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은
[한국심리학신문=전세은 rio_88@naver.com ]

"아, 쉬고 싶다"
현대인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사용하는 말이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만성적인 업무 스트레스와 휴식 부족을 호소한다. 그래서 '쉼'이 간절하다. 퇴근 후 침대에 누워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면서 이불 속에 누워 있고 싶고, 친구나 연인을 만나 수다를 떨고 싶다.
그러나 이렇게 쉬는 것에 간절하면서도, 막상 쉬는 상황이 오면 불안감이 든다. '할 일이 있었는데... 자격증은 언제 따지?' 이렇게 여러 고민을 하다 보면 불안감이 들어 제대로 쉬지 못한다. 핸드폰을 보면서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고, 휴가를 다녀와도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쉴 때도 불안감을 가지는 것일까?
'슈드비 콤플렉스'라는 함정
'슈드비 콤플렉스(Shouldbe Complex)'라는 용어가 낯설 수 있지만,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이것을 경험하고 있다. 간단한 상황으로 이 개념을 이해해보자.
당신은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집에 도착했다. 한 주가 너무 피곤했고, 침대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를 보고 싶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운동 3일째 안 갔는데... 오늘은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요즘 책을 전혀 안 읽었어. 자기계발 좀 해야 하는데." "친구가 추천해준 자격증 강의, 아직도 안 들었네. 이번 주말엔 꼭 들어야 해."
결국 드라마를 틀어 놓고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계속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을 맴돌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는 상태가 바로 슈드비 콤플렉스다.
특히 한국 사회는 성취 중심의 가치관이 강하다. 어릴 때부터 '열심히 공부해야 좋은 대학에 간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성공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받으며 자란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휴식이 게으름이나 나태함과 동일시되기 쉽다. 심리학 연구들은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휴식 중에도 죄책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것을 보고하고 있다.
우리가 쉴 때도 편안하지 못한 이유
많은 현대인들이 자신의 가치를 ‘오늘 무엇을 했는가’로 판단한다. 할 일을 끝냈을 때, 프로젝트를 완료했을 때 비로소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낀다. 이것이 슈드비 콤플렉스의 핵심이다. “나는 생산적이어야 한다”, “어영부영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는 당위가 내면화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은 마치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이런 심리 구조는 어릴 때부터 형성된다. 시험을 잘 봤을 때 칭찬받고, 상을 받았을 때 인정받았던 경험들이 쌓이면서 '~해야 한다'는 당위적 사고가 무의식에 새겨진다. 특히 한국처럼 경쟁과 성취를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주입된다. 문제는 이런 당위적 사고가 휴식을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상황은 소셜미디어로 인해 더욱 악화된다. 인스타그램을 열면 누군가는 새벽 러닝을, 누군가는 영어 공부를, 누군가는 부업을 하고 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나도 뭔가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통해 끊임없이 타인의 생산적인 모습에 노출되면서, '나만 이렇게 쉬어도 되나?'라는 자책이 시작된다.

휴식 중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자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다. "오늘도 아무것도 안 했네" 같은 생각들이다. 이것이 바로 슈드비 콤플렉스가 만들어내는 자기비난이다. 우리가 쉴 때마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우울과 불안이 커진다. 흥미로운 건 이런 자기비난이 실제로 동기부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슈드비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나는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를 물어야 한다. 피곤하면 쉬어야 하는 게 맞다. 드라마 보고 싶으면 봐도 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으면 안 해도 괜찮다. 그것이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말이다.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하고 싶다'는 자신의 욕구를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진정한 휴식의 시작이다.
참고문헌
1) 허소운. (2022). 강박적 수집 이미지의 중첩구조 연구: 본인 작품을 중심으로: A study on the superposition of obsessively collected images: Focused on my works.
2) 김지하. (2024). 인스타그램 갓생 인플루언서와의 상호작용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 : 우정 조건부 자존감(FCSE)의 조절효과를 중심으로 [석사학위논문, 이화여자대학교].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12004
안녕하세요. 전세은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