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박정호는
강의실 문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문 너머에서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의 목소리,
의자를 끄는 소리.
그는 괜히
가방끈을 한 번 더 잡아당겼다.
“처음이시죠?”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그 역시
비슷한 나이의 남자였다.
“네.”
“저도요.”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강의실 안에는
노트북을 켜는 사람도 있었고,
아직 포장을 뜯지 못한 채
기계를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오늘 수업은
스마트폰 활용 교육이었다.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강사가 말했다.
그 말이
다행처럼 들렸다.
박정호는
강사의 말을 따라
화면을 눌렀다.
생각보다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옆자리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아이고,
이거 왜 이러지.”
박정호는
작게 웃었다.
자신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이
괜히 마음을 놓이게 했다.
“도와드릴까요?”
젊은 보조 강사가
다가왔다.
그 말에
박정호는 잠시 망설였다.
도움을 받는 일에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네…
부탁드릴게요.”
그는 그렇게 말했다.
그 한마디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설명을 듣고 나자
화면이 바뀌었다.
작은 변화였지만
그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됐네.”
그는
자기 자신에게 말했다.
쉬는 시간,
사람들은 서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거 어떻게 하셨어요?”
“아까 저도 그거 헷갈렸어요.”
그 대화 속에는
경쟁도,
비교도 없었다.
다들
처음 배우는 사람이었다.
박정호는
그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예전에는
늘 가르치는 쪽이었다.
지금은
배우는 쪽이었다.
그 위치가
처음엔 낯설었지만,
생각보다
편안했다.
수업이 끝날 무렵,
강사가 말했다.
“다음 주엔
사진 편집도 해볼 거예요.”
그 말에
여기저기서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박정호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는 생각했다.
배운다는 건
능력을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
모른다는 걸
인정하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집에 도착하자
김미경이 물었다.
“어땠어요?”
“재밌었어.”
그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처음으로
학생이 된 느낌이었어.”
김미경은
웃으며 말했다.
“그거 좋네.”
그날 밤,
박정호는
휴대폰을 다시 꺼냈다.
아까 배운 기능을
한 번 더 눌러보았다.
서툴렀지만
그 과정이
싫지 않았다.
처음 배우는 사람이 된다는 건
다시 가능성이 생겼다는 뜻이라는 걸
그는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작가의 말 :
배움은
젊을 때만의 특권이 아닙니다.
처음이 되는 순간,
사람은 다시 열립니다.
23화는 ‘배우는 위치로 내려오는 용기’를 담았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작은 성공이 가져오는 변화를 다룹니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1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