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이후의 시간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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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안이

평소보다 조금 더 소란스러웠다.


사람들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제보다

표정들이 밝았다.


박정호는

자기 자리에 앉아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전에는

그 동작마저 어색했는데,

이제는

자연스러웠다.


“이거 왜 안 되죠?”


앞자리에 앉은 여자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손에 든 휴대폰 화면이

멈춰 있었다.


박정호는

잠시 망설였다.

괜히 나섰다가

잘못 알려주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그는 어제 적어둔 노트를 떠올렸다.

‘혼자 해냈음.’


그 말이

조금 등을 밀어주는 것 같았다.


“혹시…

여기 눌러보셨어요?”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자는

그를 바라보다가

말해준 대로 화면을 눌렀다.


잠시 후

화면이 바뀌었다.


“아, 됐다!”


그녀의 얼굴이

환해졌다.


“감사해요.”


그 말이

박정호의 가슴에

작게 울렸다.

별것 아닌 일이었다.

설명을 그대로

전해줬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괜히 자세를 고쳐 앉았다.


강사가

수업을 시작했다.

오늘은

사진을 정리하고

앨범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중간중간

사람들이 서로에게

물었다.


“이건 어떻게 해요?”

“아까처럼 하면 돼요.”


박정호는

두어 번 더

같은 질문을 받았다.


그때마다

그는

예전의 자신을 떠올렸다.

몰라서

당황하던 얼굴,

괜히 손을 내려놓던 순간.


지금은

그 얼굴이

남의 것이었다.


수업이 끝나갈 즈음,

강사가 말했다.


“서로 도와주셔서

진도가 빨랐어요.”


그 말에

강의실 안에

작은 박수가 일었다.

박정호는

그 박수가

자신에게도

조금은 해당된다는 걸

알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는 생각했다.

도움을 받는 것만이

자존심을 건드리는 게 아니었다.

도움을 줄 때도

용기가 필요했다.


괜히 나서지 말자는 마음,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

그걸 넘어서야

손을 내밀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

김미경이 말했다.


“오늘은 어땠어요?”

“이번엔…

내가 좀 도와줬어.”


그의 말에는

조심스러운 뿌듯함이 담겨 있었다.


“잘했네.”


김미경이 말했다.

그 짧은 말이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날 밤,

박정호는 노트에 적었다.


‘오늘 한 일

– 남을 도와줌.’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

한 줄을 더 썼다.


‘나도 아직

쓸모가 있다.’


이번엔

누가 정해준 역할이 아니었다.

스스로 느낀 자리였다.

아주 작지만,

분명한 변화였다.




작가의 말 :

도움은

받는 사람뿐 아니라

주는 사람도 변화시킵니다.

25화는 ‘쓸모를 다시 경험하는 순간’을 그렸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새로운 계획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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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2-06 08: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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