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제대로 바라볼 때 음미할 수 있는 맛 "Bitter Sw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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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함형진(zzxxiop123@naver.com) ]


사진출처: pixabay


달콤함과 씁쓸함의 오묘한 조화


최근 우리 사회에서 유행했던 음료가 있다. ‘아샷추’라고 불리는 음료는 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한 음료로, 달기도 하면서 동시에 씁쓸한 맛이 전해주는 오묘한 매력을 가진 음료다. 처음에 사람들은 달콤한 아이스티에 쓰기만 한 샷을 추가한 음료를 보면서 ‘이상한 맛이 날 거 같다’, ‘어울리지 않을 거 같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으나, 막상 한 모금을 마시면 생각보다도 잘 어울리는 맛에 생각이 달라지는 것을 보았다. 이에 많은 매장에서 ‘아샷추’라는 메뉴를 따로 만들어서 직접 판매할 정도로 아샷추는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필자도 이 오묘한 맛을 좋아하여 지금 아샷추를 마시면서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매력적인 맛은 비단 음식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순간에서도 우리는 달콤하면서도 동시에 씁쓸한 감정을 경험했으며, 이를 통해 성장해 왔다. 

 

Bitter sweet란?


기쁨과 슬픔이 섞인 양가적인 감정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비터 스위트(bitter sweet)’, 한국어로는 달콤씁쓸함이라고 부른다. 졸업식 날에 이별의 아쉬움과 새로운 길이라는 설렘, 죽음 앞에서 삶을 더욱 감사히 누리는 것, 이별의 자리에 슬픔과 감사가 사무치게 다가오는 것이 바로 달콤씁쓸함의 감정이다. 달콤씁쓸함의 주된 역할은 고통에 반응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많은 고통과 아픔을 마주한다. 이때 만나는 고난과 시련을 그저 피하고 외면하는 것은 본인에게, 그리고 사회에게도 건강한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고통을 직면할 때 그 고통은 창의성, 자기 초월, 사랑으로 이어진다. 이때 달콤씁쓸함은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거나, 혹은 고통을 치유하고 성장하도록 이끄는 계기가 되고, 많은 연구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슬픔을 그저 부정적이고 좋지 않은 정서로만 받아들이지만, 실상은 우리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달콤씁쓸함은 창의성과 깊은 관계를 보인다. 대표적인 예시로 <<고통에 시달리는 예술가들>> 저서에서 미켈란젤로부터 마돈나까지 창의성이 남다른 48명을 프로파일링한 결과로, 이들에게 공통으로 어느 정도의 고통과 괴로움을 겪은 인생사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보로웨키 학자는 저명한 작곡가인 모차르트, 리스트, 베토벤이 일생에 작성한 서신을 언어분석 소프트웨어를 통해 분석했는데, 3명의 예술가 모두 슬픔과 같은 정서가 그들의 창의적 결과물과 연관되어 있음을 보았다. 이외의 연구에서도 슬픈 기분은 대개 주의력을 더 예리하게 만들어주며 기억력 향상과 인지 편향을 바로잡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달콤씁쓸함의 관점에서 창의성을 해석한다면, 창의성에는 고통을 직면하여 그 고통을 보다 더 좋은 것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예술의 영역에서 고통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것을 우리가 자주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달콤씁쓸함은 자기 초월과도 긴밀한 관계를 보인다. 야덴 학자는 동료 연구진들과 함께 정신측정학적 조사를 진행하였다. 해당 조사에서 사람들에게 강렬한 영적 체험에 관한 생각을 글로 써달라고 하였고, 이후에 관련된 질문에 답해달라고 요청했다. 연구진은 해당 답변을 받은 후에 강렬한 영적 체험에서의 특정적인 느낌을 여러 유형으로 분류하여 정리했다. 분류한 다음에 그런 느낌을 촉발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도 물었는데 주된 요인으로 자주 등장하는 두 가지가 있었다. 이는 ‘삶의 전환기’와 ‘죽음의 임박’이었다. 달콤씁쓸함의 특징인 비영속적이고 일시적인 시간에 대한 강렬한 의식으로부터 강렬한 영적 체험이 시작된 것이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연구자 키스 시몬튼의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예술가들은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중년기와 그 이후의 시기에 창의성이 영적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아테네 희곡 81편을 연구해 본 결과, 극작가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희곡의 주제 또한 점차 종교적, 영적, 신비주의적 경향을 보였다고 하며,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에게도 비슷한 추세가 확인되었다. 2017년에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사람들에게 죽음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상상하도록 했는데, 대다수가 슬픔, 두려움, 불안을 느꼈으나 위독한 환자나 사형수와 같이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은 오히려 의미, 유대,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경향이 높다는 흥미로운 결과도 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이 내린 결론은 달콤씁쓸함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죽음의 신을 만나는 것이 생각만큼 암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달콤씁쓸함의 강력한 힘으로 ‘연민’이 있다. 그리고 이것을 가장 잘 보여준 영화로 ‘인사이드 아웃’이 있다.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영화는 청소년기에 있는 ‘라일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의 역동을 표현한 애니메이션 영화다. 영화를 처음 구상할 때 감독은 소심이와 기쁨이를 메인 주인공을 놔두어서 재미와 감동을 다 잡고 싶어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전개 및 교훈적인 메시지에서의 부족을 느끼며 해당 작품이 막막하게만 느껴졌다고 하였다. 그때 감독은 ‘업’과 ‘몬스터 주식회사’라는 영화로 성공한 상황이었음에도 요행으로만 성공을 맞이한 거 같다는 생각에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그는 깊은 슬픔과 절망에 빠졌지만, 공교롭게 그때 함께 했던 동료들에 대한 사랑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그는 슬픔과 절망이 모든 감정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임을 깨달았고, 이때 영화의 방향도 슬픔을 메인 주제로 수정했다. 영화 초반부에서 라일리의 감정들은 라일리가 좋은 기억을 경험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영화는 기쁜 추억만이 삶의 정답이 아님을 이야기하면서,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는 기쁨과 슬픔이 함께할 때 느낄 수 있는 풍부한 감정선을 보여주며 여운을 주었다. 주인공이 힘든 상황에서 위로를 느끼고, 슬프지만 사랑을 누렸던 장면은 달콤씁쓸함이 전하는 메시지와 일맥상통한 부분이었다. 영화 속 내용과 같이 달콤씁쓸함은 입체적이고 풍부한 감정으로 작용한다. 특히 여기서 슬픔은 연민을 넘치도록 하는 원천으로, 친사회적 감정이자 유대감과 사랑의 매개체로서 작용한다. 연민을 뜻하는 단어인 ‘Compassion’이 ‘고통을 함께한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연민을 통해 우리는 자신 혹은 타인과의 강력한 결속을 경험한다. 이렇듯 연민은 자신을 돌보고 타인을 돌보게 하여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힘을 내포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연민을 통해 성장해 왔다.  

 

달콤씁쓸함 테스트


지금까지 달콤씁쓸함의 의미를 알아보았다. 우리 중에 어떤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달콤씁쓸함의 상태를 즐기는 사람도 있고, 혹은 이를 피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또는 그동안 삶의 역동을 통해 달콤씁쓸함의 맛을 후천적으로 배우는 사람도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본인은 달콤씁쓸함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인가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테스트를 가져왔다. 해당 테스트는 수전 케인의 <<비터스위트>> 책에서 인용하였는데, 테스트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위해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기에 지금은 간단하게 달콤씁쓸함을 알아가는 정도로 생각하고 진행하면 된다. 총 15개의 질문이 있는데, 각 질문을 보고 0점(전혀 아니다)부터 10점(완전히 나의 이야기다)까지 대답하면 된다. 이후 각 질문의 점수를 모두 더한 뒤에 15로 나누면 된다. 해당 점수가 3.8 미만이라면 본인은 다혈질 경향에 가까운 것이다. 만약 3.8 이상 5.7 이하가 나온다면 다혈질과 달콤씁쓸함의 상태를 오가는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본인의 점수가 5.7 이상이라면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인 달콤씁쓸함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점수가 낮다고 하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의 삶에서 달콤씁쓸함을 배울 기회가 즐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 감동적인 TV 광고를 보면 금세 눈물이 핑 도는 편인가?

2. 특히 옛날 사진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는가?

3. 음악, 예술이나 자연에 강하게 반응하는가?

4. 남들이 당신에게 ‘애늙은이’라고 한 적이 있는가?

5. 비가 오면 평온해지거나 영감을 자극받는가?

6. 작가 C.S 루이스가 즐거움을 “찌르는 듯 날카롭고 경이로운 갈망의 통증”으로 묘사한 표현이 무슨 의미인지 와닿는가?

7. 스포츠보다 시를 더 좋아하는가?(혹은 혹시 스포츠에서도 시를 느끼진 않는가?)

8. 하루에도 여러 번 소름이 돋을 만큼 감동을 받는가?

9. “사물의 눈물(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드>>에서 따온 표현)”이 보이는가?

10. 슬픈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북돋워지는 고양감이 드는가?

11. 이런저런 상황 속에서 행복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는 편인가?

12. 매일의 일상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가?

13. ‘가슴 아프다’는 말이 특히 마음에 울림을 일으키는가?

14. 가까운 친구들과 얘기할 때는 친구들의 과거나 현재의 문제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가?

15. 환희는 바로 가까이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여기서 환희는 낙관적 태도나 잘 웃는 성향이 아니라 갈망을 일으켜주는 묘한 고양감

 

달콤씁쓸함을 음미할 시간


우리는 인생에서 단맛을 찾아 떠난다. 감미로운 성공 이야기를 맛보고 싶고, 달콤한 행복을 경험하고 싶어 한다. 성공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연상되는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서 모두가 분투하고 있고, 행복처럼 다가오는 귀한 옷, 비싼 음식, 화려한 장소를 누리고 과시하고자 이를 추구하고 있다. 모두가 단맛만 맛있다고 하는 상황이기에 다른 맛들은 과소평가받는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울면 안돼’라는 말을 부르고 다니도록 슬픔을 억압하는 사회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유추된다. 힘든 일이 있을 때도 긍정적으로, 낙관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하고, 눈물보다 웃음을 선호하는 사회다. 그러다 보니 슬픔을 마주하는 법을 모른 채로 심리학자 서은국의 표현처럼 억지 행복과 억지 치유가 만연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행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지만 정작 행복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이제 허황된 감정이 아닌 참된 감정을 배우고 누려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달콤한 삶과 씁쓸한 삶을 한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두어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을 공존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며 달콤한 감정을 향해서만 달려가지만, 사실 이 모든 감정을 공존하며 함께할 수 있음을 오늘의 bitter sweet, 달콤씁쓸함이 말해준다. 단편적인 기쁨만이 인생에서의 정답이 아니다. 오히려 풍부하고 복잡한 감정을 음미할 줄 알아야 삶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그동안 행복만을 바라보고 슬픔을 배척해 왔다고 해도 괜찮다. 지금부터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감정을 음미할 시간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수전 케인. (2022). 비터스위트: 슬픔과 그리움이 우리를 온전하게 만드는 법 (정미나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2. 한국일보. (2025년 12월 6일). 행복의 단순한 비밀에 대해 말하는 심리학자 서은국.

『코리아타임스(The Korea Times)』.

https://www.koreatimes.co.kr/southkorea/society/20251206/korean-psychologist-suh-eun-kook-on-the-simple-secrets-to-happiness

3. 조태성. (2025, 12월 5일). 너도나도 ‘힐링’하는데 왜 불행할까… ‘행복도 58위’ 한국이 놓친 한 가지. 한국일보.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855780?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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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3-20 09: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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