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이후의 시간 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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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버튼을 누르는 데

박정호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해보겠습니다.”


그 말은

생각보다 또렷하게 나왔다.

담당자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했다.


“감사합니다.

무리하실 필요는 없어요.

천천히 적응하시면 됩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박정호는

휴대폰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해보겠다고 말한 순간,

어깨가

조금 무거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무게는

예전의 압박과는 달랐다.

도망치고 싶은 무게가 아니라,

버텨볼 수 있을 것 같은 무게였다.


첫날은

준비 모임이었다.

작은 회의실에

다섯 명이 모였다.

대부분은

박정호보다 조금 젊었고,

이미 여러 번 봉사를 해본 사람들이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스마트폰 기초를

더 어려워하시는 분들 대상으로 진행합니다.”


담당자가 설명했다.

박정호는

노트를 꺼내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다.

모르는 부분이

많이 보였다.

그럴 때마다

괜히 고개를 끄덕이지 않고

질문했다.


“그건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요?”


질문을 던질 때마다

심장이 조금 빨리 뛰었지만,

대답을 들을수록

머릿속이 정리되었다.

회의가 끝나고

담당자가 말했다.


“처음 맡으시는 거라

긴장되시죠?”

“네.”


박정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잘하실 것 같아요.”


그 말은

가볍게 던져졌지만

그에게는

의미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박정호는

자기 발걸음을 느꼈다.

조금 느렸지만

분명히 앞으로 가고 있었다.

저녁을 먹으며

김미경에게 말했다.


“맡기로 했어.”


김미경은

밥숟가락을 내려놓고

그를 보았다.


“어때요?”

“떨려.”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근데…

도망가고 싶진 않아.”


김미경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럼 된 거야.”


그 말에

괜히 코끝이 찡해졌다.


그날 밤,

박정호는

오랜만에

알람을 맞췄다.


출근을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책임은

누군가의 기대 위에

서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기대를

이번에는

피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 맡는 책임은

두려웠지만,

그만큼

그를

다시 현재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작가의 말 :

책임은

사람을 늙게도 하지만

다시 살아 있게도 합니다.

28화는 ‘자발적으로 짊어진 무게’를 그렸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그 책임이 관계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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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2-11 09: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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