학교 도서관 책을 발견했다. 심리학 책이었다. 책의 제목은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였다. 어쩌면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심리학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책을 자주 읽는 편이 아니어서 고등학교 때 빌린 책을 아직 갖고 있다는 게 묘한 감정이 들었다. 학교에서 빌린 책을 갖고 있는 것은 심리학 하나뿐이었다. 덕분에 내가 관심 가는 분야를 명확히 알 수 있었지만, 이 책을 다시 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학교 교무실로 전화를 드렸다. 교무실 선생님께서는 구매하는 것은 절차가 복잡해서 반납하게 된다면 2층 교무실이라고 하셨다. 꼭 반납하겠다고 약속드렸다. 도서관 사서분께 직접 말씀드린 건 아니라서 행정실에도 다시 여쭤보니 인적 사항을 적어주셨고 확인 후 다시 전화를 주셨다. 통화 내내 부드럽고 상냥하셨다. 10년 전 자료라 행정 기록이 남지 않아서 폐기 처분이 되었다고 하셨다. 웃으시면서 쿨하게 읽어주시라고 했다. 학교에서 책을 빌려주신 덕분에 늦긴 했지만, 전공을 택해서 심리 전공을 이수할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의미 있는 책이 된 것 같다는 말씀을 꼭 드려서 행복의 관점으로 서로에게 의미가 되면 좋겠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삶에도 의미가 있지만 또 의미가 있는 순간이 오면 혹은 나의 자녀가 생기면 전설 속 이야기처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통화를 마무리하고 교무실로 다시 확인 사항을 전화하려고 하니 부재중이었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행정실 선생님께서 쿨하게 읽어주시라고 하셔서 감사하면서도 다행스러웠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왠지 모를 감정에 통화를 마치고 당장 내가 어디까지 읽었는지 책을 펼칠 수 없었다. 문득 무서운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연체는 마음의 책임과 같았다. 책의 날개 부분으로 표시해 둔 지점을 얼핏 보니 손가락 마디 주름 반의반쯤 정도 한 20페이지 남짓 읽은 것 같다. 아직 읽지 않은 페이지는 다시 읽을 의미가 생기면 틈틈이 읽어두고 꼭 반납을 해내야 한다. 


얼마 전 존경하는 지도 교수님께서 졸업 전에 빌려주신 연구 방법론을 반납하고 인사를 드렸는데 새로운 책도 빌려주셨다. 그 책은 사회 조사 분석론이다. 최근에 경험했던 학회 활동에서 통계에 직접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최근에 봉사를 같이했던 선생님께서도 사회조사 분석 자격증 공부를 하신다고 하셔서 관심이 갔는데 교수님께서 사회조사 분석론을 선뜻 빌려주신 것도 신비하게 느껴졌다. 혹시나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너무 슬플 걸 대비해서 힘을 내야 한다.


지금 보고 있는 후기 작성 전, 칼럼의 마지막 주제는 삶과 죽음 그리고 종교였다. 살아가는 의미를 책의 챕터를 비유해 적었었는데 여러 지점이 연결되어 신기한 감정이 들었다. 혹시라도 누군가 나의 후기 글을 읽고 부적절한 의도성을 가지면 부작용이 생긴다. 자신만의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훗날 더 좋아지기 위해서는 좋은 의도와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걸 발견하는 과정도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다. 부적절한 의도성은 자신을 해친다. 그러니 남을 무조건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특별한 의미의 시도를, 자신을 해치지 않는 방향 속에서 넓히길 소망한다. 감사한 사람들이 생긴다는 건 좋은 신호면서도 무겁고 어려운 감정이다. 은혜의 보은을 되돌려드릴 무의식 속 약속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 최선의 도리를 다할 테지만 지나온 시간의 스케치에 따라 어려움은 지혜로 극복하고 기쁨은 풍요로 이어져 삶의 완성도를 채울 색을 입히길 응원한다. 나 역시도 두 번째 챕터가 시작되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학생이었다. 주로 엎어져 있거나 졸거나 지각을 했다. 정형화된 수업보다는 잠깐의 딴짓에서 환기를 느끼는 편이었다. 직업을 적는 칸에 뭘 적어야 할지 명확한 직업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티브이 속에 나오는 눈에 띄는 직업을 적거나 아빠는 내가 교사가 되면 빨간 슈퍼 카를 사준다고 해서 교사라고도 적었던 것 같다. 보통은 내가 하고 싶은 걸 떠올리면 직업명보다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처럼 문장을 머릿속에 그렸었다. 체육대회 응원 팻말은 '긍정의 힘'을 제작했었다. 어쨌든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 문장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따뜻한 느낌이고 특정 직업이 아니라 ~~ 와 같이 가치를 생각했던 것은 분명하다. 


심꾸미를 지원할 당시에 글을 잘 작성하고 싶은 갈망이 있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친구에게 편지를 작성하거나 받은 편지는 모으는 일에 흥미가 있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걸 억지로 이해하는 것보다는 나에게 소중하고 의미 있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눈치를 많이 보고 누군가를 맞추려는 성격 탓에 마음의 표현이 어려울 때 글을 작성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하며 자신감이 떨어지던 시기에 따라오던 자기 탐색과 드리운 그림자는 글쓰기로 풀었다. 처음으로 백일장에 나가 산문을 택해 동상을 수상하였다. 처음 느껴보던 희열의 순간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시간 속에서 재능을 발견하던 것이 유일한 희망과도 같았다. 학생으로서 공부에 재능이 없다고 느낄 때 나도 무언가 하나쯤은 잘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발견한 순간이었다.


그 이후 긍정성이 탄력받았는지 엄마에게 졸라 똘국논술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몇 개월 다니지 않은 곳이었지만 골방에 몇 시간이고 앉아서 습작 노트에 글을 창작해 본 시간은 깊은 내면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당시에 멘토 선생님께서 수빈이는 함축어를 많이 사용하고 표현이 예뻐서 운문을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다. 사회적인 문제와 맞물리는 시각을 글로 녹여내는 중요함도 알려주신 덕분에 또다시 나간 백일장의 주제어를 사회적인 문제와 맞물려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산문은 운문으로 바꾸고 감정은 이성과 적절히 고려하여 쓴 글의 결과는 금상이었다. 같은 글쓰기였지만 수상의 기준에서 보면 선택과 방향에 있어서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기쁨을 얻는 것과 동시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 사정을 알았기 때문에 수상을 한다는 자체가 순수한 행복은 되어주지 않았다. 학교에 내 이름이 처음으로 크게 공지되며, 복도 게시판에 붙었다. 자랑할 것도 없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지만 기분은 너무 좋았다. 그렇지만 그 감정의 지속은 오래가지 않았고 그저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문득 직업을 갖는다면 작가나 시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입시는 실패였다. 고3 막바지에 입시를 자각했다. 포트폴리오란 걸 처음 듣게 되고 그걸 준비해야 하는지도 늦게 알았다. 알았을 때는 다른 친구들보다 늦은 상태였다. 입시 기준에 맞춰 쓴 글쓰기 활동은 아니었기에 재도전은 하지 않았다. 글쓰기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지, 지속할 만큼의 열정이 있을지를 냉정히 돌이켜보면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그 짧은 성취가 언제까지 내 미래를 감당할지는 자신이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글쓰기와 관련한 직업을 택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입시 실패 후,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천재도 많고 글을 평가하는 사람마다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가치는 명확한 의지로 나아가는 내 마음가짐과 시간이었다.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당시에 글 쓰는 쪽으로 나아가는 선택을 하지 않았지만 꿈에 도달하는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었다.


대학 생활도 마찬가지로 여러 혼란이 이어졌다. 그림자 같은 지점을 엮어서 생각해 보니까 오히려 관련 직업군이 궁금해졌다. 사회생활 중에 임상심리사분을 만날 계기가 있었는데 침묵이 지켜주는 위로를 받으면서 그분이 무슨 일을 하는지 찾아보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길게 공부해야 하는 심리학 특성상 기초적인 학비와 경험이 필요했다. 전공 선택에 방황이 있었지만, 심리 복수전공 학위를 위해 졸업을 괜히 늦춘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 모든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나아가기 위한 탐구의 시간이었다. 그동안 흥미가 없던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이 생겼고, 부족하고 느려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배워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럼 공부를 길게, 많이 하다 보면 지금보다 나아지겠지?" 심리 분야의 연구원이 되고자 하는 마음도 따라왔다. 정서와 환경에 초점을 두고 그 흐름을 이해하다 보니 심리학은 나로 투영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일과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것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직업적으로 드러날 것이라 믿는다. 그 과정에서 지속할 명확한 계기가 생기면 그건 직업이 될 것 같다. 그림자 같은 순간이 쌓여 빛을 포착한 것도 내가 심리학을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내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방향을 선택하면 좋겠다. 왜냐하면 포기해버리면 완전히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쉼이 있더라도 포기는 없어야 한다. 빛이 오래 머물지 않더라도 그 빛을 내기 위해서 말이다. 행복은 소소한 것이 쌓여서 큰 행복이 되고 성취도 어려움 속에서 피어난다. 그렇게 잔잔한 빛을 내다보면…. 행복도 성취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나의 이름도 빼어날 수에 빛날 빈이다. 


대학생 때, pr 기사 실습이란 과목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함축적인 표현을 자주 사용했던 습관으로 인해 객관적인 글이나 형식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아마 책을 많이 읽지 않은 탓도 작용한 것 같다. "승화할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그래!" 경험을 통해 극복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국의 뉴스편집팀에 들어가 도급직으로 근무하면서 글을 교정하고 글의 어울리는 이미지와 영상을 삽입하고 편집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또한 뉴스 큐레이션을 통해 쟁점이 되는 기사를 정리하고 재분류하는 작업도 맡게 되었다. 세상의 소식을 빠르게 접할 수 있었고, 소통의 역사 안에 함께할 수 있는 큰 기쁨을 얻을 수 있었다. 방송국의 경험은 마무리하고 구직급여를 받던 중 심꾸미를 지원하게 되었다. 글을 작성하는 시간 동안 관심이 가는 분야의 자료를 찾고 고심할 수 있어서 마음을 정돈할 수 있었다. 활동을 하면서 표현한다는 것은 조심스럽고 어려운 것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도 생각을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생각이 다르다는 걸 염두하고 나의 표현을 공손하고 따뜻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판단이 다르다고 해서 단절을 택하면 세상 온도를 낮추는 위험한 일이다. 그런데도 침묵에도 이유가 있기에 잘 판단해야 한다. 심꾸미는 단절이 아닌 나의 이야기를 꺼내고 소통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행복한 자유를 다시 펼칠 수 있어서 오랜만에 나는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글을 썼던 소중한 빛의 시간은 굴절되어 세상에 적용하는 연속적인 스펙트럼이 되어주길 바란다. 씨앗이 싹을 틔울 때, 바람을 타고 새 땅을 찾는 생존 본능이 있는 것처럼 "이 시절의 수빈이는 어땠어?"를 묻는다면 심꾸미를 통해 꺼내볼 것이다. 감정의 몸부림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한 낡지만, 가치 있는 서랍장이 될 것이다. 글쓰기를 지속하길 참 잘했다.


"땅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순간의 방향을 기억하다 보면 무지개가 펼쳐질 거야!


고개를 들어 웃어보자! 스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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